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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하면서 가장 힘들 때(1)

자주 아프던 아이들에 대한 기억

육아휴직 당시, 두 아이들이 잠이 든 밤에 빠르게 지나가버린 하루를 돌아보며 종종 혼자 사색에 잠겨보곤 했다. 육아는 통통 튕기는 얌체공 같아 늘 내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았었다. 항상 아이의 시선과 관점에서 생각해봐야하고, 아이들 안전을 위해서도 늘 신경을 곤두서야만 한다. ‘육아하면서 언제가 가장 힘들었을까?’란 질문에 답을 생각해보며 홀로육아로 고생한 내 자신을 돌아봤다. 아이들이 밥투정 할 때, 아이들이 자주 싸울 때, 아빠의 지시에 잘 따라주지 않을 때, 아이들하고 잘 놀아주지 못 했을 때 등 다양한 기억들을 소환해보지만, 언제나 답은 하나로 귀결되었다.

바로 아이들이 아플 때이다.


2025년 12살이 된 첫째. 지금은 면역력이 좋아져 자주 아프지 않지만, 가끔 아프면 심하게 아프곤 한다. 6살 때까지는 병치레를 많이 한 아이다. 1~2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던 노로바이러스, 비염은 늘 달고, 겨울이 되면 아데노바이러스 같은 열 감기 덕에 체온이 39~40도를 찍기가 일쑤였다. 따뜻한 여름날에도 에어컨을 가동만 하면 바로 콜록콜록. 동네 소아과를 주 2회 이상 장기간 다니던 아이다.

9살이 된 둘째는 누나보다 더 상황이 심했던 것 같다. 태어나서 100일이 되기도 전에 누나한테서 옮아걸린 감기. 약도 쓸 수 없다며 끙끙대던 기억이 떠오른다. 2살까지 감기와 폐렴으로 자주 소아과를 다닌둘째는 3살 때 기어코 쓰러져버렸다. 말로만 듣던 열성경련이 우리 가족에게도 왔다.


누나는 40도 가까운 고열이 나도 처방받은 해열제로 잘 버티며, 회복된 기억이 많아서 둘째도 그러려니 했던 것이 문제였다. 그 해 5월, 밤 11시쯤 열 감기로 체온이 38도가 넘기 시작한 둘째는 바로 입에 거품을 물면서 발작을 일으켰다. 털썩 고개를 젖혀버린 아이 모습에 당황한 우리 부부는 울면서 119에 전화를 걸었다. 덜덜 떨리는 몸과 함께 손가락도 놀랐는지 폰의 119를 치는데도 한참이 걸렸던 것 같다.

구급차가 우리 집으로 이동하는 중에 119에서 우리 부부를 진정시켜주었다. 아이가 숨을 쉬는지 확인하고, 경련이 진행 중이면 끝날 때까지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하셨다. 미세경련까지 마치고 잠에서 깨며 울던 그 때, 때마침 도착한 구급차에 실려 대형병원으로 이동하였다. 간질여부, 피검사, 척수검사, 뇌파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를 받고 일주일 후에 퇴원을 했다. 그리고 다음 달에도 한번 더 열성경련을 일으킨 둘째. 기력없이 축 쳐져 발작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아내의 복직 후에는 내가 다시 아이 곁에 있어야겠구나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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