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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 Feb 17. 2024

내가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하는 이유

적지 않으면 또 다시 잊어버릴 것 같아서

많은 것들을 이뤄낸 3학년이다. 


3학년 1학기는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며 예술체육비전장학금을 따냈다.

금전적인 부담감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해줬다.

상상해왔던 것들을 직접할 수 있었다.


행복상담소를 운영하고 학교에서 디제잉을 하며 꿈에만 그려왔던 것들을 하기도 했다.


3학년 2학기는 '언젠가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어찌보면 최종 목표였을지도 모르는 (멋진 선배의 상징) 산학 협력 프로젝트를 했다. 어쩌다보니 프로젝트의 리더가 되어있었다. 그 외에도 KBO 대외활동을 하며 올스타를 보기도 하고 잠깐이지만 중계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그냥 그렇게 살다보니 , 내 '현실적인' 목표를 채웠다. 어쩌면 그 이상까지 채웠다. 나는 곧 OECD 에서, 파리에 있는 오피스에서 디자인 일을 시작한다. 뜻하지 않게 해외 인턴십까지 진행하게 된다. 물론 그 동안 많은 고생을 했고, 결과만 놓고 보면 보상이 나에게 뒤늦게 다가온 느낌이었다. 


연애도 어렵지 않았다. 물론 새롭게 열정적으로 누구를 따라다닐 생각이 없어졌다. 연애에 있어서 뜻하지 않게 상처가 있는 것인지 조심스러워진다. 감정을 주고, 멀어진다는 것이 힘들다. 그럼에도 그냥 그렇게 살다보니 '멋진 수컷'에 대한 이상향도 줄었다. 전 처럼 열심히 운동을 하지 않는다. 이미 나는 내가 생각하기에 멋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남들의 평가' 인지 '내가 생각하기에' 인지는 말에 어폐가 있다. '남들도 이 정도면 인정하지 않을까?' 인 것이다. 


아니면 그 정도로 지친 것일 수도 있다. 자기 합리화를 하는 중인 것이다. 마치 '얼굴은 못 바꾸니까..'


그래서 그렇게 넋 빠진 체로 살고 있다. 외부의 자극에 크게 민감하다. 어쩌면 '나는 이 정도인데 왜 주변은 나를 안 챙겨주지' 라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들쳐내고 싶지 않은 치부이지만 글로나마 적어야 나를 마주할 수 있다. 


디자인 글을 써야지 생각했지만 도저히 손이 가지 않고, 적는 이유를 모르겠다. 고등학생 때의 나는 조금이라도 더 나를 드러내고 싶어서 밤을 새어서 디자인을 해도 행복했고, 조금이라도 나를 드러내려 했다. 작년 까지만 해도 조금이라도 더 글을 써서 나를 드러내려고 했다. 지금은 그러지 못한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 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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