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331 #일일일그림
두툼한 목련꽃을 보면 여지없이 모교를 생각한다. 대강당 둘러 심긴 오래된 목련나무들, 헬렌관 앞 그 흐드러지는 꽃들. 돌로 된 어두컴컴한 건물 안에서 벽을 통해 전해지는 냉기에 시달리며 수업을 마치고 나올 때, 묵직한 문을 밀어젖히면 희고 환한 빛이 갑작스레 쏟아져내리곤 했다.
석사 동기, 선배들과 함께 책을 읽기로 했다. 약 십오 년만에 줌으로 본 얼굴들이 반가워 자꾸 웃음이 나고, 어느새 전문가 타이틀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동기 선배들이 자랑스럽고 이쁘고, 우리는 아마 관뚜껑 닫을 때까지 공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웃는 게 또 웃겼다. 우리도, 우리 공부도 탐스러운 목련같이 환한 빛으로 피었으면 좋겠다.
#1일1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