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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광빈 Jan 17. 2021

코로나로 피해보는 사람만 '팍팍'주는 독일




어제 어떤 지인이 독일의 팬데믹 피해 지원제도를 물어와 아는 부분을 전해준 김에 한 번 정리를 해봤다. 정치권에서 독일 사례가 조금씩 언급되기 시작한다. 베를린을 떠나니 기억이 가물가물해졌지만 바로 알자는 취지에서… 


    독일의 지원 방향성은 한국과는 꽤 다르다.


    독일은 지난해 3월 팬데믹 초기 코로나19와의 장기적인 싸움을 예상했다. 메르켈은 지난해 3월 중순께 전국민의 60%가 코로나19에 한번씩 걸리거나 백신을 맞지 않는 이상 팬데믹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무시무시한 말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봐도 꽤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대국민 메시지였다. 


    독일의 대응정책 방향은 이같이 팬데믹의 장기화 전망 속에서 '소비진작'보다 '피해계층의 버티기'를 우선 목표로 두는 맥락에서 전개됐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는 돈 버는 기업, 사람들이 있는 반면, 자영업자 및 프리랜서와 같이 경제적 피해가 막심한 계층이 있다. 


    애초 복지 시스템이 탄탄한 독일은 기본소득이 아직 필요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특히 돈 벌고, 돈 잃는 계층이 명확히 구분되는 이번 팬데믹의 특징에 비춰 전국민에게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는 게 아니라, 피해자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지원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소비 등 경제는 팬데믹에서 살아남는다면 보복소비 등으로 급반등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헬리콥터로 뿌린 돈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비중도 크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을 터다. 애초 독일 정부가 시민에게 'stay home'이라고 호소하는데, 소비를 해달라고 독려할 명분도 약했다.


    독일 정부의 팬데믹 피해 대응정책을 요약하자면 '실업 방지'와 '자영업자 및 프리랜서 파격 지원'이다. 


    실업 방지는 소비 위축 및 감염 우려로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는 기업이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도록 사실상 급여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보상하는 정책이다. 


    독일 정부는 '자영업자 및 프리랜서 지원'을 위해 지난해 상반기 신청만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최소 5천 유로의 지원금을 통장에 꽂아줬다. 원화로 700만원 가까운 금액이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프리랜서 교민, 자영업자 교민들도 받았다. 영주권자가 아니고 체류 비자만 있어도 지원대상이었다. 외국인에게 지급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논란도 없었다. 외국인도 '이 땅에 더불어 사는 시민'이었다. 역시 발달된 시민사회 문화였다.  


    이와 달리 한국 정부가 최근 자영업자 및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지급 결정한 3차 재난지원금은 '100만원+알파'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해 5월 피해계층 집중지원 방식이 아니라 전국민(가계) 100만원 지원 정책을 펼쳤다. 검색해보니 들어간 예산은 14조원 정도였다. 우리는 체류 비자를 받고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도 줬을까…^^' 


    독일은 지난해 11월 2차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자영업자를 상대로 다시 파격적인 지원을 해줬다. 이번에는 '묻고 따졌다'. 재정건정성이 뛰어난 독일도 곳간이 점점 비어가자 관리를 엄격하게 한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전년도 해당 기간의 매출 70∼75% 정도를 보상해줬는데, 전년 수입 관련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 같은 지원제도는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의 독자적인 정책이 아니다. 


    연방제 국가인 독일은 팬데믹 대응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16개 주정부가 협의해 결정을 내리고 있다.  지원정책의 초안은 재무부가 거의 설계한다.  


    물론 긴급한 결정이 필요한 팬데믹 상황에서 이 시스템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각 주마다 사정이 다르고 정치적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타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진통 끝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뿐만 아니라 지원정책도 중앙정부와 주 정부 간의 회의에서 최종 결정돼왔다. 갈등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되, 관리하고 타협하면 된다는 독일식이다. 지원정책의 마지막 관문은 물론 의회다.   


   특파원 시절 당시 지원정책에 대한 중앙정부와 주정부들 간의 이견은 크지 않았던 인상이었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결정된 정책을 실시하되, 자체 재정상황을 반영해 세부적으로 조정을 한다. 베를린보다 부유한 뮌헨의 자영업자 및 프리랜서가 더 많은 지원금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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