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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도난 Mar 16. 2023

오마카세를 즐기는 사람들

일본 주간지 『슈칸신쵸(週刊新潮)』의 인터넷판 『데일리신초』는 3월 12일 “일본의 ‘오마카세’가 한국에서 유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한국의 스시 ‘오마카세’ 열풍은 ‘사치의 상징’이라며 한국의 소비문화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특히 한국 젊은이들은 첫 데이트나 생일,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에 인기 있는 오마카세 레스토랑을 찾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었다고 전했다. 연인과 함께 SNS에 사진과 영상을 올려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는 등 오마카세 레스토랑이 SNS 자랑 용도로 활용된다고 주장이다. 오마카세(お任まかせ)는 '맡긴다'라는 뜻의 일본어로 메뉴의 종류 및 그 요리 방식을 요리사에게 모두 맡기는 형식의 음식을 말한다.


『데일리신초』는 ‘유행의 배경에는 한국 남녀의 허세가 깔려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타블로이드 신문인 『유칸후지(夕刊フジ)』도 ‘한국의 젊은이들은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우면서도 에르메스 빈 상자를 배경으로 가짜 롤렉스 손목시계를 찬 사진을 찍는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 기사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과장 보도라고 치부해버려도 될까?


코로나19가 물러나면서 억눌렸던 여행 욕구가 분출하고 있다. TV에도 여행 관련 방송 시간이 부쩍 늘었다. 「다시 갈지도」라든가 「배틀트립」 등이 그렇다. 특히 「다시 갈지도」에는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대리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여행지를 촬영해서 방영하고 있어 흥미 있게 시청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사람이 여러 나라를 소개하는 경우도 있음을 알았다. 유럽 어느 나라에서, 동남아 어느 나라로 그리고 미국 어느 곳으로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별다른 수입이 없을 것 같은 젊은 사람이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생활하는 비결이 궁금했다. 혹시 방송사에서 여행 경비 전액을 지원받고 있는 것일까?


비록 코로나19가 퇴조하고 있다고는 해도 선뜻 해외여행에 나서지 못하는 나로서는 가끔 여행 유튜브를 보며 대리 만족하곤 했다. 그 가운데에는 「다시 갈지도」에 소개된 ‘대리 여행자’들이 만든 유튜브  많았다. 대부분 젊은인데 그들은 여행하면서 촬영한 동영상을 다듬어서 상업적으로 올리는 전문가(?)들이었다. 그들은 꽤 비싼 옷으로 공들여 치장한 다음 거리에 나서고, 여행지에서 유명한 음식점을 찾아 대표 음식을 먹는 ‘먹방’도 빠뜨리지 않는다.


먹방을 빠뜨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먹방은 영어로 Mukbang, 일본어로는 モクパン (Mokupan)이라고 쓴다. 그만큼 외국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한국적 현상이다. 이에 대해 영국 이코노미스트 紙는 우리나라의 먹방 열풍은 경기 침체로 인한 불안과 불행이 원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날씬한 몸매를 위한 다이어트 등으로 식욕을 억제당하자 남들이 먹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대리만족한다는 분석도 있다. 오마카세를 먹으며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도 이런 심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과시도 하고 유튜브 시청 수입도 올리며….


여행 유튜브에 젊은 유튜버가 자신을 ‘FIRE’ 족이라고 소개하는 장면이 있다. FIRE는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조기 퇴직함)’의 약자다. 검소하게 생활하며 최대한 많은 돈을 모아 마흔 전후에 은퇴해서 자유롭고 여유로운 삶을 살겠다는 움직임이다. 부지런히 돈을 모아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여행 유튜버가 된 다음부터는 ‘관심을 끌 수 있는 유튜브 만드는데 몰두하다 보니 여행 자체를 즐길 수 없게 됐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FIRE 족이 아니라는 뜻이다. 여행 유튜브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과연 그의 미래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서울의 어느 고급 오마카세 레스토랑 손님의 20%는 사업 관계, 나머지 80%는 20~30대 커플이었다고 한다. 젊은 손님들은 모두 FIRE 족이나 금수저 출신일까? ‘젊은이의 허세’라는 일본 언론의 지적이 뼛속까지 아프게 한다. 이 모든 것이 우리도 모르게 활력을 잃어가는 우리 사회의 부산물은 아닐는지…. 역동적으로 성장하던 우리 사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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