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 / 다산초당
제목 때문에 책을 고른 것은 인정하지만 그리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자기 계발서적에 ‘마흔’이라는 단어가 마치 키워드처럼 자리매김한 현실에서 그렇고 그런 책 중에 하나이겠거니 생각한 이유가 크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약간 난해한 측면이 있다는 사실이 감지된다. 내용이 포장(?)과는 다소 괴리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유 때문이다.
저자가 창작과 비평사에 입사한 이후, 15년간 마케터로 일한 이력 때문인지 책에서는 편집자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다. 각종 통계자료에서부터 정치에 대한 견해까지 시대를 통찰하는 시선 또한 남다르게 느껴진다. 아마도 오랫동안 책을 다룬 안목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대적으로 베스트셀러를 분석해 놓은 것이라든지 세대별 특징을 표로 작성하여 보기 쉽게 배치한 점으로 볼 때 여느 작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전문가의 향취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을 읽어 보면 방대한 데이터에 의한 사회 트렌트가 한눈에 보여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느낄 수 있다.
<마흔 이후, 인생길>은 개인의 견해를 피력한 계발서이긴 하지만 책에서 느껴지는 아우라는 시사평론가를 대면하듯 다소 정치성에 기댄 듯한 인상을 준다. 책의 서두를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로 시작하는 것부터 지난 정치인에 대한 비판까지 책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도 감지된다. 그런 면에서 책의 제목을 다시 선정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책의 제목만으로 자기 계발서이기를 기대했던 독자들이 느닷없는 정치 평론에 당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자기 계발서의 관점보다는 차라리 정치, 사회, 역사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지 모른다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다. 그렇게 정리하고 나면 이 책의 특장점이 보인다.
이를테면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지나온 세대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측면도 있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자기 계발서에 대한 논리 정연한 비판을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그런 책들을 대할 수 있는 의식을 고취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책의 내용을 보면 이케아 세대의 진정한 공부에서 시작하여 사회에 대한 비판, 자기 계발서를 버리라는 주장에서부터 저출산, 노령화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암담한 우리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지금부터라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위기감을 증폭시키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은퇴하는 베이붐 세대라면 한 분야의 전문서적 100권을 젊은 세대에게는 문학, 역사, 철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고전 100권을 읽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엄연히 말해서 이 책은 시중에서 흔히 유통되는 그런 류의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저자가 자기 계발서를 버리라는 주장을 하는 마당에 그런 류의 책을 발간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마흔 이후, 인생길>은 책의 홍보 문구처럼 ‘마흔 이후, 혼돈 속에서 나만의 인생길을 찾게 해 줄 독서 100권의 힘’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자기 계발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제에 접근하여 일방적으로 저자의 주장을 피력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게 한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책의 제목과 홍보문구가 내용과 배치된다는 측면에서 독자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독자는 주로 책의 제목과 표지의 문구를 보고 책을 고르는 것이 일반적인 데 나 또한 그런 방식으로 책을 고른 덕에 일명 낚시질을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책 내용은 유익한 것이 많지만 이런 식으로라면 앞으로 책을 고르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책을 기획하고 발간한 출판사에서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