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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 일상

반복되는 일과

앞에서 적었던 휴직라이프의 장단점들, 아이와 함께하며 느끼는 감정 변화 속 지내는 휴직 일상. 운 좋게회사 잘 만나 1년의 휴직 기간을 두 번이나 보낸 나.

12개월을 기준으로 한다면, 처음 1개월은 적응기, 2~3개월은 의욕적인 시기, 4~6개월은 우울증과 현타가 왔던 기간, 7~12개월은 진정 엄마를 대신한 주양육자로의 시간들로 요약이 되는 것 같다.

회사에는 짧게는 3개월 내지는 6개월 정도 내는 아빠들이 많아졌는데, 그 정도 기간은 경제력 문제를 빼본다면 아쉬운 기간이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엄마와 애착이 강한 아이일수록 아빠한테 마음의 문을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물론, 아이의 발달시기에 따라 휴직라이프는 천차만별이다. 갓난쟁이 시기라면 수면부족과 무한분유 공급, 기저귀 갈이 및 울음달래기 로봇이 되어야만 하니 만성 피로인 생태. 난 운좋게 두 아이를 3~4살이 되는 시점에 휴직을 내어 아이들의 귀여움 포텐이 팡팡 터지는 시기들을 같이 하였으니 복 받은 걸까? 그 갓난쟁이 시절은 아내가 주양육자였으니 말이다.

첫 1개월은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아이에 대한 일과, 잘 먹는 음식, 패션 등등 인계받은 내용들을 몸에 익숙하게 하는 날들이었다.

2~3개월은 회사 스트레스가 사라지다보니 육아 열정이 만개했던 것 같다. 과한 몸짓과 놀이, 만들기, 육아서 정독, 무한 놀이터 방문 등등 아이와 함께 주체하지 못 했던 시간들.

4~6개월은 과도한 열정으로 페이스조절 실패가 따라왔고, 금방 지치는 몸뚱아리로 변했었다. 비슷한 일과에 지치기 일쑤였고, 여전히 엄마만 찾는 아이에 대한 서운함도 크게 작용했었다.

7~12개월은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고, 일하는 아내의 조력 덕에 아이는 점점 아빠만을 의지하고 찾는 시기 속에 나름 안정적인 육아를 보낸 기억이다. 첫째 때는 모든것이 처음이라 예민해서 힘들었지만, 둘째 때는 조금 더 수월했던 것 같다. 오히려 내가 복직하는 날에는 아이들이 다 아쉬워했더랬다.


휴직 일상을 하루로 좁혀보면, '기상-아침준비-등원(등교)전쟁-빨래, 청소 및 저녁준비-미진한 일처리-하원(하교)-놀이터 라이프-샤워 및 목욕-집놀이 시간-저녁준비-아내퇴근-아내밥준비-설겆이 및 집정리-재우기' 정도 일 것 같다. 양가 사정으로 아이들 조부모의 큰 도움 한번 없이 지금까지 키운 것에 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응원하고 있다.

언급한 하루 일상 중 등원(등교) 후 쉬거나 논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은근히 많은 집안 일에 놀랐던 기억이난다. 빨리 처리해버리고 두어시간 드러누워 자고 싶어도 무언가 생겨 처리하게 되었던 날들. 좀 더 액티브한 일상이면 좋았겠으나, 내 자신 상태에 맞는 여유있는 육아를 하는 것이 최고이겠다.

우울증에 빠진 시기 이후에서나 1시간 정도 켈리그라피를 배우며 잠시 나를 위한 힐링타임을 가졌다. 육아에 너무 진심이었던 탓이다. 진심이어도 아내가주는 모성애를 이기지 못 하는 부성애의 한계를 인정하지 못 했던 내 자신이 문제였다.

지금은 오히려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시기라 이제는편해지겠지 생각하지만, 보육보다는 교육, 딸과는 많이 다른 아들 육아 등에 새로운 고민들이 많아지고 있기도 하다.

우리 엄마가 왜 나와 형 연년생 두아들 키우며 그렇게 힘들다고 했었는지, 주 양육자로 오랜기간 고생하고 있는 아내도 종종 힘들다고 했는지 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역지사지로 이해해보는 일상이 되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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