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종빈 Jan 17. 2020

UX 디자이너로의 커리어 전환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UX 디자인으로 커리어를 전환하기 전 미리 고려해야 할 것들


요새 주변에서 혹은 메일로 UX분야로 커리어 전환에 대한 질문들을 받는다. 아무래도 UX 디자이너에 대한 수요가 다른 직업군들에 비해서 높고, 비전공자들도 다른 직업들에 비해서 쉽게 성공적으로 커리어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글들 때문에 관심이 많아진 듯하다. 


이런 질문들을 받을 때마다 좋은 대답을 해주기가 굉장히 힘들다. 사람마다 UX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 그리고 UX에 대한 기본적 지식의 차이로 인해, 직접 앉아서 마주 보고 몇 시간을 이야기해보지 않는 이상 어떤 방향과 조언이 이 사람에게 가장 적절할지를 알기는 힘들다.


질문한 몇 분에게 답장을 하면서 나름대로 생각하고 정리가 되었던 부분은, 누구든지 열심히 찾아보고 공부하고 노력한다면 UX/UI 디자인 분야로 커리어 전환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본질적인 문제는 그래서 이렇게 힘들게 노력해서 새롭게 커리어를 바꿨는데 UX 디자이너가 정말 본인이 원하던, 적성에 맞는 직업일까?라는 것이다.


그래서 UX 관련 책에서, 학교에서 혹은 학원에서 듣거나 배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UX 디자이너로 일을 하게 되면 경험하게 될 이야기들을 몇 가지 적어보았다. 이 글을 읽어보며 UX 디자인으로 커리어를 전환할 수 있을지 아닐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정말 본인의 적성에 잘 부합되는지 아닌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UX는 생각보다 폭이 좁은 분야이다.

UX에 대한 개념이나 설명을 돕는 글들을 보면 '사용자 경험'이라는 총괄적 개념에서, 모든 것들을 예시로 들고는 한다. 대표적인 예시중 애플 스토어 매장이 있다. 우리가 애플 스토어 매장을 들어가기 전 내부가 훤히 펼쳐지는 전면이 유리로 된 입구, 각종 제품들을 올려놓는 나무 선반에서 손끝에 전달되는 나뭇결, 키보드를 쳤을 때 기분 좋게 눌리는 키감과 소리, 제품을 담고 있는 패키지, 그리고 애플스토어에서만 맡아볼 수 있는 향기 등 이 모든 것을 전부 포함해서 '경험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경험 디자인'은 우리가 평소에 무의식적 혹은 의식적으로 접하거나 경험하는, 오감으로 느끼는 모든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 '경험 디자인'은 사용자를 위해서, 그리고 더 나은, 더 즐거운 경험과 세상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이다. 이 내용은 실제로 대학원에서 강의 중 들었던 내용이고, 많은 아티클에서 비슷한 예시를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실무에서의 UX 디자이너는 앞선 애플 스토어 매장 '경험 디자인'중 오직 노트북, 태블릿 혹은 스마트폰에 붙어있는 스크린의 안을 디자인할 뿐이다. 스토어 매장에 들어가기 전 내부를 훤히 비추어주는 유리 입구는 건축 디자이너가, 각종 제품들을 올려놓은 나무로 된 선반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기분 좋은 키감의 키보드는 제품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패키지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그리고 향기는 조향사가 만들어 내었다. '경험 디자인'은 앞서서 하나씩 열거한 다른 디자인 분야들을 아우르는 용어일 뿐, 결코 UX 디자이너만이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예시와 설명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거나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UX 디자이너는 '경험'이라는 범위 내에서 모든 것을 디자인하는 것처럼 표현되곤 하다. 엄밀히 따지자면 UX 디자이너가 하는 '경험 디자인'의 범위는 디지털 서비스와 제품 내에서 느낄 수 있는 범위에만 한정되어있다. 


만약 커리어 전환을 생각하는 당신이 애플리케이션, 웹, 소프트웨어와 같은 디지털 서비스와 플랫폼들, 그리고 최신 IT 테크놀로지 분야에 평소에 관심이 없거나 큰 흥미를 못 느낀다면 굉장히 어렵고 힘든 분야가 될 수 있다. 




UX와 UI는 같은 분야가 아니다.

UX 디자이너와 UI 디자이너(혹은 UI/UX 디자이너, GUI 디자이너, 웹사이트 디자이너)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많은 UX/UI 학원들의 커리큘럼이나 UX 관련 글들을 보면 UX 디자인의 상당 부분을 UI 디자인과 구분 없이 모호하게 포함하고 있다. 


비전공자들이 UX의 업무과정을 떠올릴 때 대부분 스케치나 피그마, Adobe XD와 같은 툴들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화이트보드와 포스트잇을 사용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애플리케이션에 어떤 칼라를 쓸까 고민하고, 어떤 폰트를 사용할지, 버튼의 사이즈는 어떻게 디자인할 지에 대한 건 UI 디자이너들의 고민이다. (물론 디자이너 인력이 부족한 곳에서는 UX 디자이너가 UI까지 디자인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회사가 UX 디자인 '전문가'를 채용할 때는 인터페이스 디자인 스킬이 아닌 리서치와 커뮤니케이션, 설계 능력을 요구한다.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정의를 내리고,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UX 디자이너들은 UI 디자이너들이 하는 인터페이스 디자인하기 전의 프로세스를 담당한다. 사용자가 제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거나, 데이터를 이용해 그 근거들을 수립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일을 한다. 


UX 디자인 분야로 커리어를 전환하기 전에 정확하게 UX와 UI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자신이 더 흥미가 있고 맞다고 느끼는 부분에 시간 투자를 더 하는 것이 좋다. 


UX와 UI의 정확한 차이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으면 밑에 링크에 따로 정리해놓은 글이 있다.

https://brunch.co.kr/@jbkim8905/18




UX는 데이터에 집중된 분야이다.

기존의 다른 디자인 분야들(그래픽, 제품, 브랜딩, 패션, 건축 등등)이 상당 부분 디자이너의 직관력, 트렌드, 경험, 혹은 개인적 영감에 의해서 디자인이 진행된다면, UX 디자인은 철저하게 데이터에 의존한 디자인이다. 사용자 리서치도 결국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얻기 위해 실시하고, 철저하게 지표화 된 데이터 수치를 이용하여 디자인의 근거를 찾아내고 설득의 용도로 사용된다. 


UX 디자인을 다른 디자인 분야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시작한다면, 너무나도 다른 접근법과 리서치 툴들 그리고 방법론들에 실망할 수 있다.




UX는 개발 영역과 굉장히 가깝다.

디자인 에이전시가 아닌 IT회사의 인하우스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할 경우에는 큰 개념의 '개발'팀에 속하게 된다. 물론 회사마다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디자인팀을 유지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어쨌든 공통된 목표인 제품 개발이라는 틀 안에서 개발팀들과 협업을 한다. 개발에 가까운 분야라고 말한 이유는 '제품 개발'이라는 큰 프로세스 안에 UX 디자인의 프로세스가 포함이 되어있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UX 디자인의 역할에 무게를 실어주는 회사의 경우는 UX 디자인이 제품의 방향성과 콘셉트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개발자들과 함께 애자일과 디자인 스프린트를 반복적으로 시행하며 제품에 조금씩 새로운 기능을 넣거나 잘못된 부분들을 고치는 역할을 한다. 


UX 디자이너로 일하면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프로세스, 또는 개발 용어들을 이해하기 위한 일정 수준의 개발 지식이 요구되어진다. 혹시 개발 쪽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나 공부를 게을리한다면 개발자들과의 회의 중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할고 좌절감을 맛볼 수 있다.




UX는 생각보다 많은 양의, 그리고 능숙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필요로 한다.

UX 디자인의 업무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용자 리서치는 설문지와 같은 방식도 있지만, 직접적으로 사용자 혹은 이해관계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하는 인터뷰를 해야 된다. 인터뷰의 경우에는 그나마 인원수를 조절해서 집중적으로 적은 인원과 할 수 있지만, 워크숍의 경우에는 다수의 인원과 함께 정해진 시간 안에서 계획한 일들을 수행해야 한다. 정확히 계획된 시간 안에 워크숍을 리드하고 참가자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능숙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공감 능력도 요구된다. UX 디자인의 사용자 리서치는 구글링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실제 사람들과 만나며 대화를 해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 외에 회사 내의 비즈니스팀, 그리고 개발팀의 중간에서 다양한 용어들을 이해하고 서로의 합의를 위한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하다. UX 디자이너들은 비즈니스와 개발의 연결자 역할을 하며, 이들이 쓰이는 전문적이고 복잡한 용어나 개념, 혹은 기능들을 사용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제품으로 설계한다.


만약 사람들과 많은 양의 대화를 피곤해하거나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일하는 내내 모든 것들이 장애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UX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른다.

UX 디자인이 IT 업계에서 필수적인 프로세스로 받아들여진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UX에 대해서 명확하게 아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UX 디자이너, IT 종사자들을 제외하면 UX 자체에 관심들이 없다. 친구나 가족이 UX에 대해서 모르는 건 일하는데 아무 상관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이나 고용주들도 UX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단 것이다. 


해외의 상황은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달리, 유럽에서도 UX를 제대로 이해하고 프로젝트의 범위와 예산을 적절히 편성하고, UX 디자인을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클라이언트가 굉장히 드물다. 클라이언트들에게 있어서 UX는 그저 '사용성'의 대체 단어, 혹은 '웹이나 애플리케이션 디자인'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다. 클라이언트들은 UX에 대해 공부하거나 일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이며,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인 UX 디자이너들이 필요한 것이다.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 혹은 고용주들은 UX와 UI, 비주얼의 범위를 명확히 구분 못 짓기 때문에 때로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요구받는다. 이런 경우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딱 잘라서 UX와 그 외의 디자인 파트의 구분을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설득하는 방향, 다른 하나는 프로젝트를 받아서 더 다양한 경헝과 개인의 역량을 늘려나가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UX 디자인은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의 역량을 요구받는다. 특정하게 UX 디자이너, UX 전문가, 혹은 UX 리서처로 일하지 않는 이상, 앞에서 얘기했듯 다양하고 폭넓은 범위에서 '디지털 제품'을 디자인하기 위해 다양한 역량들을 요구받는다. 


UX는 빠르게 흘러가는 IT 트렌드와 함께 계속해서 새로운 역량들을 요구받고 끊임없는 자기 계발이 불가피한 직업이다. 빠른 템포의 변화나 새로운 것들을 익히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면 남들보다 뒤처져 간다는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UX는 결과물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

UX 디자이너가 와이어프레임을 만든 후 UI 디자인까지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UI 디자인의 제품의 결과물을 의미하지 않는다. 디자인을 통해 제품이 구현되려면 프런트엔드와 백엔드의 개발과정을 거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구현되는데 그 과정에서 UI 디자인은 디지털 제품의 도면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결국 직접 만드는 역할은 개발자가 하는 것이고 개발자가 만드는 동안에도 끊임없는 수정과 그에 따른 디자인의 변화도 계속해서 일어난다. 실제로 자신이 구현되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UX/UI 디자이너들은 직접 코딩을 배워서 본인이 스스로 하거나 아예 프런트엔드 개발자로 전향하는 경우들도 있다.


만약 정말로 본인이 UX 디자이너임에도 불구하고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면 코딩을 배워서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UX 디자이너는 직접 만드는 모든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본인이 리서치나 플래닝보다는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데 더 흥미를 느낀다면 UI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






앞서도 말했듯이 UX 디자이너로의 커리어 전환은 누구나 노력만 한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결국 오랫동안 애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고, 자신의 적성에 맞을지 안 맞을지를 우선순위도 두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