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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Apr 17. 2024

작고 쪼꼬매서 서러운 짐승

나는 눈이 좋지 않다. 시력도 나쁘고 안구 자체상태도 좋지 않다. 노안과 비문증, 안구건조증과 알러지성 결막염 등등은 기본 옵션이고, 망막에 주름이 잡혀있어 3개월마다 간단한 검진을 받고 있다. 사실 그 전에 망막이 살짝 들려 망막박리가 올 수 있다하여 예방차원에서 못을 박듯 레이저로 고정시키기도 했다. 실질적인 효과보다 심리적 효과가 더 크다는 오메가3는 물론이고 아예 병원에서 처방받은 망막혈관에 좋은 영양제도 같이 먹고 있다.


며칠 전부터 눈과 코가 간지럽고 가려운 환절기 증상이 나타나길래 퇴근하며 얼른 안과를 찾았다. 예방차원으로 알러지 안약만 처방받으려고 했더니 접수처에서 지난 겨울에 귀찮아서 건너뛴 검진을 오늘 받겠냐고 물어왔다. 찾은 김에 겸사겸사 그러기로 했다.


안과검사 자체가 어렵고 힘든 건 아니다. 단지 눈을 크게 뜨고 깜빡이지 않는게 생각보다 고역일 뿐이다. 안구건조증탓에 몇 초간 눈을 뜨고 있는 것도 미치도록 괴로운데, 눈을 크게 뜰 수가 없다. 애초에 눈이 작아서.


신이 나를 흙으로 빚을 때, 엄청 사랑했던거 같다. 흙을 듬뿍 뜯는 바람에 흙이 많이 남아 눈두덩에다가 잔뜩 붙여놓았던거다. 그래서 눈이...눈이...겨우 단춧구멍만하게 뚫려있다.


내 작디작은 눈 덕에 검사를 진행하는 간호사는 자꾸 눈 크게 뜨라고 말하고, 나는 이게 최대한 치뜬 눈인데 뜨라고 말을 들으니 억울하고, 있는 힘껏 눈을 뜨다보니 힘들어서 자꾸 깜빡이게 되고. 결국 간호사가 내 눈꺼풀을 손으로 잡아 벌린 상태로 사진을 찍는다. 눈이 나쁜 것도 서러운데, 작기까지해서 더 고난을 겪어야 한다. 안타까움과 슬픔이 두 배쯤 증폭되고 나면 검사가 끝난다.


검사를 마치고 진료실에 들어가 설명을 들었다. 다행히 망막 상태가 괜찮다고 한다. 더 나빠지지 않았으니 막힌 마이봄샘만 시원하게 쥐어짜고  3개월 치 알러지약, 히알루론산 누액, 영양제를 처방받아 나왔다.


청라베스트안과사진입니다


가끔 밸런스 게임으로 눈 건강 vs 치아건강, 이런 질문을 보는데, 나는 항상 눈건강을 고른다. 눈이 안 좋으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자유롭지 못할까봐 걱정이된다. 작고 부실한 눈이라도 오래오래 잘 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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