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오금동커피의 세번째 공간이자 두번째 카페를 열고 싶은 생각에 카페의 자리를 보러 다니는 시간이 많아졌다. 두번째 카페를 열겠다는 생각이 드니 첫번째 카페를 열 때보다 오히려 생각할 부분이 더 많아졌다. 그 만큼 내가 보는 시야가 넓어졌을지도 모르고, 지레 겁먹는 요소가 많아졌을지도 모른다.
우선은 첫 카페를 열 때는 생각하지 않았을 친분이 있는 카페 사장님들과의 떨어진 위치선택 부터가 문제다. 나는 지인들의 카페와 버젓이 눈 마주치며 장사할 심뽀도 배짱도 없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위치는 한정되고 선택지는 좁아진다. 이어서 유동인구와 밀집한 인구등에 대한 조사는 물론이고 조심스럽지만 동네의 평균적인 소득수준이나 교육환경에 대한 분석도 해야한다. 이렇게 상권분석이 끝나도 매물이 없는 경우도 있고 매물은 있어도 내가 가진 조건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카페의 인테리어나 공간활용, 전체를 아우르는 느낌을 생각하고 구상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첫번째 카페는 정말 부딛히는대로 상황에 맞춰 변화시켜가며 꾸려갔다면 이제 두번째 카페부터는 마음가짐이 조금 다르다. 로고 하나, 벽에 걸어야 할 액자 하나도 우리 카페만의 톤앤매너를 고려하게 된다. 우리 카페를 아우르는 색깔은 무엇이 될지, 의자의 소재는 뭐가 좋을지, 테이블은 어떤 형태가 좋을지까지 이 톤앤매너를 고민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고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커피의 맛도 중요하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인정받은 커피의 맛이지만, 과연 그 지역의 사람들은 내 커피를 그렇게 좋아해줄지 알 수 없다. 자신감은 있지만 내 자신감만으로 모든 사람의 마음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테니.
함께 일할 바리스타는 또 얼마나 중요한가. 실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부분이 있다. 이제 카페가 한군데가 아니게 된다면 더욱 '나라는 사람이 오금동커피에 품은 카페에 대한 철학'을 이해하는 바리스타가 필요하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그곳이 다른 누군가의 공간이 아니라 오금동 커피가 되려면 말이다.
이 많은 요소들이 다 충족하고 만족스러운 매물이 나타나더라도 결정적인 한가지 부분이 있다. 바로 나의 선택이다. 발목을 잡는 그 마지막 한 획을 긋는게 참 어렵다. 낮이면 "와 정말 내가 여기서 한번 잘 해볼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밤이면 "괜한 일을 벌이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마음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카페 뿐 아니라 어떤 장사가 그렇지 않겠냐만 커피를 파는 장사인 카페는 특히나 참 별나다. 누군가의 피난처가 되어주기도 해야하고 누군가의 놀이터가 되기도 해야한다.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작업실이 되기도, 독서실이 되기도 한다.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에서 한 작가가 나와서 이야기한 말이 기억난다.
"카페는 초단기 임대사업이에요. 그 테이블을 커피 한잔과 함께 임대하는거죠."
와우. 나를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임대업자가 되고 싶다. 그 어딘가가 오금동 커피가 되었을 때 부끄럽지 않은 카페에서 괜찮은 커피를 내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