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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상 Oct 15. 2020

거북이 사장님은 잘 지내시죠? (1)

이십대의 끝자락에 카페를 시작해서 어느 덧 삼십대 초반이 되었다. 네번의 여름과 세번의 겨울을 지나 이제 다시 네번째 겨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아직 지나온 시간보다 남아있는 시간이 훨씬 많이 남아있다는 걸 잘 알지만 이렇게 몇 해가 지나는 시간동안 나에게 힘을 보태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은 그들 중 한 명, '거북이 사장님'의 이야기다.


옆집이 내어놓은 탕수육에 행복하던 얼간이들이 커피집 사장들이 되었다. 아이고 이제 우리가 탕수육을 다 사먹네.


거북이 사장님과 나는 대학에서 만난 같은 과 동기다.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했을 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했던 나는 그 시절 거북이에게 함께 살며 월세를 함께 부담하기를 제안했다. 혼자 살려고 하던 거북이는 그렇게 반 강제로(?) 설득 당해 또 한명의 친구와 함께 셋이 살게되었다.


나는 이미 그때부터 주말이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평일에는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학교생활을 했다.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했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항상 배가 고팠고 주머니는 늘 텅텅 비어있었다. 언제나 배는 고팠고 밥보다 술은 더 고팠던 시절이었다.


어느 주말 아침, 담배를 피우러 나갔던 거북이와 친구가 헐레벌떡 집으로 들어왔다. 피우려던 담배에 불도 붙이지 못하고 들어온 둘은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탕수육이 있어..!"


다름이 아니라 옆집에서 어젯 밤 잔뜩 중국음식을 시켜먹고 몇 점 먹지도 않은 탕수육을 그대로 내놓았다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그 탕수육은 옆집이 먹고 남긴 음식물 잔반이 아니라 누군가가 준 행복한 만찬으로 느껴졌을 만큼 우리는 그렇게 배가 고팠다.


"뭐하고 있어. 얼른 가져와야지!"


그 날 우리는 아침부터 행복했다. 남이 내어놓은 탕수육을 먹는 일이 수치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귀한 음식을 아침부터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날이었다.


요즘도 거북이 사장님과 종종 중국음식을 시켜먹을 때에는 꼭 탕수육을 시킨다. 그리고 항상 그 때 일을 이야기하며 감동한다.


"아 우리가 이제 탕수육을 시켜먹고 있어."


졸업 후 우리는 방송작가와 방송국 카메라 스태프로 일했다. 그러다가 나는 영화 홍보마케팅 회사를 거쳐 카페 점장이 되었고, 거북이도 여의도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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