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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펫 Jan 30. 2019

인류와 고양이, 그 관계의 역사 훑어보기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는 부침(浮沈)의 역사

고양이 미이라 모형

 요즘 같이 추운 날씨가 되면 길고양이들이 걱정되어 골목을 누비며 끼니를 챙겨주시는 분들이 있지요. 반면 매일 마당에 쌓인 고양이 똥을 치우며 "이 냄새나는 고양이들!" 이라며 욕을 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이 시대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공존해요. 요즘에 들어서야 고양이를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한층 친숙한 동물로 자리잡았지만 불과 10년전만 해도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지금보다 굉장히 많았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싫어하는 사람들의 갈등

어린 시절 유명한 소설가 "애드거 앨런 포"의 <검은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TV에서 보았어요. 고양이를 굉장히 악마적인 존재로 묘사하는데, 그 프로그램을 본 뒤로 고양이는 무서운 존재라는 이미지가 생겨나 버렸죠. 그래서 저는 오랫동안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아이로 자랐어요. 그 외에도 고양이는 배신의 아이콘이라는 여러 이야기를 접하기도 했지요. 그러던 와중 고등학생 무렵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수의 고양이를 읽고 고양이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지요.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고양이>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고양이들

 그런데 왜 저는 도심의 골목 어딘가를 전전하고 있는 고양이들, 시골 동네 곳곳에 자리잡은 고양이들을 흔히 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TV나 책과 같은 매체를 통해 고양이를 배웠을까요. 현실의 고양이를 그 모습 그대로 바라볼 수 없었던 이유는 뭘까요? 아마도 제가 속했던 사회와 고양이가 맺고 있던 관계를 아무런 생각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당시 저는 어렸으니까요. 

우리집 고양이 맹수

 어른이 된 저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요. 고양이는 제 일상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에요. 아침을 고양이와 함께 맞이하고 잠자리에 함께 들며 하루의 시작과 끝을 같이 해요. 이제는 고양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 볼수 있어요. 왜냐면 저에게 고양이란 가장 가까운 현실이거든요. 

유기묘 입양률이 90%가 넘는 독일의 동물보호소

 유럽은 고양이가 강아지 못지않게 인기가 많아요.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만큼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많고 이 둘을 함께 기르는 가구도 굉장히 많지요. 동물권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높아서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갖가지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요. 그런데 유럽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이랬을까요? 아니에요. 불과 몇백년전까지만 해도 고양이는 이렇게 친숙한 동물이 아니었지요. 


중세시대의 고양이 그림들

 중세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그림이에요. 당시엔 기독교적 세계관이 유럽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어요. 당시 고양이는 마녀와 연관되어 있었어요. 마녀로 지목된 이들을 불에 태워 죽이는 등 잔인한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는 동시에 고양이 사냥도 성행했어요. 이 당시 고양이를 묘사하는 예술 작품을 살펴보면 고양이는 몹시 기괴하고 이상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요. 지금 우리가 아는 고양이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지요? 중세 시대의 고양이 그림은 당시 사회가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했는지를 말해주지요.  


이집트에서 신격화된 고양이

중세의 기독교인들은 왜 이렇게 고양이를 싫어했을까요?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약 5000년전 이집트 문화가 번성했던 때로 돌아가보죠. 당시 이집트에서 고양이는 신으로 추앙받았어요. 곡물을 갉아먹어 식량을 축내던 쥐의 천적이 고양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이집트인들은 고양이에게 풍요, 다산의 이미지를 부여했어요. 기르던 고양이가 죽으면 사람들은 통곡하며 눈썹을 밀었다는 기록이 있고, 무지개 다리를 떠난 자신의 고양이를 미라화 하기도 했지요. 어떤 파라오는 고양이를 쓰다듬을때 긴 소매가 고양이를 귀찮게 하자 소매를 잘라버렸다는 기록도 있고요. 

이집트에서 발견된 고양이 미이라 

 아마도 인류사를 통틀어 고양이가 가장 높은 대접을 받았을 때가 이 당시였을 거에요. 신격화된 고양이는 사람 노예보다 훨씬 극진한 대접을 받았지요. 그런데 당시 이집트의 노예들은 대부분 이스라엘인들이었어요. 혹독한 노동과 학대를 감당해야했던 이스라엘인들이 자신보다 높은 대접을 받던 고양이를 곱게 볼리가 없지요. 그들에게 고양이는 곧 불합리합과 불평등을 떠올리는 존재가 되었어요. 마치 18세기 부르주아들이 기르던 고양이를 노동자들이 증오한 것과 같은 맥락이지요. 그래서 구약에서는 고양이를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아요. 기독교와 고양이, 그리고 중세 마녀와 고양이 사냥에 대한 역사는 이렇게 연결되어있어요.

르네상스 시대 작품속 고양이들

 고양이 묘권의 황금기 이집트 문화를 지나고, 암흑기 중세를 지나 16세기에 접어들면서 르네상스 시대가 시작되어요. 르네상스 정신의 요체는 "인간 중심"이에요. 중세시대의 종교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요. 종교와 예술을 분리하기 시작해요. 그 방법론으로써 과학이 등장했고요. 드디어 종교라는 필터를 거치치 않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시작한거에요. 르네상스가 시작되면서 기독교적 세계관과 대립하는 악마적 존재로써의 고양이가 아닌, 존재하는 그대로의 고양이가 등장해요. 

야코포 바사노, 에마우스 집의 만찬(1537년)

 르네상스 시대가 인간 중심적인 시대라고 하지만 이런 변화가 한번에 찾아온건 아니에요. 세상은 한 세대가 흘러가고 다음 세대가 그 자리를 메꾸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변하거든요. 그래서 르네상스 시대에도 종교화는 그려졌어요. 다만 종교화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모습은 달라졌어요. 위 그림은 예수님이 자신의 신분을 두 사도에게 밝히는 장면이에요. 고양이가 보이시나요?  바닥에 엎드려 있는 강아지에게 장난칠 기회를 엿보고 있는듯한 모습이에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과 똑같아요. 종교화에 동물이 등장하는 것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시대를 초월해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동물들의 일상은 그림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효과가 있어요. 

로코코 시대의 고양이와 아기 그림(좌), <카나의 결혼식> 부분 발췌(우)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을 보면 고양이가 자는 모습, 사람에게 안겨있는 모습등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등장해요. 쥐를 사냥하는 실용적인 용도로 기르는 동물에서 벗어나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 애완동물로 위상이 변하는 시기이지요. 


작자 미상 <개와 고양이를 안고 있는 남자>

한손에는 고양이를, 한손엔 강아지를 안고 있는 청년의 그림이에요. 고양이는 지혜로움을 상징하고 개는 충직함과 온순함을 상징한다고 알려져있지요. 대조되는 두 가치를 모두 품은 이 남자가 신비로워보이지 않나요? 이처럼 고양이는 르네상스 시기를 거치며 점차 사람들의 생활속에 깊숙히 자리잡게 되었지요. 더불어 여러 학자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사랑받는 동물이 되어가요. 

구스타프 클림트(좌)헤밍웨이(중간)말론 브랜도 (우)

 물론 현대라고 해서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있는건 아니지요. 간혹 쥐약이나 농약을 먹고 길고양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안타까워요. 왜냐면 저에게 고양이란 생활 가까이 항상 함께 있는 존재이거든요. 하지만 누군가는 길가의 비둘기나 고양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 있겠지요. 고양이와 사람간의 거리가 시대별로, 혹은 사회가 달라짐에 따라 멀어졌다가 가까워짐을 반복해왔듯 개인마다 호불호가 있을 수 밖에 없어요. 사랑이란 강요한다고 해서 생겨나지 않잖아요.

한국의 고양이들

 저는 이 포스팅을 통해 고양이가 지금 우리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습 그대로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과 공존해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쩌면 당신의 집에서 한가로이 낮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의 유전자에는 이집트 왕국의 파라오가 신으로 추앙하던 그 고양이의 유전자가 섞여 있을지도 모르지요.


네가 나를 기르고 길들이면 우린 서로 떨어질수 없게 돼. 넌 나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사람이 되고 난 너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될테니까

<어린왕자> 中

 

 고양이는 개와 마찬가지로 인류에게 길들여졌고 친구가 된지 오래된 동물이에요.  어때요. 낯설게만 느껴지던 고양이들이 조금은 가까워보이지 않나요? 앞으로 도시 어디에선가 길고양이를 만나게 되면 그들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세요. 분명 오랫동안 인류를 매료시켜온 사랑스러운 구석을 발견할 수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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