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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 저녁

by 조유리

초록이 허무를 이길 때

나는 더욱 더 거대한 침잠에 빠져든다


조팝나무가 흰 맨 몸을 자랑스레 드러내도

그 밍구스러움을 모르는 것은 오직 자신 뿐이다


잔비가 가지를 찢고

노을이 차가운 서슬을 드러낼 때

그토록 아련한 어느 별에서

나를 데려가 품어주기를


오늘도 그 무용한 기대는

의자의 발을 꺾어 나를 넘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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