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향수가 담긴 아티스트, UMI
이상하게 한동안 플레이리스트에 침체기가 있었다. 매번 듣는 음악이 거기서 거기 같고, 취향도 한결같다 보니 더 이상 노래를 들을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되었다. 차라리 아주 옛날 노래를 들어보자고 하고 아주 옛날에나 듣던 팝송까지 꺼내 들었다. 이소라나 이선희의 옛날 노래까지 듣고 나니 더 들을 노래도 없더라. 그러다 다시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로 되돌아왔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UMI라는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이름을 가진 이 아티스트는 아직 남부 캘리보니아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이라고 한다. 음악 스타일은 전반적으로 Lo-fi 하며, 일부 매체에서는 Neo Soul로 분류하고 있다.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음악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2018년부터 싱글을 내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발매된 싱글만 15곡이 넘는다. SNS에서 자신의 공연을 알리기도 하는 것을 보니 공연 활동도 매우 활발한 것 같다. (내가 한국에 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UMI의 음악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필름 카메라'의 느낌이 난다는 점이다. Lo-Fi 음악의 대다수가 그렇지만, UMI는 단순히 느낌만 묻어나는 게 아니라 감정이 묻어있다. 어딘가 내가 가진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아련하게 만든다.
UMI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말하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Remember Me>라고 말할 수 있다. 노래의 분위기부터 가사, 감성, 뮤직 비디오까지 어느 한 곳 빠지지 않는 음악이다. 누구에게나 아련한 헤어진 옛 연인에 대한 느낌을 어떻게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뮤직 비디오에서는 네 쌍의 커플이 사랑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지만, 이들의 끝은 결국 이별이다. 대다수의 연인들이 그러하듯이. 그리고 남는 것은 한 뭉텅이의 기억밖에 없다.
'Cause I'm getting older
Know that I've changed
And I can't go back now, Nothing's the same
시간은 사람을 바꾼다. 나는 나이가 들 수록 바뀌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옛사랑을 떠올리더라도 돌아갈 수 없다. <Remember Me> 또한 끊임없이 "날 기억하고 있냐"라고 묻지만, 되돌아가지 않는 이유가 그것일 것이다. 내가 나이 든 만큼 너도 그러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그때의 추억만을 가지고 사랑을 하기에는 모든 것이 너무나 많이 변했다.
Will you remember me
Do you remember me
코러스의 "나를 기억할 거니/나를 기억하니"라는 물음도 사실, "내가 너를 기억하는 만큼 (혹은 사랑했던 만큼) 너도 나를 기억해줘 (혹은 사랑해줘)"에 가깝지 않을까 싶었다. 내게 사랑이 추억으로 남았듯, 너에게도 좋은 기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처럼 들렸다.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어도 서로를 응원할 수 있는 그런 추억으로 말이다.
<Remember Me>가 마음에 들었다면 <Friendzone>이나 <High School>도 추천한다. UMI의 노래는 모두 Youtube나 SoundCloud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늘따라 향수에 젖어들고 싶다면 UMI의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