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치레 뫼비우스의 띠
이렇게 아이가 아플 때면 모든 부모가 마찬가지겠지만, 아이 곁에서 떠나질 않는다. 주기적으로 해열제도 먹이고, 끔찍한 기억의 열성경련까지 가지 않도록 냉찜질에 마사지도 수시로 하며 아이가 울면 달래주기도 한다. 아픈 아이들은 잠을 못자서 밤새기 일쑤니 나의 체력도 금방 지쳐버린다. 결국, 아이가 아픔의 정점을 찍고 나아가는 시점에 아내와 내가 아플 때가 종종 있다.
2019년 10~12월에는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우리 집이 초토화 되던 시기가 있었다. 둘째가 아데노바이러스로 열이 나더니 첫째도 동생한테 옮았는지 고열로 응급실에 들어갔다. 이어서 아내가 아데노바이러스에 걸렸고, 나도 감기증세로 고생을 했다. 나아가던 둘째가 또 감기로 열이 나고, 아내는 A형 독감에 걸려버렸다. 이어서 첫째가 독감에 걸렸고, 나아가던 둘째는 또 열 감기에 시달렸다. 급기야 구내염과 수족구가 왔고, 넘어지면서 팔까지 빠지는 일도 일어났다. 엎친데 덮친 격이랄까. 이어서 첫째가 구내염 및 감기로 고열에 시달리다가 마무리 되었다. 2019년 당시는 잊어버릴 수 없는 기억이다.
그 당시에는 양육방식의 문제일까, 우리 집 환경이 문제인가, 먹이는 음식이 이상한가 등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매일 반성하고 자책했었다. 나의 몸도 아픈 데 아이에 대한 미안한 감정 때문에 마음까지 아파왔다. 마치 안팎의 구분이 없어 계속 돌고 도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우리 가족의 병치레가 끝나지 않고계속되는 모습이 무섭고 두려웠다.
아이가 아플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돌보는 나의 심신 건강이 우선이라고 생각되기 시작했고, 나 자신을 자주 돌아보게 되었다. 틈날 때마다 운동을 하기 시작했고, 밖에서뿐 아니라 집에서도 필요 시 마스크를 쓰며 방어력을 높였다.
아이들에게는 냉정하지만, 때로는 육아적 거리도 두면서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아끼도록 노력 중이다. 돈번다고 일만하며 주양육자가 아닌 지금은 너무 육아 거리를 두나 싶어 아내에게 늘 미안하지만.
매사에 전력을 다해 육아를 하기만 하면 금방 지치고, 아이가 아플 때 바로 방전될 수 있으니 아내와 이야기하여 쉬는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 워킹맘인 아내의 함께육아하는 마음들과 진심어린 위로 또한 홀로육아로 지친 나를 달래주는 큰 힘이 되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