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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날

by 조유리

돌아가신 아버지가 꿈에 나왔다

집에 같이 있다가

뭐 좀 먹으러 나가잔다


나의 오랜 술친구, 아버지

감자탕을 먹을까

아구찜을 먹을까

아니면 회를 사 먹을까

아버지랑 외식이라니, 가슴에서 공이 통통 튄다

준비하는 걸음이 바람이다


그걸로 끝, 잠에서 깼다

일어나니 아침나절

대통령 선거 날이다


이건 아버지의 메시지다

어서 서둘러 투표하고 오라는 거다

빨리 가서 이 나라를 위한 좋은 사람 뽑고 오라는 거다

통통 튀는 공처럼 나갈 준비를 한다

아버지가 이날 딱 맞춰 꿈에 보이다니,

준비하는 걸음이 날개다


서둘러 투표를 하고

통통 튀는 공처럼 집으로 온다

투표가 효도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


집에 와서 기억이 났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나와 전혀 다른 쪽이었다

내 술친구 아버지는

나와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아버지는 왜 오늘 꿈에 나왔나

저 위에서 방향을 바꾸셨나

아버지 고맙습니다

아버지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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