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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광빈 Apr 22. 2020

'국뽕'을 넘어...코로나로 해외서 뭘 만들어내야할까

해외 언론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찬사를 보낸 내용을 전하는 국뽕류 기사를 쓸 때면 조심하게 된다.

독일 일부 언론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를 일찌감치 해 관련 소식을 3월 초부터 몇번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정신을 못차리던 독일 이야기를 전하면서 독일 언론이 전하는 한국식 대응에 대한 평가를 잣대로 독일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방식도 택했다.

이후 국뽕기사들이 매일 포털의 주요 뉴스가 되고 코로나19에 얻어터지는 서구사회에 대한 혐오 등의 반응들을 보면서 내셔널리즘의 그림자가 상당히 짙게 드리워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등 독일의 지도자들이 극우를 견제하고 시민사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시도때도 없이 하는 말이 내셔널리즘, 혐오에 대한 배격이라서 그런지 민감도가 높아진듯하다.

이후 해외에서의 한국식 대응에 대한 호평은 많은 기사를 통해 전국민한테 전달은 됐을 테니, 전달의 문제보다는 '외국이 그렇게 평가한다고 해서?'를 묻고 싶었다.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효용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지점이다. 국가브랜드 상승 같은 것이야,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긴 하다. 

해당국에서 한국을 칭찬한 기사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 해당국의 본심은 어떨지, 그런 기사가 나왔을 때 해당국에서 실리를 취하고 실질적 이미지 제고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묻고 싶었다. 해당국에서 살아가는 교민들은, 공부하는 유학생들은, 여행온 이들은, 해당국과 비즈니스하는 기업들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도 말이다.

일례로 독일 언론이 '미국 때리기'에 한국을 활용하는 것을 보면, 독일과 한국이 외교적으로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모티브를 발견할 수 있다. 

일간 타게스차이퉁은 지난 17일 자 '한국 총선은 미국을 위한 모범 사례'라는 기사에서 "미국은 이 동맹국(한국)을 잘 살펴봐야 한다. 미국에서는 곧 획기적인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면서 "미국의 절망적인 바이러스 위기관리 상황을 보면 한국과 같이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면서 문제없이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표현했다.

주간 슈피겔은 이번 주 호 코로나19 시대에 대한 커버스토리 기사에서 한국을 '모범 학생', 미국을 '문제 학생'이라고 지칭했다.

슈피겔은 지난 10일 '트럼프는 어떻게 미국을 코로나 붕괴로 몰아가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도 미국과 한국의 첫 확진자 발생일이 1월 20일로 동일한 데 "한국은 질풍 같은 속도로 검진 체계를 구축해 하루 1만 건의 진단을 한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달 26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우리는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독일 언론이 미국을 비판하면서 표적으로 삼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민주적 가치가 하락하고 고립주의가 강해졌는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더욱 극명히 보여줬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미국의 건강보험 제도도 비판의 대상이다. 탄탄한 공보험 제도를 갖추고 있는 독일과는 극명히 대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독일은 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대척점에 서서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WHO에 자금 지원 중단을 선언한 데에도 독일은 국제적인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독일이 추구하는 다자주의 관점에서 한국은 맞아떨어진다.

미국을 비판하면서 한국을 활용한 데에는 한국이 민주적 체제에서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데다 경제적, 지정학적 관점에서 다자주의를 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독일과 한국이 다자주의로 맞닿을 수 있다는 단초는 지난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주요 전체회의 중 하나인 '세계의 비(非) 서방화 : 변화하는 국제질서 내 다자주의' 세션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강 장관은 우리 정부가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화 같은 다자 이니셔티브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다자주의의 기초가 된 민주주의, 법치, 인권 등의 가치가 더는 서구만의 가치가 아닌 인류 보편적 가치라면서 다자주의 강화를 위한 한국의 역할과 기여 의지를 표명했다. 

이 세션에는 독일의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이 기조발언을 했다. 마스 장관은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원치 않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이 다자주의 질서를 유지 및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자주의는 좀 추상적이다. 실질적으로 양국을 어떻게 묶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외교부도 코로나19가 만들어준 기회에서 뭔가 해보려고 꿈틀꿈틀거리는 것 같다.

정범구 주독 한국대사는 지난 20일 자 타게스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정부가 경험한 내용을 공유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이 위기를 다른 나라들과 함께 극복하기를 원한다"면서 "한국은 독일과 같이 민주주의와 다자주의를 신봉하는 가치공유국으로서 더욱 긴밀하고 향상된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만들어준 연결고리가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공의 외교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문화적, 경제적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독일인의 머릿 속에 '쥐트 코레아'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잠깐 스쳐지나간 시기다. 독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그럴 것이다. 이 이미지를 고정시킬 수 있는 실질적 루트를 개척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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