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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까 Apr 26. 2019

일본 취업, 일본어는 어느 정도 해야 하나요?


일본 취업 상담회나 강연에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일본 취업을 준비함에 있어 일본어 실력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리라. 일본어를 전공했거나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언어에 대한 부담이나 걱정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대개의 경우는, 일본어 실력이 일상 회화 레벨이거나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분들이 걱정을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며, 질문하는 본인 또한 나름대로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당연히 ‘여행할 때보다는 유창하되, 네이티브까지는 아닌 수준’일 것이다. 물론 잘하면 잘할수록 유리할 거고 말이다. 다만, 언어 실력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의례 묻게 되는 것임을 이해한다. 가령, 말하기 실력은 나쁘지 않은데 쓰거나 읽는 것에 조금 어려움이 있어 고민이라면 여간 불안한 게 아닐 테다. 일본어 실력에 대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자기 점검의 힌트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우선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본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일본어 능력에 대해서는 대개의 일본 기업 입사를 기준으로 하고자 한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SI업체나 한인타운의 일반 음식점 등은 대상외로 한다. 또한 경력직이 아닌 신졸 채용을 기준으로 요구되는 일본어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함을 밝힌다)

외국에서 일을 하는데 외국어 능력이야 좋으면 좋을수록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음에는 크게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고민스러운 것은, ‘도대체 어느 정도의 실력이 돼야 무리없이 일본 취업에 도전해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일 테다. 외국어 능력에 대한 판단은 기업과 업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데다 판단 기준 또한 주관적으로 작용하는 까닭에 명확히 재단하여 제시하기란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공통으로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가늠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 전에, 우선 입장을 바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베트남 사람이 한국에서 일을 하려고 한다. 여러분이 채용 담당자라면 어느 정도의 한국어를 요구할 것인가. 물론 업종과 일의 난이도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어를 구사하고 질문의 의도에 맞게 적절한 답변을 할 수 있는 수준을 원할 것이다. 모든 지원자가 ‘테일러’나 ‘샘 오취리’만큼 한국어를 할 필요는 없어도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 전제돼야 한다. 다만, 전술했듯이 업종과 직무 내용에 따라 기준은 상이할 수 있으므로 대략적인 업종별 기준을 살펴보고자 한다. 크게 정량적 기준과 정성적 기준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평가임을 밝힌다.


■업종에 따른 종합적 기준

수많은 업종이 있지만 여기에 모두 담을 수 없는 까닭에, 대표적으로 영업직, 사무직, 기술직 3가지 분야로 추려 간단히 정리하고자 한다. 이하의 내용에 대해서는, 같은 업종이라 하더라도 기업과 직무 내용에 따라 요구하는 일본어 수준이 상이할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따라서 모든 경우에 일괄적으로 해당 기준을 적용시킬 수 없으며 통상적인 경우를 이야기할 뿐 아니라 주관적인 생각도 들어 있으니, 어디까지나 참고로서 활용하길 권한다.


・영업직

- 정량적 기준 N1

- 정성적 기준 ★★★★(상급)

혹시 영업직에 지원한다면 상급 일본어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네이티브 수준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고급 표현을 구사할 수 있고 경어 표현 또한 자연스럽게 쓸 수 있어야 한다. 덧붙이자면, 상사, 증권, 은행, 호텔 등의 분야에서도 영업직과 비슷한 수준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어를 전공했거나 자신이 있다면 지원해봐도 좋을 거라 생각한다.


・사무직

- 정량적 기준 N2 이상

- 정성적 기준 ★★★★(중상급)

영업직보다는 상대적으로 소통의 빈도가 적은 까닭에 네이티브 수준까지는 요구하지 않지만 중상급의 비즈니스 수준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순히 자기소개나 지원 동기, 포부 등을 말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논리적인 업계 분석이나 경력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가능한 수준이 이에 해당한다. 나아가 비즈니스 문서 독해와 분석 능력 그리고 작문 능력 또한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기술직

- 정량적 기준 N2 이상

- 정성적 기준 ★★★(중급)

정보통신, 제조업 등의 기술직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취업하는 분야이다. 기술직의 경우, 상대적으로 일본어 실력 다소 부족하더라도 전문적인 기술력이 뒷받침된다면 어느 정도 부정적인 평가를 극복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일본어를 거의 하지 못한다면 질 높은 일자리를 구하긴 힘들 테지만(취업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여행이 가능한 정도의 일상 회화 수준만 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일본어 실력이 조금 부족하다면 남들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어필함과 동시에 앞으로도 꾸준히 일본어 실력을 향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점검의 주요 포인트

본인의 일본어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아래 3가지가 주요 포인트가 되리라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점검 포인트일 뿐, 수준이 높지 않다고 해서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


1. ‘글’과 ‘말’과 관련된 기본 능력

언어를 구사하는 데에 가장 밑바탕이 되는 기본적인 부분을 말하자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이 4요소를 들 수 있겠다. 내가 말하고 싶은 말을 문제없이 전달하고, 상대가 말하는 내용을 올바로 듣고, 문서를 보고 내용을 파악하고, 문법과 뉘앙스에 맞게 글을 쓸 수 있는, 글과 말과 관련된 4가지 기본 능력에 대해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가령, 자신이 ‘말하기’는 어느 정도 하는 거 같은데 ‘듣기’가 잘 되지 않는다면 듣기 능력을 향상할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듣는 행위 자체는 (소리를 듣는 것 같지만) 사실 결국은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다. 해당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표현의 조합을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상대가 말한 표현과 맞춰보는 일을 하는 것이다. 처음 영어를 공부하여 미국으로 여행을 갔다고 가정하자. 영어를 직접 쓰며 언제 가장 희열을 느끼게 될까. 바로 상대방이 말하는 게 무슨 내용인지 들릴 때라고 생각한다. ‘오! 들려, 무슨 말인지 들린다고!’ 하면서 말이다. 공부한 내용이 귀에 쏙쏙 들려오는데, 외국어를 공부하여 외국 여행이나 유학을 가본 사람이라면 그 희열을 잊을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잘 들리지 않는 드라마 대사나 뉴스의 보도 내용을 몇 번이고 다시 들어도 잘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죽어도 안 들린다. 이유는, 우리가 소리 자체를 잘 못 듣기 때문이 아니다. 듣게 되는 그 단어나 문법 내용을 우리가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언어란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한 부분이 잘 안된다고 한다면 사실은 모든 부분이 연약해져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고 한다면 보다 꾸준한 학습이 필요할 거라 생각한다.


2. 적절한 높임말(경어) 구사

취업을 목적으로 한다면 적절하게 경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하겠다. 직장 상사와 고객을 상대하는데 반말로 대응할 수는 없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레벨이 아닌 일상 레벨의 단순한 높임 표현만으로는 일본어 실력에 대한 신뢰감을 전달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좀 더 비즈니스 회화에 어울리는 고급 표현을 얼마나 구사할 수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물론 경험상, 일본에서 일을 하고 있더라도 경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을 자주 보곤 한다) 비즈니스 메일에서 자주 사용하는 경어 표현이나 실제 이야기를 할 때 사용하는 경어 표현 등에 대해 공부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엔 학습한 내용을 실제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는지 (모의 면접 등을 통해) 연습해보고 스스로 점검해보는 것이다.


3. 자연스러운 사역・수동 표현의 구사

수동, 사역, 사역 수동 표현은 기본적으로 한국어에는 없거나 자주 쓰지 않는 표현인 까닭에 자연스레 구사하기 어려운 표현 중 하나라 생각한다.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られる」, 「させる」, 「させられる(される)」등의 표현이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올 테다. 하지만 ‘고급 일본어’를 구사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까닭에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도록 익혀두길 권하고 싶다. 예를 들어 사역 표현에서는 「させていただく」와 「していただく」를 올바로 구별하여 적절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수동(단순히 어떤 일을 당함)과 사역 수동(누군가의 강제성으로 인해 어떠한 행위를 하게 됨) 표현에 관한 구분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것임을...

일본 취업을 함에 있어 일본어만이 중요한 것은 분명 아닐 테다. 그러나 언어 구사능력은 지극히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사항임을 잊어선 안 되겠다. 포인트는 ‘기본’에 충실하자는 거다.

처음 일본 기업에 지원하여 면접을 봤을 때의 일이다. 욕심이 생겨 문법적으로도 완벽하고 발음, 억양도 완벽하며 경어 또한 완벽하게 구사하려고 무진장 애를 쓰며 면접에 임했다. 결국 머리에서 이것저것 모두를 신경쓰다 보니 오히려 면접을 망치고 말았다. 특히 경어에 대한 강박을 느끼다 보니 정작 중요한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 기본적인 부분이 엉망이 되어 버렸던 기억이 난다. 이후로는 경어에 익숙해질 때까지 과감하게 고급 경어를 포기하였다. 온전히 ‘내 생각을 전달’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그렇게 일본어에 적응하고 면접에 익숙해지며 조금씩 경어를 섞어 고급 표현을 늘려 나갔다.

발음과 억양, 고급 표현 등 중요할 수 있다. 잘해서 손해 볼 건 없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막힘없이 전달하고 상대방의 말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통 능력’임을 잊지 말자. 당장 경어 좀 못 쓴다고 ‘광탈’하는 거 아니니까. 그러니 실력이 조금 부족하다 느끼더라도 주눅 들지 말되, 꾸준히 공부하기를 권한다.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부족한 것들을 점검해 나간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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