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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ly Oct 12. 2021

27. 말레이시아에서 백신을 맞다(2)_7월 말

7월 말 1차 접종

우선 급했지만 휴가를 신청했다. 이틀이면 되겠지 싶어서 백신 맞는 당일 포함 2일의 휴가를 신청했다. 그리고 물병 들 힘도 없다는 후기에 잔뜩 기합이 들어간 나머지, 요리할 힘이 없을 것을 대비해 전날 배달음식을 2일 치 시켜두었다. 단백질이 필요하다고 해서 고기 종류가 포함된 메뉴로 했다. 고열이 날 것을 대비한 약, 이마에 붙일 쿨 패치, 비타민C 영양제, 주사부위에 붙일 방수밴드, 차단지수가 높은 마스크까지. 만반의 준비를 해 두고, 여권을 가방에 넣어두고 떨리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이 되자, 어플에 기재된 시간보다 조금 빨리 가도 된다는 후기를 믿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떨려서 잠을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씻고 준비물(?)을 다시 확인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불고기 볶음밥을 먹었다. 한국인 사장님이 하시는 가게에서 배달시켜두었는데, 불고기 볶음밥, 불고기 김밥, 치즈김밥, 치킨카레덮밥 등이었다. 백신을 핑계로 맛있는 것을 많이 먹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선택이었다. 



여러 백신센터들 중 내가 배정된 백신센터는 같은 KL 이내이긴 하지만 약간 거리가 있어서 그랩 택시를 탔다. 10시가 좀 넘은 시간이라 별로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무역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이 대형 백신센터는 백신 맞으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백신을 맞는다고? 다행히 군인, 센터 직원들, 자원봉사자들이 엄청 많았다. 그들이 신속하게 줄 서는 곳, 입장하는 곳, 질문지 등의 안내를 해 주셨기에, 어마무시한 인파에도 불구하고 줄 선지 30분도 안 되어 백신 맞는 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밖에서 줄을 서고 안에서 설문지 작성하고 최종 배정된 홀로 들어가서 번호표를 받는다. 그리고 홀 안 의자에 앉아서 본인 번호가 호명될 때까지 앉아서 기다린다. 이때 나만 신명나게 긴장하고 흥분되어 있었던 건지, 모두가 조용한 가운데 나만 불안하고 신나 있는 기분이었다. 아마 속으로는 긴장한 사람들이 꽤 있었을 것 같다.



번호 차례가 오면, 의사 선생님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불려 간다. 거기서 건강에 대한 질문과 백신에 대한 안내를 다시 받은 후, 최종 백신 부스 앞으로 가게 된다. 부스로 들어가는데 신나고 긴장되는 기분이라니.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을 봐서, 코로나가 걱정되기보다는 사람이라는 생명체를 본 반가움에 신이 났던 것도 있고, 백신 때문에 긴장한 것도 있었다. 접종해주시는 분들은 백신 병, 주사기로 백신을 병에서 뽑는 과정, 용량까지 다 안내해주시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도 된다고 했다. 백신을 빼돌린다는 의혹이 없도록 하시는 것 같은데, 나는 기념으로 백신 병만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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