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oyong Julie Sim Aug 31. 2017

솔잎을 거부한 송충이

이제는 여행이 아닌 삶, 세계여행의 마지막 도시로 또다시 돌아오다.

제 세계여행의 종착지가 된 도시, 샌프란시스코에 7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어요.

그래요, 전 지금 '또다시!' 샌프란시스코에 와 있어요!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

라는 옛말이 있잖아요?

 

평생 그 말을 듣고 그래야 하는 줄만 알고 살아오던 송충이에게, 샌프란시스코는 난생처음 솔잎이 아닌 다른 잎에 대한 꿈을 꾸게 해 준 도시예요.

*     

처음으로 이곳에 왔을 때, 저는 스물두 살 교환학생이었어요. 

온 자아를 뒤흔들어 놓은 10개월을 보낸 후, '언젠가는 꼭 이 도시에서 살아야지!' 불가능해 보이는 꿈 하나를 품게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이곳을 방문했을 때, 저는 스물여덟 살 세계 여행자였어요. 

도시도 저도 퍽 많이 변했지만, 헤어졌던 첫사랑을 다시 만난 일편단심 해바라기처럼, 저는 또다시 불타는 사랑에 빠져버렸답니다. 여행을 통해 키운 깡다구 덕인지, 이번에는 그 지독한 짝사랑 한 번 정말로 이뤄보고 싶다는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솔잎만 먹던 송충이가 다른 잎을 먹으려 할 땐 뭐부터 해야 하는지 간절한 마음으로 탐색했어요. 

다른 잎을 먹어보려 기웃거리는 송충이가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할 현실적 난관들도 객관적으로 곱씹어 보았답니다.

*

맞아요. 송충이는 솔잎을 먹을 때 가장 편하고 안전할 거예요. 구하기도 어렵지 않고, 크게 탈이 날 염려도 없겠지요. 하지만 모든 송충이에게 그런 삶이 잘 맞는 건 아닐 거예요. 

솔잎만 먹고도 평생 행복한 송충이도 있겠지만, 다른 잎을 끊임없이 찾아서 먹어 보고, 배탈도 나 보고, 사경도 헤매 보다가, 자신에게 딱 맞는 잎을 찾을 때의 그 짜릿함에 사는 송충이도 있을 거예요. 자신이 어떤 송충이인지 탐구하고, 그에 맞는 길을 개척해 나가는 건 온전히 그 송충이의 몫이겠지요.     


적지 않은 나이에, 아무 백그라운드 없이, 전혀 다른 환경에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보려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어요. 아마 현실은 제가 아는 것보다도 훨씬 더 녹록지 않을 테지요.

 

한 동안은 원하는 삶을 위한 과정 속을 살면서, 꽤나 초라하고 배고플 거예요. 

하지만 꿈이 있어 과정도 있는 인생이 꿈 없이 그저 살아내는 인생보다는 훨씬 살아볼 만하다고 믿기에, 그 모든 과정들까지 한 땀, 한 땀, 행복하게 즐기려고 합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참 많아요. 틈틈이 브런치에 공유할게요! :)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와 연애의 알싸한 관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