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20.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오렌지 마트>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른할 시간이면 가게 문 밖에서 빼꼼 스마트폰을 들고 우리 카페를 찾아오는 사장님. 스마트폰의 여러 기능들이 익숙치 않아서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일하는 카페에 오셔서 이것저것 물어보곤 하십니다.
어떨 때에는 공인인증서로 은행 어플 여는 방법을, 어떨 때에는 가게 포스가 작동하지 않아 오시기도 하지요. 매번 다른 이슈를 들고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우리 카페에 찾아오시는 사장님입니다.
항상 저 멀리서 우리가 바쁜지 살피시고 귤이나 사과 같은 판매하시는 것 중에 가장 예쁜걸 검은 비닐에 담아서 건네시기도 합니다.
오렌지 마트는 오금동커피 1호점이 처음 오픈할 때부터 이웃에 함께한 나들가게 슈퍼입니다. 더 작은 공간을 사용하시다가 오금동커피의 옆 라인으로 옮기시며 사세를 확장하셨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젊으실 때에는 밭 단위로 통 계약을 하셨을 만큼 마트사업을 아주 크게 하시면서 사업을 꾸려나가시던 사업가셨습니다.
지금은 다소 작은 규모의 동네 가게지만 반찬과 청과, 생선과 고기까지 모두 판매하며 대형 마트 못지않은 소비자의 니즈를 폭넓게 충족시키던 마트였습니다.
무엇보다 동네 할머니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하게 하던 곳입니다. 아예 할머니들이 오시면 앉으시도록 접이식 간이의자 여러 개를 준비해 둘 정도로 말입니다.
지난 토요일을 마지막으로 오렌지 마트가 폐업을 했습니다. 인천에 더 넓고 큰 공간을 구해서 새로운 터전에서 장사를 시작하신다고 합니다.
폐업한 오렌지마트 앞에서 집기가 다 빠진 가게를 보고 있는데 사랑방 할머니 중 한 분이 쓱 오셔서 말씀하셨습니다.
“괜히 서운해. 이렇게 가버리는 게 어딨어.”
말씀하신 서운함이 악의가 전혀 없는 순수한 아쉬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년 가까이 바로 옆에서 뵙고 지내면서도 단 한번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시고, 주변 험담도 없이 그저 젊은 카페 친구들을 격려하고 꼼꼼하게 존댓말로 배려하시는 모습은 인격의 성숙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나는 오렌지 마트 사장님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내가 떠난 자리에 누군가 순수한 아쉬움으로 오금동커피를 기억해 줄까. 그 생각을 하다 보니 이상하게 사장님의 미소가 떠오릅니다. 이제 인천에 새로 마트를 오픈하시면 선물을 들고 인사하러 들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