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죽기 전까지 다듬었던 <모나라자>는 실패작이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혁신가의 작품이 실패작이라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레오나르도의 다른 그림 <최후의 만찬>에는 “너희 중의 하나가 나를 팔리라”라는 예수의 말이 있었던 직후, 제자들의 반응이 담겼다. 충격에 휩싸인 열두 제자의 동작을 보면 마치 영혼을 실은 감정의 파문이 예수를 중심으로 밀려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감정의 표현에 능통한 레오나르도는 리자 부인에게서 느낀 다양한 감정을 캔버스에 담아 완성이라는 말로 포장해서 의뢰인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죽기 전까지 <모나리자>를 보관하면서 반복해서 고치고 다듬었다.
레오나르도는 리자 부인을 위해 차를 준비하고 사람들을 고용해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하게 했다. 어릿광대를 불러 그녀를 웃게 했다. 리자 부인은 손만 내밀면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부드럽게 전해 오는 숨결에서 레오나르도는 그녀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분명한 선으로 그리고 싶다는 유혹을 느꼈다. 레오나르도의 손끝은 생각이 달랐다. 그녀의 숨결은 레오나르도를 향한 게 아니었다. 그녀는 내면으로 침잠하여 자신만의 우주와 만나는 중이었다. 그 만남에서 일어나는 잔잔한 감정의 파문은 레오나르도가 미칠 수 없는 곳에 있었다.
레오나르도는 제일 중요한 관계 맺기에 실패했다. 관계없는 사람에게 자기를 정직하게 보여주는 사람은 없다. 관계없이 인식은 없다는 얘기다. 자신을 정직하게 드러내지 않는 리자 부인 앞에서, 레오나르도는 겉모습만으로 사람의 진짜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나리자>에 그려진 베일은 ‘우리는 모든 걸 베일을 통해 본다’는 레오나르도의 깨달음을 은유하는 상징이다. 관계를 맺지 못하면 인식도 없다는 레오나르도 자신의 실패를 완벽하게 표현한 작품이 바로 <모나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