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게도 오금동 커피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꼭 매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직원분들의 평균 근속 기간이 꾸준하게 상승 중이다. 이 사람들은 오금동 커피가 너무 좋다고 이야기한다. 일하는걸 즐거워하는 게 눈에 보인다. 이상한 사람들이다.
물론 사장인 내 앞에서 나를 위해 배려하는 제스처일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내 앞에서 그런 제스처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가끔은 고마워서 눈물이 울컥한다.
나는 잘해주는 사장이 아니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니다. 나를 객관화해서 내가 정말 잘해주는 사장인가?라고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따뜻하게 대하지도 못하고 감정적으로 깊게 동화되지도 못하는 사장이다.
아, 감정적인 공감. 이건 근데 변명거리가 있다. 내가 감정적 공감을 자제하는 이유가 있다. 감정적으로 과도하게 동화되면 반대로 내가 힘든 순간에 직원분들에게 지나치게 의지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나의 가족같던 옛 사장님들을 통한 임상경험이 증명한다. 힘든 순간에 구구절절 내 감정을 내어놓고 직원들에게 공감을 요구하는 건 또 다른 감정의 노동을 요구하는 일이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감정을 노동하게 하는 일은 육체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노동이다. 내가 페이하는건 육체 노동에 대한 계약이지 사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노동의 대가가 아니다.
처음 카페를 오픈할 때부터 사장은 원래 항상 힘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나처럼 조그만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이든, 커다란 대기업을 이끄는 회장이든 어쨌든 예민하고 힘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 근데 뭐 내가 대기업 회장님의 마음까지는 감히 모르니까. 적어도 나는 그렇다.
아무튼 내가 잘해주는 건 많지 않다. 우리 카페는 바쁜 시간의 노동강도가 낮은 이른바 '꿀 알바'도 아니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최대로 올려도 바쁜 점심시간이 지나면 등이 땀에 젖을만큼 바쁜 곳이다. 손님이 없을 때에도 수행해야 할 업무를 잔뜩 만들어내는 곳이다. 사장 성격도 그리 둥글지 않다. 오히려 까칠한 편이다. 뭐 하나 눈에 흐트러진 것이나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그냥 잘 넘어가지를 못해서 업무를 지시하는 자꾸만 귀찮게 만드는 곳이다. 나 역시 그걸 잘 알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는 것. 일찍 출근하지도 늦게 퇴근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정해진 업무를 미루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대신 방만하지도 않게 성실하게 수행하면 된다. 그게 내가 바라는 일이다. 나머지는 나의 책임의 영역이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정해진 날이나 혹은 그 하루 전에 월급을 입금하고 계약서상에 명시된 보너스 지급일에 보너스를 약간 드릴뿐이다. 그저 정해진대로 약속대로. 챙겨야 할 수당이 발생하면 감추거나 잊지 않고 챙기고 퇴직금이 발생하면 퇴직 전에 먼저 말할 뿐이다. 그냥 정해진대로 약속대로.
난 그저 정해진대로 일할 뿐인데 그것만으로 다들 기분 좋게 일한다. 그리고 나에게 좋은 사장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게 이상하고 눈물 나게 고맙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내가 할 일을 한 것뿐인데 그걸 했다고 나에게 좋은 사장이라고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은 성실하게 수행해놓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수행했다고 그렇게 말한다. 좋은 사장이라고. 다들 속고 있다. 이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