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어라 Oct 02. 2024

4, 50대가 카톡으로 제일 많이 주고받은 메세지는?


까똑, 단체톡방에 새 메세지가 올라왔다는 알림음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그림 하나가 올라왔다. 카카오에서 공개한 연령별 많이 쓰는 단어라는 편집된 이미지였다. 


10대는 귀여워와 메롱, 힝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고, 20대에서는 똥, 배고파가 눈에 띄였다. 1학년 아이들이 많이 쓰는 똥이라는 말을 20대가 많이 쓴다는게 조금 웃겼다. 30대는 술과 후덜덜. 직장인의 비애가 느껴지는 단어였다. 여기까지는 그렇구나 하고 웃으며 읽었지만 그 다음 4,50대는 나와 비슷한 연령대인만큼 좀 더 집중해서, 호기심을 가지고 읽었다. 


40대들이 가장 많이 주고받은 메세지 속의 단어는 수고했어, 힘내, 그래, 최고, 맞점 같은 말이었다. 가정을 책임지며 아이를 키우며 직장에서 일하고 있을 젊은 부모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힘내, 최고, 수고했어, 라고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그래도 먹고 살자고 말하는 이 시대의 부모들. 먹고살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말들이 거기 있었다. 마음 속에 짠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무언가가몽글몽글 퍼져나갔다.


그 다음 나와 같은 나이 사람들이 주고받는 단어를 확인할 때는 조금 긴장됐다. 어떤 말들을 주고 받고 있을까, 그 말 속에 무엇이 담겨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50대들은 끄덕, 축하드려요, 행복해, 오케이, 충성등의 단어를 가장 많이 썼다. 직장에서 버티고 버텨 승진을 하고, 집에서는 자녀의 대입을 치르고 군대를 보내고 결혼을 시키는 사람들, 그렇게 늙어가는 50대 다운 단어들이었다. 그리고 저 단어들을 카톡에서 주고받은 알지 못하는 50대들이 너무 부러웠다. 나는 승진도 못해봤고, 남편도 그럴 것이며, 자녀의 합격으로 축하한다는 말들을 주고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 카톡창에 축하드려요라는 메세지를 받을 일이 뭐가 있을까. 복권당첨이라도 되어야하려나. 아, 복권이 당첨되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을 예정이니 받지는 못할 것이고, 친구들과 주고받는 안부메세지 끝에 나오는 행복해라는 인삿말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이 축복의 마음만이라도 열심히 나눠야지. 물론 '행복은 삶을 잘 살아낼 때 주어지는 뜻밖의 횡재 같은 것이지 목표로 삼지는 않지'만 말이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중에서)


어제는 각 학년 부장들이 참석하는 교육과정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다음 달 학교운영과 업무추진상황, 학년별 교육과정 진행을 점검하는 월례회의다. 교장, 교감과 함께 모여 회의를 마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연령대별 카톡 메세지 이야기를 꺼냈다. 공감하며 듣던 교장선생님이 "그럼 60대가 쓰는 말은 뭐에요?"하고 물으셨다. "그건 카카오에서 집계를 안하더라고요."했더니 60대는 서럽다면서 웃으셨다. 그러고보니 60대, 70대, 80대들이 쓰는 단어는 왜 통계를 안냈을까? 100세 시대에 80대도 충분히 카카오톡으로 메세지를 주고받지 않을까 싶은데. 


내가 60, 70, 80이 되면 사람들과 어떤 단어들로 소통하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을까? 그때도 여전히 카카오톡이나 혹은 다른 SNS를 사용하더라도 관계를 맺고 있기를 바란다. 아프다, 힘들다, 도와줘라, 어렵다, 이런 말들 말고, 고맙다, 덕분이다, 보고싶다, 같이 하자, 믿고있다, 괜찮다, 같은 말들을 돋보기 안경을 추겨올려가면서 느릿느릿 핸드폰으로 적고싶다. 무엇보다 십대부터 오십대까지가 선택하지 않은 이 말을 진정으로 많이 하고, 또 듣고싶다. '사랑해'라는 말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