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ptembark Jul 07. 2024

네가 진심이었던 건 뭐니?

Game start


너에게 가장 진심이었던 건 뭐니?

지난 금요일, 브런치 작가로서 첫 글을 올렸습니다. 지금까지는 아무도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요와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면접을 많이 보고 있지만, 아직 붙은 곳은 없습니다. 그래도 면접 기회에 감사하며 부족한 점을 다듬고 있습니다. 좀 더 젊었을 때는 한 달에 한 번 간신히 온라인으로 이력서를 지원하기만 했고, 흔한 편의점 알바마저도 면접까지 가본 적이 없었거든요.


가장 최근 면접에서는

"너에게 가장 진심이었던 건 뭐니?"

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제 대답은 '게임'이었습니다.








Game start


은둔형 외톨이 기간 동안 게임을 많이 즐겼습니다. 집 안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취미였고, 돈이 꼭 필요하지 않은 게임들도 많았거든요. 지금도 축구 게임인 FC24를 혼자서 하는 커리어모드로 하루 한 시간 정도 즐깁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거의 집에만 있었고, 어머니의 강요로 헬스장을 다녔습니다.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에 장착된 TV로 E스포츠 리그를 접하면서 게임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다음 해부터는 E스포츠 리그 직관도 자주 갔습니다. 항상 한 시간 일찍 가서 맨 앞자리에서 경기를 봤죠. 당시에는 예약 없이 무료로 원하는 자리에 앉아서 볼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팀은 없었고 선수들 입장에서 경기를 즐겼습니다.



게임을 통한 성장


그러나 제가 리그로 접한 게임은 이미 고인물이 많았습니다. 사람들과 대전하는 부담감과 정교한 조작이 필요한 점이 제게는 큰 단점이었죠. 수전증이 있어서 정교한 컨트롤이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지켜보는 것만 즐겼습니다.


그러다 카드 게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베타테스터로 시작했지만 몰입하지는 않았습니다. 모바일로 할 수 있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고, 조작에 대한 부담감도 없었죠. 채팅 기능이 없어서 다른 사람과 실랑이를 벌일 필요도 없으면서도 경쟁적인 요소가 있어서 빠져들었습니다.


어느 순간 최상위 계급까지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한 시간 정도 하다가 최상위 계급이 눈에 보이니 하루 날 잡고 몇 시간 투자했죠. 첫 달에는 실패했지만 다음 달에는 성공했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한계인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홈페이지에 표기되는 200등 이내까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이 게임은 E스포츠 대회가 활발했습니다. 저도 방송으로만 보던 E스포츠 무대에 나가고 싶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이후에도 여러번 상위 랭크를 찍고 대회도 많이 나갔죠.


하루에 몇 시간씩 게임하며 노력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재능도 부족했고, 열정과 노력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부족했죠. 그 결과 방송대회 문턱에서 항상 떨어지고, 랭크 박제도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통해 처음으로 사회적인 연결을 경험했습니다. 비록 지금까지 연락하는 친구들은 손에 꼽지만, 당시 유명한 플레이어들도 저를 알고 있었고, 몇 명과는 팀으로 E스포츠 대회에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중 한 친구는 후에 세계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딱 하나 자랑스러운 전적이 있습니다. 큰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랭크 박제나 지정된 온라인 컵대회에서 우승해야 했습니다. 저는 컵대회에서 한 번 우승했는데, 이 과정이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우승했던 대회는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이었어요. 지면 패자조로 떨어져서 이기고 올라가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경기를 치러서 올라가야 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첫 라운드부터 졌습니다. 패자조에서 시작해야 했고, 우승하려면 12번의 다전제를 더 이겨야 했죠. 지는 순간 확 답답해졌어요. 심지어 그 대회는 다른 대륙의 서버에서 이루어지는 거라 이른 저녁부터 시작했고, 끝까지 우승한다고 가정했을 때 밤낮을 바꾸어 해가 뜰 때까지 게임을 해야 했어요. 하지만 패자조로 떨어졌다고 해도 일말의 가능성이 남아있으니 포기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을 했죠.


손에 식은땀이 나고 매 판 끝날 때마다 긴장감에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왔어요. (지금도 긴장을 하면 화장실에 가거나 물을 많이 마십니다.) 게임을 하면서는 손을 벌벌 떨고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거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음에도 다른 기억은 전혀 없고 게임을 했던 생각만 납니다. 연속해서 게임을 하진 못했어요. 반대편 조가 끝나지 않으면 상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거든요. 길게는 한 시간 넘게 걸렸어요. 근데 게임을 언제 시작할지 모르고 자면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 깬 상태를 유지했어요. 그렇게 15시간 동안 대회를 한 끝에 운이 좋게도 우승을 할 수 있었답니다.








이 경험들은 제 인생에 중요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끈기의 중요성

압박감 속에서도 집중력 유지하는 법

작은 성공들이 모여 큰 성취가 된다는 믿음


힘이 빠진 날 스스로에게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무용담으로서 긍정적 기운을 북돋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그때 승리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앞으로의 도전에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임하려 합니다. 면접에서 떨어지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언젠가는 꼭 목표를 이루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 믿습니다.


글을 보는 분들이 조금은 있는 걸 알게 되었으니 저도 한 번은 묻고 싶어요

"여러분들이 잠시나마 진심이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저도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듣고 싶어요.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해요.




작가의 이전글 첫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