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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마 Nov 25. 2024

부분과 전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양자역학, 정해진 것은 없고, 모든 게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1932년 ‘양자역학’을 창안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자서전 <부분과 전체>를 읽었다. 책 마지막에는 “양자역학의 발전”이라는 노벨상 수락 강연이 담겼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어 읽었다. 어려운 수식을 섞여가며 설명한 글이다. 이해하려고 읽은 것이 아니다. '나는 모른다'를 몸에 새기기 위해 읽었다.


오는 12월 10일에는 2024년 노벨문학상 시상식이 열린다. 한강의 수락 강연은 어떠할까. 노벨상 수상 소감을 원어로 듣겠지만, 다른 해와 달리 분명 귀에 들어올 것이다. 나는 두렵다. 한강의 한마디 한마디를 내가 이해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머리로만 이해하고 마음으로는 외면했다는 것을. 마음으로 울컥하면서도 정작 내밀지 못한 나의 창백한 손발을.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는 양자역학을 중심으로 과학과 철학, 그리고 종교와 윤리, 정치 문제들에 관해 펼치는 눈부신 토론이 담긴 자서전이다. 관찰을 통해 객관적 결론을 얻으려 하지만, 정작 관찰이라는 행위가 관찰 대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정해진 것은 없고, 모든 게 가능성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양자역학이 말하는 대상의 존재 방식이다.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 양자역학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커다란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확고한 법칙으로 돌아가는 객관적인 물리학을 연구하는 데 삶을 바쳐왔다. 아인슈타인은 양자론은 한시적으로만 통용되는 가설이지, 원자 현상에 대한 최종적인 해답으로 보지 않았다.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이런 아인슈타인에게 닐스 보어는 이렇게 응수했다. “신이 어떻게 세계를 다스릴지 신에게 제시해 주는 것도 우리의 과제는 아닌 듯 합니다.”


하이젠베르크의 자서전이지만 제일 인상에 남는 인물은 스승 닐스 보어다. 보어에게 하이젠베르크는 자신의 가설을 뒷받침한 동료이면서, 독일의 원자폭탄 프로젝트를 이끈 적이었다. 하지만 전 생애를 통해 보어는 하이젠베르크를 끌어주고 사랑한 스승이었다. 본인의 자서전에서 스승을 빛나게 한 점만을 보자면 하이젠베르크는 겸손한 인물일 것이다. 아니 겸손함도 가능성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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