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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ptembark Jul 09. 2024

해피엔딩을 찾아서


 

‘해피 엔딩’



굳이 따지자면 장기적인 목표에 가깝기는 하다. 하지만 목표는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변동이 있을 수 있으니, 좀 더 지엽적으로 쉽게 흔들리지 않을 가치와 목표를 설정하는 편이 좋겠다.





1. '연애’


너무 평범한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번식의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이전에 필요한 것이 ‘연애’이니까. 그렇지만 지금까지 해본 적은 전혀 없었다.


은둔형 외톨이다 보니 사람들과 접촉할 일이 없었으니까 당연하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교에서 따돌림의 대상이었으니 나와 노는 것은 ‘나 왕따 해주세요’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학 이후에는 누구와 말을 섞는 일이 드물었고, 기껏해야 교수나 병원장 혹은 상담사님과의 면담이 대부분이었다. 외모가 미형이라기보다는 요새 떠오르는 추남의 형상에 훨씬 가까웠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일조차 부끄러웠다.


여자와의 접촉은 당연히 없었다. 키스는 아직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했고, 흔히들 나오는 ‘툭’ 치는 접촉조차 없었다. 사람이 많은 곳을 다니지 않으니 정말로 옷깃 하나 스치지 않았다. 대상을 남자로 바꾸어도 옷깃 한 번 스치지 않은 건 비슷하긴 하겠다. 대학 이후라면 말이지.


몇 년 전 온라인으로 만나게 된 여성과 첫 만남에 손을 잡기까지 하기는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끊겼다. 비슷한 만남을 몇 번 가지긴 했으나 보통 몇 분간의 대화에 그쳤고 이후에 연락이 오는 일은 없었다. 연락이 잘 되다가도 뚝 끊기는 일이 많았다. 내 외모가 보잘것없고 커버할 만한 말주변도 없으니 더 이상 얘기할 가치를 못 느꼈다. 지금 내 나이에 와서는 이제 ‘결혼 적령기’에 속하니까 가볍게 만나기는 힘들다. 연애 프로그램에 나갈 만큼의 용기도 없거니와 그만큼 어필할 만한 직업도 없으므로 TV 프로그램에 나갈 가망도 현재로선 없는 상태다.


이제 와서는 어떻게 여자와 ’ 관계를 이어나가지?‘라는 물음만 머릿속에 떠돌아다닌다. 말을 거는 것 자체는 직접적인 괴롭힘이 없었던 여성 쪽이 더 편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다. 어느 순간 열망은 있지만 표출할 방법을 모르니, 마음의 반쪽은 이미 포기했다. 그러니까 나 같은 놈은 연애의 대상으로서 상대방을 전혀 만족시킬 수 없을뿐더러 스스로 느끼는 데도 버거움을 느낄 것이다. 그러니까 연애는 가당치 않은 행위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연애에 대한 열망이 잔존해 있지만 살짝 바꾸었다. 그저 서로의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몇 달이 지나도 연락이 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그뿐이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연애’보다는 ‘우정’ 쪽을 더 바라기는 한다. 그런데 남자에게는 솔직히 말을 떼기조차 힘들다. 그리고 남자끼리는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렇다. 이건 내가 잘못 아는 걸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목표는 바꾸자. '연애'가 아닌 '우정'으로


1. '우정'


연애에 대한 열망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더 중요하고 이룰 수 있는 목표는 '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연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것 같다.


구체적으로, 나는 다음과 같은 우정을 목표로 하고 싶다:   

정기적인 만남: 한 달 혹은 분에 한 번이라도 만나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온라인 소통: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는 관계.

공통 관심사 공유: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거나, 같이 영화를 보고 감상을 나누는 등 공통의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친구.

상호 지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서로 의지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관계.


이런 우정을 쌓기 위해서는 나 역시 노력해야 한다. 먼저 다가가는 용기,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세, 그리고 나 자신을 조금씩 열어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주저했지만, 앞으로는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 보려 한다.


우정이라는 목표는 연애보다는 조금 더 달성 가능해 보인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나의 작은 '해피 엔딩'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2. '직업'



인생을 살아가면서 돈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깨끗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서 공기청정기를 사고, 물을 마시는 데에도 돈이 드는 세상이다. 살아가는 하루하루 나는 본의 아니게 돈을 계속 쓰게 된다.


지금까지는 돈을 스스로 번 적이 거의 없다. 한 달도 채 안 되는 동안 했던 캐셔 알바와 게임으로 약간 벌었던 상금이 전부다. 굳이 따지자면 블로그를 하면서 한 달에 몇백 원씩 굴러 떨어진 것도 수익이긴 하니까 포함을 시키자.


한국 힙합 가사 중 흔한 레퍼토리로 '부모님 용돈 타먹는 버러지들에 대한 비난'이 섞여있다. ;부모님 용돈 타먹는 버러지'가 나다. 부끄럽냐고. 너무 익숙해져서 부끄럽지는 않다. 스스로 힘을 낼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지금 면접을 열심히 보고 있는 와중에도 후회는 하지 않으니까. 빠져나와야 한다는 의식은 있다.


돈을 어느 정도는 벌고 싶다. 아직까지 돈을 쓸 일 그러니까 남들이 내는 ‘세금’이나 ’ 집세‘ 등을 내본 적이 없으니까. 쓰는 건 생활비뿐이다. 몇 년간 나의 지출은 20-30만 원 선이었다. 최근 나가는 일이 늘면서 교통비가 만원 이하에서 5만 원 이상으로 늘었고, 커피에 대한 공부를 핑계로 좀 더 비싼 원두를 사 먹다 보니 30만 원 후반에서 40만 원으로 늘기는 했다. 앞으로 좀 더 늘 수도 있겠다. 매달 교육비로 지출할 몇십만 원이 있을 것이다. 장비를 가끔 산다면 거기에 또 돈을 투자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지식이 미천하니 포함시키진 말자.


지금 상황에서는 ‘많은’ 돈을 벌기보다는 ‘돈’이 어떤 식으로라도 벌렸으면 좋겠다. 단순히 한 주에 하루 몇 시간 하는 알바더라도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는 부족함이 크게 없으니까. 돈을 그저 벌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첫 글의 도입에서도 언급했지만 여러 번의 면접 기회를 얻었을 뿐이다. 나를 불러주는 곳은 있지만 써주는 곳이 없어서 슬프다.


상심에 차 있을 때, FC온라인이라는 축구게임에서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진행한 이강인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이 감독님이 왜 나를 안 써줄까.’ 이런 부분보다는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이 말이 너무 인상 깊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세상이 분명 나를 안 써주고 있기는 하다. 아직까지 내가 가진 잠재력 그리고 세상의 니즈를 잘 알지는 못하니까. 그걸 탐구하는 과정 중에 있다. 이강인은 뒤에 있어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그 '시기'가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도 자신은 계속 '경쟁 중'이라고. 살아남는 건 투쟁의 연속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언젠가는 쓰임이 오는 날이 있을까. 지금은 여전히 나름대로 조금씩 노력하는 중이다. 타인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면 쓸모가 있으리라. 솔직히 100% 될 거라는 믿음으로 가득 차 있다면 거짓말이다. 뚜렷한 성공 경험이 없고 남들과의 교류가 없었으니까.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올 거라는 단순한 믿음은 너무 생각 없는 낙관주의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조금씩 남들을 살피고, 따라 하고, 밖으로 나오려고 안간힘을 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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