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마도난 Jan 21. 2024

낯선 풍경

연극 「언덕의 바리」 입장이 시작되면서 객석이 속속 채워졌다. 주변을 살펴보니 내 왼쪽으로 한자리가 비었고, 그 너머로 젊은 여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왼쪽으로 세 자리가 비어 있었다. 잠시 후 남녀 4 명이 들어왔다. 그들은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찾으려 했지만 아쉽게도 그런 자리는 없었던 듯했다.

그 일행 중 한 명이 내 왼쪽에 앉아있던 여자에게 말했다.
“오른쪽으로 한자리만 옮겨주실 수 있을까요?”

요청을 받은 여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저는 이 자리에 그냥 앉고 싶은데요.”

단호하고 명확했다. 누가 그녀의 대답에 딴죽을 걸 수 있겠는가?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네 명의 일행은 두 명씩 각각 흩어져 앉았다.

그녀의 입장을 존중한다. 그래도 무척 야박하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혹시 그녀는 내 옆에 앉게 되는 것이 싫어서 그랬?

매거진의 이전글 용(龍)을 내리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