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린레이 Jan 27. 2019

<바이오쇼크> 리뷰: 인간은 선택하고 노예는 복종한다

<바이오쇼크>(2007) - 인간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미디어: 게임

개발: Irrational Games

유통: 2K Games

제목: 바이오쇼크 (Bioshock)

장르: 어드벤쳐, FPS

발매일자: 2007

플레이타임: 12시간



인간과 노예를 구분하는 기준이 뭔지 아나? 돈? 권력? 아니야.
인간은 선택하고, 노예는 복종한다. 


지옥 같았던 수능이 끝나고 무사히 대학에 입학해 새내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여러가지 모임을 통해 강의평가 사이트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나는 학점이 중요했기에 제1기준을 학점에 두고 강의평가를 보았다. 나름 재밌어 보이던 강의들도 학점이 박하면 듣지 않았고, 썩 재미 없어보여도 학점을 잘 주면 후보에 올렸었다.


그러다가 군대를 갔다 온 후, 수강신청을 할 때에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듣고 싶은 주제의 강의라면 누가 뭐라든 그냥 듣자라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남들이 추천해주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걸 골랐던 것이다. 학점을 짜게 주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보다 드디어 듣고 싶은걸 들을 수 있다는 행복한 생각들이 나를 감싸 안았다. 아마 내가 선택했기 때문이 아닐까.


남들을 따를 것이냐, 스스로 나아갈 것이냐에 대해 다룬 흥미로운 게임이 하나 생각난다. 2007년도에 최다 GOTY를 받았고 게임을 넘어선 예술 작품이라 일컬어지는 '바이오쇼크'다. 바이오쇼크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대사가 하나 있다. '인간은 선택하고 노예는 복종한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본 대사를 읽었을 때 나에게 '넌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라며 뒤통수를 치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탈출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아틀라스.

수중 도시에 갇힌 잭은 무전기를 통해 아틀라스의 도움을 받아 탈출하기 시작한다. 수중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아틀라스와 함께 헤쳐나가는 와중에 '앤드류 라이언'이라는 인물이 아틀라스의 가족을 죽이게 된다. 아틀라스는 극심한 분노를 느끼며 잭에게 라이언을 찾아서 죽여달라고 부탁한다. 잭은 라이언을 겨우 찾게 되고 라이언은 오히려 잭을 반기며 여러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러다가 잭은 굉장히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날 죽이러 온 건 인간인가? 아니면 노예인가? 인간은 선택하고, 노예는 복종한다네. 들어오게.


'부탁인데'를 들은 잭은 라이언의 말에 복종하게 된다.

잭은 '부탁인데'라는 말을 들으면 무조건 따르도록 유전자 조작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잭을 도와주는 것처럼 보였던 아틀라스는 이를 알고 잭에게 '부탁인데'를 사용하여 최종적으로 라이언을 죽이도록 명령하고 있었던 것이다. 잭은 그저 아틀라스의 말을 잘 따르는, 자유의지를 잃은 노예였던 것이다. 충격을 먹은 잭은 자신을 이용한 아틀라스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연락을 끊고 아틀라스를 찾아가게 된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제일 안전하다. 그러나 배는 항구에 있으라고 만들어 진 것은 아니다.


문득 위의 속담이 생각난다. 우리는 누군가의 길을 뒤따라갈때 편하고 안심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남을 따르기 위해 열심히 살아온 것이 아닐테다. 남이 시켜서 완수한 일은 결코 성취감을 느낄 수 없다. 우리가 언제 행복을 느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나는 책이나 영화를 볼 때 절대 내용을 찾아보지 않는다. 다 읽고나서 나 혼자서 다시 내용을 되새기고 주제를 생각해 본 다음 내용을 검색해본다. 나의 생각과 작품의 철학이 맞으면 짜릿한 기분이 들고, 맞지 않더라도 나의 생각도 작품의 철학도 모두 맞는 말인 것 같다며 웃어 넘긴다. 또, 내가 먹고 싶은걸 먹을 때도 그렇게 행복하지 않던가? 사소한 것이라도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한 일들을 할 때 찾아오는 쾌감과 행복이 너무 즐거운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남들이 시키는대로, 해왔던대로 따라간 적이 있을 것이다. 그냥 그래왔으니까라며 생각했을 수도 있고 책임의 부담이 없어서 그랬을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선택이 진정 내가 원했던 선택이었을까? 우리는 남들을 따르기 위해서 살고있는 것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축복을 받았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원샷> 리뷰: 딱 한 번의 선택을 해야한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