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변화시킨 메시지

개그우먼 이영자 님 싸인의 힘

by 검정바지

인터넷 동호회가 이제 막 시작되는 시기에 신촌에서 열리는 만화동호회 정기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집이 대전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있는 만화동호회에 가입한 이유는 자체적으로 인터넷 사이트가 있을 만큼 전국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작가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내가 추구하는 만화 스타일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모임은 신촌의 어느 낡은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한 닭볶음탕 전문점에서 하게 되었다. 주문을 하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근처에 있는 사람들만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이영자다."


뒤를 돌아보니 코미디언 이영자 님께서 환한 미소로 카운터로 향하며 가게 사장님께 인사를 하고 비닐봉지를 건네받고 있었다. 아무래도 미리 포장주문해 둔 음식을 찾아가는 중인 것 같았다.


시도 때도 없이 연예인에게 싸인을 요청하는 것이 실례인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평소에 이영자 님의 순발력과 재치를 존경해 왔기 때문에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가방에 있는 메모장과 볼펜을 꺼내서 이영자 님께 다가갔다.


"죄송한데 싸인 좀..."


갑작스럽게 싸인 요청을 하는 것이 미안해서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했는데 이영자 님은 가게를 들어올 때부터 지었던 환한 미소를 그대로 간직한 채 펜을 건네받고 싸인을 해 주셨다.


싸인을 해 주시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웠는데 내 이름까지 물어 봐 주시고는 싸인에 적어 주셨다. 그렇게 내 이름까지 쓰이는 것을 본 후 메모장을 받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이영자 님은 계속해서 글을 쓰고 계셨다. 그렇게 내 가치관과 인생을 바꾸게 되는 글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원석 씨! 세상은 당신이 꿈꾸는 데로 이루어질 거야.'


그리고 메모장을 돌려주며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질 거예요.라고 적으려고 했는데 자리가 부족해서 반말로 적었어요. 이해해 주세요."


하지만 오히려 반말이 친근감이 있는 것 같아서 더 좋았다.


사실 싸인을 받았던 시기가 이영자 님이 대중들과의 소통에서 서로 오해가 생겨서 방송을 잠시 쉬고 있는 중이셨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연예인에게 싸인을 요청한다는 것이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이 더 들기도 한다.


본인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잠깐 지나치는 팬에게 조차 긍정적인 글을 손수 적어 주시는 모습을 보고 존경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감격하면서까지 얻게 된 소중한 메시지는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그전까지는 아무리 노력해도 좋지 않은 결과만 마주하게 되어 열심히 살고 싶은 마음이 많이 줄어든 상태였는데, 그 메시지를 마음속으로 받아들인 이후에는 '언젠가는 이루어지겠지.'라는 강한 긍정이 머릿속에 크게 자리 잡게 되어 어떠한 나쁜 결과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런 자세가 습관으로 굳어지게 되자 전과는 다르게 마치 내 주위에는 좋은 일들만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사건과 경험들이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인 것처럼 느껴졌고, 그렇게 생각하니 작은 행동에도 의미를 두고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영자 님이 연예인이기 이전에 인생 선배로써 20대 청년에게 들려준 짧은 조언이 한 사람의 마인드와 인생철학을 단숨에 바꾸어 버리는 기적을 만든 것이었다.


그 후로 20년이 흘렀다. 내 명의로 된 아파트에서 살면서, 젊었을 때부터 갖고 싶었던 자동차를 운전하며, 주말마다 아내와 함께 여행을 다닌다. 집과 차를 갖고 싶고,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결국 전부 이루어졌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그 과정은 절대 평범하지가 않았다. 돈이 없어서 나쁜 생각을 한 적도 있었고 대인관계의 문제 때문에 우울증을 겪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영자 님의 응원을 생각하면 절대 쓰러질 수가 없었다.


누구나 긍정적인 생각이 좋다는 건 알고 있고, 희망을 가지며 살아야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너무 힘든 시련이 찾아오게 되면 긍정이든, 희망이든, 그런 걸 생각할 여유조차 가지지 못하게 된다. 그럴 때일수록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붙잡아 줄 메시지를 하나씩은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세상은 당신이 꿈꾸는 데로 이루어질 거예요.'


아직 아무 메시지도 찾지 못했다면 이 메시지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