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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e Yang Jan 16. 2020

핀란드에서 추운 겨울 하루살기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일주일, 그렇게 50일이 금새 지나가겠지

너무나 추워서 코끝이 찡하다....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인터넷으로 예약한 호스텔 바로 앞까지 찾아가려고 길에 내리니 따뜻한 버스 안과는 달리 찬바람은 온 몸을 감싸고, 온세상은 하얗게 눈이 덮여있어 두리번 두리번 여행객스러운 행동으로 누구에게 물어보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탐색하고 있었다. 음....핀란드인들이 영어를 잘 할까? 지난 번 여름에 왔을때는 헬싱키 번화가이며 여행객이 많은 번화가에 호텔이 있었기에 붙잡고 물어보는 사람마다 다 편하게 영어가 술술나오는 핀란드인들이었다. 물론 그 사람들이 핀란드인인지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모르겠고, 이번에 와보니 핀란드에는 핀란드인만 사는 게 아니였다. 사회복지국가인 이 나라에 이민자가 얼마나 많은지 핀란드인 외에도 발칸 3국에서 온 사람, 러시아인, 영국인, 미국인, 스페인 외 타 유럽국가에서 온 사람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대충은 알아보았지만 일주일만 지냈던 그때는 몰랐다. 아니 여행에 마음이 들 떠 별 신경을 안썻던 것도 같다. 마켓옆이라던데 대체 S Market은 어디에 있는지...옆으로 지나가는 금발머리의 핏기없이 창백한 하얀 피부를 가진 젊은이에게 물었다. "Can I ask you something? Is S Market around here?" "It's just around that corner. Do you see the intersection on the left?" "Oh, yeah~ I see it. Thank you so much." 이건 뭐 미국사람같이 영어를 구사하잖아? 다행이다. 핀란드인은 영어가 편하게 자연스럽게 나오는구나! 앞으로의 50일은 걱정 없겠네....


남들 놀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난 놀러가. Why? 성수기가 아닌 비수기에 놀러가면 비행기표두 싸고, 숙박비도 저렴하기 때문에 돈도 절약하고 제일 중요한 건 여행지에 박물관이나 유적지 같은 곳에 가면 줄이 성수기에 비해 비교적 짧거나 아예 없다는 거...이것때문에 내가 비수기를 좋아하는 이유다. 내 시간에 따라 움직이고 좀 더 여유롭게 동선을 만들 수도 있으며, 제일 중요한 건 사진 찍을때 내 사진구도에 다른 여행객들이 안나오는 각을 찾기 쉽다. 지난 여름 핀란드와 스웨덴 방문때는 날이 너무 좋은 여름이였고, 날이 쨍쨍해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너무 이쁘게 잘 나왔으나 어디를 찍어도 Tourist가 안 나올 수 없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성수기였다. 그때의 일주일 일정이 호텔과 비행기표만 구입하는데 $3,000가량 들었다. 거기에 헬싱키카드(박물관과 major attraction site 입장료, Ferry 포함)와 식비, 기념품까지 포함 대략 $3,500을 썻다. 호텔은 여자 혼자 여행가므로 비교적 안전한 디자인 디스트릭에 위치한 가격이 다소 비싼 곳을 잡았다. 여행 떠나기 전 서치해보니 북유럽은 여자혼자 여행하기에 안전한 곳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안전한 나라의 안전한 지역에서 지내다오고 싶었다. 여행은 일단 항공권 구매로 날짜가 정해지지만 그에 앞서 호텔이나 에어비앤비, 호스텔 등이 제일 저렴할 때를 찾아서 항공권을 예약해야 한다. 여행가방 싸는거 역시 한번에 싸서는 늘 가방이 넘치기 때문에 적어도 세 번은 다시 뒤집어 덜어내야 짐가방이 여행애 정말로 필요한 엄선된 아이템들로만 남게 된다. 한 달 이상의 여행은 처음이라 설레고 가슴뛰다가 정작 가방싸는 건 미리미리 못 해 떠나는 날 아침까지도 짐을 덜어내느라 엄청 고생했다. 가방은 미리 미리 싸두자!


그렇게 들고 온 Luggage이건만 너무나 무거워 겨우 찾은 호스텔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2층에 위치한 호스텔까지 혼자의 힘으로 들고 올라가려니 참으로 난감했다. 계단이 30~40개가 되더라는...인터컴으로 문을 열어준 후 내가 올라오지 않자 CCTV로 보았는지 2층에서 직원이 나와 "Do you need help?"하고 친절히 물었다. 물론 난  "Yes, please~" 힘이 장사같이 센 직원이 나와 단번에 들고 올라가 줬다. 드뎌 여권과 카드를 보여주고 첵인에 성공, 전자카드가 연결된 개인사물함에 귀중품(여권과 카드는 왠만하면 라커에 보관하기를 추천한다)을 넣어두고 커다란 짐가방은 침대 머리맡에 두고 출출해서 바로 근처 마켓으로 간식와 식재료를 사러 나갔다. 호스텔 찾을 때 봤던 S Market으로 출발, 걸어서 2분 거리였다. 편의점같은 싸이즈인데 신선한 과일과 야채가 가득했다. 비행기를 오래타면 늘 그렇듯 배에 가스가차서 불편했다. 이럴 땐 과일과 야채지....그리고 요거트. 아, 내일은 호스텔에 키친이 있으니 북유럽 재료로 내식으로 요리를 좀 해봐야겠다. 감자, 베이즐, 샐러드, 소세지, 쌀, 블루베리쥬스, 요거트, 사과, 레몬과 맥주 두병을 구입하는 데 35유로가 들었다. 음, 나쁘지 않네....엘에이 물가랑 그닥 다르지 않구나, 안심했다.


아침 도착이라 비행기에서 스크램블에그와 감자만 먹어서 출출했다. 요거트와 샐러드, 사과를 먹고나서 호스텔에 배치되어있는 여행책자를 뒤적이다 시차때문에 너무나졸려 자러 들어갔다. 미리 준비해 온 안대를 끼고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니 깜깜했다, 시계를보니 저녁 6시. 저녁먹을 시간이네...바깥 구경 좀 해볼까? 도착은 오전이라 따스한 햇살이 있었으나 밤이 되니 찬기운이 방까지 들었다. 단단히 무장을 하고 장갑에 모자까지 눌러쓰고 스노우부츠를 신고 계단을 내려갔다. 출입구 문을 열고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 우왕, 눈물나게 춥구나. 이건 영하 7도가 아니라 체감온도 영하 20도 같은걸. 멀리 못가고 한블락 떨어진 곳에 위치한 베트남 음식점으로 뛰어 들어가 포 한그릇과 스프링롤, 맥주 한 잔을 시켰다. 뜨아 45유로. 힙한 인테리어에 젊은이들이 맥주도 가볍게 겹들이는 혼술하기에도 속색없는 맘에 드는 스팟을 찾았다. 가격이 쫌 어마무시하지만 생각해보니 나는 지금 물가가 비싸다는 북유럽의 헬싱키에 와있지 않은가? 앞으로 외식은 줄이고 마켓에서 사다 요리를 해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호스텔에 들어오니 낮에는 개미한마리 안보이더니 밤이 되니 다들 들어와 라운지가 전세계에서 모여 든 젋은이들로 붐볐다. 호주, 영국, 독일, 러시아, 베네수엘라, 그리스, 일본에서 온 많은 사람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내일은 어딜 가볼껀 지 어디가 제일 추천하고 싶은 지 서로 의견을 교환하다 10시엔 각자 방으로 들어가 조용해졌다. 다들 시차때문인지 방에 들어와서는 바로 잠드는 사람이 없었다. 각자 침대에 불은 꺼진채 핸드폰이나 랩탑의 불들로 가득했다. 내가 있던 방은 벙크베드가 4개, 8명이 함께 쉐어하는 방이였는데 두 명만 잠들고늦은 밤까지 다들 핸드폰 불빛이 환하게 비추었다. 나도 카톡으로 식구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인스타와 페북을 하다 12시쯤 되니 졸려 잠이 들고 싶어졌다. 안대(비행기에서 나눠주는 거 말고 약간 두터운 라벤더향이 은은히 풍기는 eye cover)를 준비해 오길 참 잘한거야....이렇게 나의 북유럽여행기 데이 원이 끝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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