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된 무게감을 가진 목소리, 김해원
지난번 포스팅에서 김사월 님을 소개했으니, 바로 이어서 김해원 님을 소개하고자 한다. 김해원 님은 <수잔>의 프로듀서이자 영화 <셔틀콕>, <피의 연대기>의 음악감독이면서 김X김 듀오의 멤버이고, 솔로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적어도 내 인생의 다섯 배는 바쁘게 살고 계실 것 같은 김해원 님은 작년 3월 <바다와 나의 변화>를 발매했다. 어쩐지 이 분도 '님'을 붙여야 할 것만 같은 분이다.
소개는 사월님 먼저 했지만, 나는 김사월 님보다 김해원 님을 먼저 접했다.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타고 타고 건너가다 우연찮게 만났다. (사실 대부분의 아티스트를 이렇게 만난다.) 꽤 예전 일이라 처음 들은 노래가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오 내 사랑>이 아니었을까 한다. 아쉽게도 지금은 내려간 상태다. 앨범에 있는 버전과 차이가 좀 있던 걸로 기억하는 데, 그때도 좋았고 앨범 버전도 좋으니 사실 크게 문제는 없다. 그냥 내가 좀 아쉬울 뿐이다. 데모 들으면서 <오 내 사랑>과 <불길>의 가사를 다이어리에 받아 적기까지 했었는데…….
<바다와 나의 변화>는 beehype에서 Best of 2018 in South Korea 중 하나로 선정되었고,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부문 후보로 선정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어딘가 선정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짜릿하다. 그만큼 노래가 좋다는 뜻이기도 하고,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니 말이다. 한국 대중음악상은 아직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으니 그때까지 조금 더 즐거워할 수 있다!
굉장히 밝게 소개하고 있지만, <바다와 나의 변화>의 모든 노래는 굉장히 차분하고 묵직하다. 다른 노래에 있는 풍부한 사운드를 노래의 무게감으로 채워 넣은 것 같았다. 아무래도 <수잔>의 프로듀서가 김해원 님이니 어딘가 <수잔>과 비슷한 느낌도 있긴 하지만, <바다와 나의 변화>는 조금 더 깊은 곳에서 나오는 낮고 묵직한 속삭임과 유사한 느낌을 준다. 만약 사운드가 더 풍부했다면 너무 무거워지지 않았을까 생각할 정도로, 깔끔하게 정제된 무게감이다. 무용가의 손끝의 무게감과 섬세함이 <바다와 나의 변화>가 가진 느낌이지 않을까.
<바다와 나의 변화>의 노래 한 곡 한 곡에 대해 이야기해 주신 인터뷰가 있었다! 상편과 하편으로 나누어지기까지 한 방대한 양의 인터뷰는 노래를 들으면서 읽기 좋다. (재미 공작소에서 진행한 심층 인터뷰인데, 사월님도 있고, 재미있는 내용들도 많다. 시간이 되면 읽어보시길.)
<불길>에서 "바다 한가운데 나의 집이 떠내려 가네. 내 전부를 그렇게 잃었어."라는 부분은 나까지 허망하고 안타까워지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바다와 나의 변화>의 가장 큰 매력은 애절하게까지 느껴지는 김해원 님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다른 포스팅에는 꼭 가사를 함께 언급하고 감상을 얘기했던 것 같은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깔끔하게 인터뷰로 대체했다. 노래를 듣고 관심이 생겼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방향을 알 수 없음에 대해, 발을 디딜 수 없는 세계에 대해" 노래하는 이 앨범은 혼자가 된 나의 "어떻게 해?"라는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나와 바다의 변화를 청자와 함께 공유하고 답을 찾는 과정처럼 들렸다. <바다와 나의 변화>라는 노래에 나오는 가사들인데, 내 처지랑 비슷해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바다와 나의 변화>의 모든 노래는 밤에 혼자 듣기 좋고, 길을 혼자 걸을 때 듣기도 좋다. 깊게 생각할 일이 있을 때 듣는 것도 좋았다. 가사도 좋으니 한 번쯤은 가사에 집중하며 듣는 것을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