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 제럴드의 흔적을 찾아서
I hope she'll be a foolㅡ
that’s the best thing a girl can be in this world, a beautiful little fool.
The Great Gatsby, F. Scott Fitzgerald
걱정이 생기면, 생각이 많아지고 스트레스가 된다. 그런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으니, 마음을 비우고 본인의 일에 집중하거나 쉬는 편이 낫다. 걱정거리가 많을 때, 그렇게 마음을 비우는 일은 쉽지 않은데, 자연을 곁에 두고 산책하다 보면 자연히 이뤄진다.
특히 파도, 폭포, 시냇물 등 물소리는 마음을 한 순간에 비워주는 마법을 보인다.
앙티베 Antibe의 바다를 보며, 피츠 제럴드도 그렇게 휴식했을까?
니스에 머물던 어느 날, 피츠 제럴드가 초대받은 앙티베의 호텔 뒤 캡을 찾아가 보았다.
니스에서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로, 그렇게 마지막 정거장에 내려 호텔 앞에 서니 무거운 철문이 가로막았다. 옆 문의 인터폰을 누르자, 조용히 문이 열렸다(..?). 정원은 식물원 수준의 규모였고, 여기저기 정원 일하는 젊은 인부들이 보였다. 목적은 호텔 카페에서 차 한잔하는 거였지만, 물어봐도 찾을 수가 없었고(?), 결국 그냥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호텔 정원 한 면은 푸른 지중해를 향하고 있었다. 피츠제럴드의 Tender is the Night 여주가 호텔 정원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 그녀가 마주한 장면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On the pleasant shore of the French Riviera, about half way between Marseilles and the Itanlian border, stands a large, proud, rose-colored hotel. Deferential palms cool its flushed facade, and before it stretches a short dazzling beach.
Tender is the Night, F.Scott Fitzgerald
'밤은 부드러워라'의 이 구절을 대략 번역하자면, 앙티베에 존재하는 - 마르세유와 이태리 국경 사이(프렌치 리비에라)의 중간쯤에 위치- 해변가에 야자수로 꾸민 뽐내듯 웅장한 장밋빛 호텔..인데, 이 호텔은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이기도 하다. (‘위대한 개츠비’의 일부 호텔 내부 배경은, 뉴욕이지만.. 나중에 뉴욕 편에서 다룬다.)
한마디로, 미국의 상류층들이 프랑스에서 즐긴 호화 호텔 중 하나이다. (저 구절 다음, 그곳이 소위 저명인사와 패션니스타가 여름휴가 즐기는 곳이라 설명한다.)
피츠 제럴드는 시계를 사려했던가, 아내인 질다를 위해 글을 쓴 적이 있다. 돈을 벌려고. 그것을 대놓고 말했고(인터뷰), 그걸 주워들은 헤밍웨이는 기겁을 했다던데.. 동기야 뭐가 됐던, 멋진 글이 나왔으니 된 거 아닌가.
'The Daily Ritual'에서 유명 예술가들의 일상 스케줄을 주욱 열거하던데, 그와 같이 예술가는 영감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좋은 습관(같은 시간에 일정 시간 작품)과 강한 의지 혹은 외부의 압박(데드라인)을 동기로 작품을 만든다. 창작열 자체가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습관이 중요한데 그렇기에 일상에서 벗어난 저런 여행에서는 작품이 나오는 적이 드물다. 하지만, 이런 여행의 결과 소설의 사실적인 배경과 인물이 등장한다.
돌아다니다 보니, 별채도 보였다. ‘밤은 부드러워라’ 소설에서 남주가 지낸다 하던, 특별한 사람을 위한 따로 집인가 싶었다.
참고로, 안티베에서 피츠제럴드 부부가 장기 투숙하던 호텔은 Hotel Belles Rives이다.
그들이 지내던 방은 투숙객이 있어 둘러보지 못했다. 호텔 뒤의 테라스에서는 와인 파티로 북적거렸다.
Hotel Belles Rives의 뒤편. 피츠제럴드는 바다를 향한 테라스가 있는 제일 위층에 머물렀다.
피츠제럴드의 부인, 젤다는 '밤은 부드러워라' 남주 부인의 모델이기도 하다. 소설의 사실적 묘사대로 히스테릭(신경증)이 심해지던 그녀는 결국 불안과 환청 증세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피카소 뮤지엄 옆, 앙티베의 바다 옆에 수많은 알파벳으로 사람 형상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말을 하기에 인간이고, 말이 곧 그 사람이지만, 말의 중요성과 허망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설치 예술이었다.
말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기에..
뮤지엄 근처의 카페에서 끼니를 때웠다. 나무 포크 나이프가 친환경을 표방하지만, 비주얼과 다르게 맛없는 팬케이크.. 내가 살다가 이렇게 맛없는 팬케이크를 먹을 줄 몰랐다.
프랑스에서 디저트는 실패한 경우가 없었는데, 이건 미국식 아침 메뉴라치자..
참고로 피카소 뮤지엄 근처에 작은 해변이 있다.
뮤지엄 앞에서도 너른 바다가 보인다. 바다를 바라보며, 안티베 당일치기 여행을 마무리했다.
사족
‘스케치와 함께하는 문학여행’은 2017년 봄에 이뤄졌다.
인용 문구는 펭귄 출판사의 Modern Classics 작품에서.. 2017년 영국의 공항에서 우연히 사서 읽은 Tender is the Night에서 인용했다.
어쩌다 보니, 피츠제럴드의 작품은 영문으로만 읽어서 영문으로 인용했다. 다음 기회에 번역본으로 인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