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균, 유영만 / 한경비피
‘꼭 이루고 싶은 자신과의 약속’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버킷리스트의 정의로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버킷리스트하면 거창한 것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니 그렇지 않다. 버킷리스트라는 항목에 넣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소소한 것들도 많다. 일상 또한 소소한 것들의 집합이다. 그런 일상이 쌓여 우리의 인생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소소한 것의 가치를 중히 여기는 것이 행복을 찾는 지름길 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한 때 버킷리스트를 쓰고 진행 상황을 체크한 적이 있다. 벌써 십수 년 전의 일이다. 그땐 버킷리스트라는 개념조차도 없던 시절이었기에 무작정 내가 이루고픈 꿈의 목록을 쓰고 그것이 이뤄지면 X표를 하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꿈의 목록은 사라지고 현실에 안주한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꿈과 이상, 자아실현 등의 가치가 현실적인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다시 버킷리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인지 모른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의 형식을 차용하여 읽는 데도 큰 부담이 없다. 군데군데 누군가의 버킷리스트를 읽어보는 것도 색다른 맛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버킷리스트라는 것이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솔직한 느낌이다. 우리는 항상 높은 곳만을 바라보고 꿈과 이상을 드높게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의 소중한 가치를 재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닐 것이다.
<버킷리스트>를 읽으면서 느꼈던 점은 누군가에게는 비록 하찮아 보이는 것일지라도 그것이 누군가에겐 버킷리스트가 될 만큼 중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구절을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행복이란 우리 집 화롯가에서 성장한다. 그것을 남의 집 뜰에서 따와서는 안 된다.
이 말은 책의 첫 페이지에서 인용된 제롤드의 말을 재인용한 것인데 버킷리스트가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 인식에 근거한다는 것을 명징하게 드러내 주는 문구라 할 수 있다.
책의 앞부분을 보면 코넬대학 학생들의 버킷리스트에 관련된 일화가 나온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한 후 15년 후의 삶을 추적해 보았더니 진지하게 가치 있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한 학생들이 인생의 큰 풍파를 겪지 않고 안정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인생이 마치 영원할 것처럼 생각하고 많은 것들을 유예하며 산다. 현실적인 상황을 핑계로 정작 중요한 일들을 외면하는 바람에 일상의 소소한 바람들은 곧잘 버킷리스트로 올라가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일상의 바람들이 버킷리스트로 올라간다는 것은 현실에서 이룰 수 있는 것들을 이상적인 영역으로 유예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가급적 쉽게 이룰 수 있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여 실현하고 점차적으로 버킷리스트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다.
불완전한 미래는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이런 역설의 의미를 되새긴다면 버킷리스트 작성을 통해 전혀 예기치 않은 소망에 근접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을 보면 버킷리스트의 유용성에 대한 명료한 해석이 나온다.
‘행복은 거창한 목표를 성취하는 것보다 평소 하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꾹꾹 눌러놓은 작은 일들을 실천하면서 찾아온다.’
결국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일은 행복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에 동참하는 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본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은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