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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Mar 02. 2024

다정하고 다정하고 다정한 브런치

안녕하세요 작가님들. 저는 피어라라고 합니다. 50초반의 아주아주 평범한 아줌마지요. 지나가는 말로라도 누군가의 흥미를 끌거나 호감을 받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저 여기에 계속 글을 쓰고 있을 뿐이지요.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모여 글을 쓰고 계신 작가님들 중에, 이 글을 보시는 분은 과연 몇명이나 되실까요? 



브런치 작가가 되고 글을 쓴 지 햇수로 4년입니다. 21년에 첫 글을 올리고 지금까지 300개 가까운 글을 올렸습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나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꾸준히 글을 발행했지요. 자식은 미우나 고우나 한 없이 소중한데, 글은 그렇지는 않더군요. 보기 싫은 글이나 부끄러운 글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꽤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래도 이 곳에 풀어놓고나면 누군가는 읽어주시고 그 중 다정하신 분은 하트도 눌러주시고 더 다정하신 분들은 댓글도 달아주셨습니다. 마음을 주고 받으며 가깝게 느끼는 분들도 생겼습니다. 그 분들의 다정함이 있어 지금껏 쓰고 있습니다. 읽히는 글이 얼마나 큰 기쁨과 만족감을 주는 지 알게 되었고요.



얼마 전까지 브런치북 연재에 [부끄러움 수집가]라는 제목으로 12편의 글을 올렸습니다. 나의 실수와 타인의 부족함을 솔직히 드러내는 일은 정말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내가 모자란 일을 드러내는 것은 괜찮았습니다. 원래도 그렇게 훌륭하고 섬세한 인간은 아니라서요. 아픈 일들을 고백하는 것은 망설임은 있었지만 드러내며 치유하는 계기도 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조심히 털어놓는 듯한 느낌으로 써내려갔지요. 쓰면서 진솔해지고 나를 정리하게 되어 쓰면서도, 쓰고나서도, 참 감사했습니다. 



각오를 하고 시작하긴 했지만 제 부끄러운 일을 마주하는 일이 생각보다 심리적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하더군요. 그래서 마지막 글을 올리며 마무리 했습니다. 남편 이야기로요. 사실 고민도 했습니다. 내 얘기가 아니니까요. 혹시라도 남편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싶은 걱정을 잠시 했지만 솔직하게 털어내고자 발행글을 올렸습니다. 늘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그 글이  지금까지 제가 브런치에 올린 글 중에 가장 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 브런치에 제가 모르는 작가님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그저 조회수가 폭발하고 댓글이 달리는 것이었다면 운이 좋았다거나 어쩌다 반응 좋은 글을 썼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가끔 다음 메인에 걸린 다른 글들처럼요. 어쩌다 노출이 되어 읽어주시는 것도 감사한데, [남편이 백수입니다]를 읽고서 좋아요를 눌러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이 생겼습니다. 하나하나 진심이 담긴 문장들. 공감을 해주시고 용기를 주시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글들이었습니다. 얼마나 얼마나 다정한지요. 어느 곳 어느 시간인지 모르지만, 어느 기기를 사용한지도 모르지만, 온라인을 통해 누군가의 다정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서히 땅에 스며드는 봄비처럼, 걱정하고 초조하던 제 마음에 누군가의 다정함이 스며들어 온 마음이 따스하고 말랑해졌답니다. 



그저 글 하나를 읽은 것 뿐인데, 그 글을 타고 이전 글들 까지 하나하나 읽어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알람을 확인하며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이 전 글들은 어땠더라? 어떤 글이더라? 읽어주실만한 글이었던가? 예전 글을 보고 실망하거나 후회하시는 분이 계시면 어쩌려나,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래도 누군가가 읽는다니 설레고 감사했습니다. 이 마음을 뭐라고 표현할까요. 



그저 호기심에 클릭하고 글 한 편 읽고 가신 것이라 해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신청했다가 다음 글은 안 읽으실 수도 있고, 취소하실 수도 있고 잊어버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읽어준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하는 사람도 있답니다. 다정함 한 조각 내어주신 브런치 작가님들께 제 마음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또 4년 동안 열심히 글을 쓰다보면 많은 분들이 읽어주실만한 글, 한 편은 쓸 수 있겠지요. 그때는 어느 작가님이 제 이전 글들을 쭈욱 찾아 읽으셔도 부끄럽고 민망하지 않도록, 오래오래 진심을 담아 열심히 써나가겠습니다. 



다정한 브런치에서, 다정하고 싶은 피어라가  다정한 작가님들에게 전합니다. 앞으로도 제가 만나고 겪은 세상의 다정함들을 적어보고 싶습니다. 에필로그를 대신하며 피어라가 적었습니다. 브런치에서 만나는 모든 작가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건필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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