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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린레이 Apr 10. 2019

<호밀밭의 파수꾼> 리뷰: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한다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1951) - 소년에서 어른으로


미디어: 책

제목: 호밀밭의 파수꾼 (Ein Psycholog erlebt das Konzentrationslager)

지은이: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Jerome David Salinger)

번역: -

출판사: -

출간연도: -

원문 출간연도: 1951

페이지: 234p



호밀밭의 파수꾼을 처음 읽었을 때는 웬 이런 책이 있나 싶었다. 제목의 호밀밭과 파수꾼은 영 나오지 않고 웬 중2병 걸린 주인공의 찬란한 가출 이야기만 줄줄 나오니까 말이다. 하지만 다시 읽었을 때 호밀밭의 파수꾼은 다르게 다가왔다. 아무런 고민이 없던 처음에는 그저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고민으로 끙끙 앓던 도중 읽었을 때는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한번 읽었을 때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세번째로 읽었을 때 느꼈던 나의 생각을 읊어볼까 한다.


방황하는 소년의 이야기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아주 중요한,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 두 가지 있다. 바로 '속물'과 '순수'이다. 작중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를 통해 두 개의 대립은 극명하게 나타난다. 학교도 싫고, 어른이 되어가는 또래들도 싫고, 어른들의 위선과 기만도 싫어한다. 이것이 바로 속물을 대표하는 것들이다. 반대로 홀든은 가출 도중 만났던 수녀들을 떠올리고, 자신의 동생 피비를 유일하게 좋아하고 사랑한다. 센트럴 파크의 오리는 어디갔냐고 대뜸 물어보기도 하고, 어린아이들을 지키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순수를 대표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정말 웃긴건 홀든 자신이 하는 행동들은 그 누구보다도 속물적이다. 담배를 뻑뻑 펴대고, 여자들에게 계속 말을 걸고, 나이가 안됐는데도 술을 마시려 하거나 창녀를 돈 주고 산다던지,  겉모습만 보면 속물 그 자체다. 순수함을 바라고 있지만 행동은 전혀 순수하지 않은 홀든 콜필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선생님,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정말입니다. 저는 아무 일 없을 겁니다. 저는 지금 하나의 단계를 통과하고 있는겁니다. 누구나 여러 가지 단계를 거치는 것 아닙니까?


사실 홀든은 순수와 속물 사이에서 방황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홀든의 마음은 순수함으로 차있지만 속물로 가득 차 있는 겉모습이 공존하면서 과연 무엇이 옳은지 방황을 하고 있던 것이다. 홀든은 하나의 단계를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소년에서 어른으로


난 올라갈 때와는 다른 계단으로 내려갔는데. 그곳 벽에서도 '이런 씹할'이라는 낙서가 있었다. 다시 손으로 문질러 지워버리려고 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칼 같은 거로 새겨져 있어서 지울 수가 없었다. 하긴 쓸데없는 일이기는 했다. 백만 년을 걸려서 다 지우고 다닌다고 하더라도 전 지구상에 쓰여 있는 <이런 씹할>이라는 낙서의 절반도 지우지 못할 테니까. 그걸 전부 지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말이다. 


홀든은 '이런 씹할'이라는 순수함을 헤치는 낙서를 지우려고 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순수함을 아무리 지키려고 해도 곳곳에 속물들이 숨어있다. 홀든은 순수함을 지킬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어른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순수한 어린이가 속물적인 어른으로 변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홀든은 이런 변화를 아주 싫어했다. 아이들이 변하지 않도록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했지만, 마지막에 그는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속물적인 세계로 돌아간다. 심지어는 그렇게 싫어했던 것들을 그리워하기까지 한다. 홀든은 변해 버렸다.


박물관에서 가장 좋은 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제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누구도 자기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십만 번을 보더라도 에스키모는 여전히 물고기 두 마리를 낚은 채 계속 낚시를 하고 있을 것이고 새는 여전히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을 것이다.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유일하게 달라지는 게 있다면 우리들일 것이다. 그저 우리는 늘 변해간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순수함을 동경하던 마음을 포기하고 속물을 택했으니 결국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늘 변한다. 어쩔 수 없이 변한다. 그렇다면 그 과정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홀든은 방황과 다양한 경험 끝에 처음과 달리 차분하게 모두를 그리워하며 변화를 택한다. 하나의 단계를 통과한 것이다. 그렇게 속물을 싫어하던 홀든이 어떻게 변할 수 있었을까? 순수함을 동경하던 자신이 있었기에, 그렇게 싫어하던 속물을 맞닥뜨렸기에, 이때까지 만나온 사람들이 있기에, 그토록 고민하고 방황했기에 차분하게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발버둥치고 경험했기에 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홀든은 소년에서 어른이 되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나는 학년이 올라갈 때, 학교가 바뀔 때, 군대를 들어갈 때 많은 변화를 겪었다. 좋았던 일도 많았지만 싫던 일도 많았고, 가끔씩은 세상이 미워지기도 하며, 내가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는가 싶을 때도 있었다. 심지어는 내가 지금 왜 살아가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지금도 고민들이 참 많다. 그럴 때마다 방황을 했던 홀든이 떠오르곤 한다. 고민들을 피하기도 해보고, 마주쳐보기도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룰 받기도 하고, 아니면 비난을 듣기도 하며. 나는 열심히 발버둥 칠 것이다. 그렇게 나는 변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성장할 것이다.


이렇게 쓰고 있어.<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이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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