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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ly Jul 10. 2021

25. 우리 집 주토피아 에이전트

25. 우리 집 주토피아 에이전트



우리 집은 참 신기하다. 우리 집 담당 에이전트 팀(가명)은 본인이 신입이라고 하셨다. 당시 방 보러 간 이후 마스터룸과 발코니 룸 사이에서 피나는 고민을 한 끝에, 결과적으로 발코니 룸에서 살게 되었다. 이사 전 침대 시트와 베개, 조명, 장식품, 옷장을 새로 교체한 후 인테리어 끝난 방 동영상을 보내주시며 나보다 더 신나 하시던 밝고 친절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델처럼 훤칠한 키와 의외의 조합으로 영화 주토피아에 나오는 깜찍한 토끼 이모티콘을 자주 쓰시는 분이라, 지금도 그 이모티콘을 보면 그분의 신명 나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신입이라 아직 서툴고 모르는 것이 많다고 하셨지만, MCO 난관 속에서 입주자들을 위해 애쓰시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고 정말 고마웠다. 


초반에 현관문 앞에 방범창 잠금장치 부분에 문제가 생겨 내가 집에 들어갈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린과 다른 하우스메이트들은 집 안에 갇혔고, 나는 에어컨 없는 문밖에 갇혔다. 업무 도중에 택배를 받으러 콘도 로비에 내려갔다 온 사이, 방범창이 운명을 다한 것 같았다. 양손에는 택배를 가득 들고, 현관문을 열고 방범창을 사이에 둔 채로 린과 대화를 했다. 방범창 창살 사이로 몇 개의 택배 물품은 넣을 수 있었지만, 나는 안에 들어갈 수 없으니 시원한 물이나 에어컨은 그림의 떡이었다. 갑자기 서러웠지만, 에이전트분의 빠른 대처로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꿀 같은 에어컨 바람이 있는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MCO가 Full MCO로 전환된 이후에는 수리해주실 분을 외부에서 부를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점검할 게 있으면 최대한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써주셨다. 


최근에 4명의 입주자 중 3명의 생일이 몰려 있었다. 우리를 위해 직접 그분이 선물을 고르고 포장까지 해서, 회사 이름으로 우리에게 택배를 보내주셨다. 내 경우, 상자를 열어보니 물 온도가 표시되는 보온병, 핑크색 리본과 액세서리들, 미니 가습기, 작은 곰인형이 들어 있었다. 사실 나는 핑크색 리본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직접 생일을 챙겨주신 정성 자체가 감동적이었다. 입주자의 생일까지 챙겨주는 에이전트라니! 

셰어하우스나 스튜디오나 보통은 집주인과 바로 계약하지 않고 회사를 사이에 두고 계약을 하게 되는데, 직전 집에서는 에이전트가 집 안내와 계약을 담당한 뒤 이후 소통은 나와 집주인이 직접 했었다. 그런데 지금 집에서는 집주인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팀에게 매달 방세와 에어컨 비 송금한 영수증만 보내드린다.  집주인이나 회사 성향에 따라 다른 것 같다. 회사 담당자분들과 우리 유닛 입주자들이 속한 왓츠앱 단체톡방에는, 수리 등의 이슈가 있을 때만 단체방에서 이야기 나누고, 회사에서 최대한 바로 도와준다. 게다가 매번 생일도 챙겨주시니, 말레이시아의 모든 에이전트가 이렇지는 않지만, 코로나 속 타지살이에 한줄기 따스한 위안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집의 하우스메이트 구성원들뿐 아니라 담당 에이전트 팀도 독특하고 따뜻한 사람인 것 같다. 다채롭고 신기한 집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이사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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