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완성

혼자 살아요

by 기차는 달려가고

좋은 습관을 몸에 익히면 노력을 덜 하면서도 더 나은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살림이라는 게 좋은 습관만으로는 부족하다.

정결한 환경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는 좋은 습관에 더해서 전략과 노동이 필요하다.


내 생활을 잘 꾸려내겠다는 단단한 의지를 장착하고,

되도록 적은 노력으로 잘 실천할 수 있도록 일의 순서와 방법을 합리적으로 계획하며.

그 계획에 따라 몸을 움직이자.

무작정 일과 씨름하기보다는 적절한 도구도 갖추고.

관리의 대상을 넓게 보도록.

즉, 눈에 보이는 곳만 아니라 집 전체의 관점에서 보자는 말이다.



음식을 한다 해서 내내 불 앞에 서서 계속적으로 행위를 하는 건 아니다.

익히고 맛을 내려면 뚜껑을 덮고 가만히 놔두는 시간도 필요하거든.

그 사이에 짬짬이 음식 하느라 꺼낸 재료들을 정리하고, 도구를 씻고, 조리대를 닦는다.

요리하는 동안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 파편은 발로 걸레를 쓱쓱 문질러 닦아내고.

불 꺼진 전기레인지, 가스레인지는 식기 전에 금방금방 얼룩을 닦아줘야 청소가 쉽다.

조리대 뒤 벽에도 음식물 파편이 많이 튄다.

그때그때 닦자.


냉장고와 선반도 주기적으로 정리하고 청소한다.

요새는 속이 깊은 커다란 냉장고에 인터넷에서 대량으로 파는 간편식을 한꺼번에 구입해서 밀어 넣는 사례가 많다 보니,

냉장고에 뭐가 얼마큼 있는지 일일이 기억하지 못한다.

바쁜 생활에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기껏 돈 들여 산 먹을거리들이 화석이 된다.

돈도 아까울뿐더러 이것 하나 제대로 못 한다는 자책감으로 마음에 불편함이 쌓인다.


전자기기를 많이 사용한다.

제각각의 전선이 이리저리 늘어져 있고 코드가 얽히면 보기에도 좋지 않고 안전 문제도 있다.

콘센트와 전자기기들의 플러그 사이 길이가 각각 다른 전선은 묶거나 집게를 이용해서 깔끔하게 정리하자.

먼지도 잘 끼므로 청소할 때 물걸레로 선을 싸악 훑어줄 것.



바닥 닦기에는 물걸레가 최고라는 생각이다.

집이 넓고 바닥에 놓인 물건이 많지 않으면 로봇청소기가 유용한데,

물건으로 꽉 찬 작은 집에서 로봇청소기를 작동하려면 먼저 의자를 올리고,

바닥에 놓인 잡동사니들을 이리저리 옮기다가 진이 빠진다.

또 로봇청소기가 닿지 않는 구석구석이나 각진 곳은 어차피 직접 닦아야 하지.

집이 작을수록 빗자루와 걸레가 유용하다.

매번 청소기만 쓰면 바닥에 미세한 먼지들이 남아 뿌연 막이 끼는 느낌이다.

먼지를 털고 쓸고 물걸레로 싹싹 닦는다.

희석한 EM용액을 공중에서 분무기로 뿌리면서 마른걸레로 닦으면 특히 미세먼지가 극성부리는 날,

공기 정화의 효과도 있고 발에 닿는 바닥의 감촉도 산뜻해진다.


머리카락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떨어진다.

눈에 보일 때마다 머리카락을 치우자.

나는 포장재에 붙은 스티커 상표나 택배 상자의 테이프로 침구나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이나 부스러기들을 집어 올리는데,

재활용도 하고 청소도 하는 일거양득.


의자에 옷을 겹겹이 걸고 바닥에 가방을 늘어놓는 경우가 있다.

보기도 싫고 청소에도 불편하며 필요할 때 찾기도 어렵다.

나는 식탁 위에 가방이나 장 봐온 물건을 두는 게 그렇게 싫더라.

바깥에서 들어온 물건은 무조건 바닥에 내려놓는다.

테이블과 진열장은 청결하게 두고 싶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옷을 탈탈 털어 말린 뒤 미루지 말고 제자리에 넣도록.

빨래도 건조대에서 말렸다 하나씩 꺼내 입다 하거나,

소파에 마른빨래를 쌓아놓고는 딴청을 부리는 사람이 있다는데.

음, 어차피 할 일이다.

빨래가 마르면 하나하나 손으로 싹싹 펴고 접어서 서랍에 냉큼 정리하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수십 년 전에 읽은 책들도 집에 모아 두곤 한다.

오래된 종이는 먼지를 일으키고 퀴퀴한 냄새를 뿜거나 또는 집안의 냄새를 흡수한다.

나도 예전에는 책을 모아두었다가 여러 차례에 걸쳐서 많이 정리했다.

책을 다 읽으면 중요한 구절은 컴퓨터에 옮겨적고 책은 한동안 갖고 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처리한다.

계속 갖고 있는 책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벽장 안 선반에 넣어두었다.

다 읽어서 내용이 이미 소화되어 나의 일부가 된 책들을 주르르 늘어놓는 것은,

더 이상 안 입는 옷들을 거실에 늘어둔 양,

다 먹은 음식물 포장재를 버리지 못하고 선반에 쌓아둔 양 거북하게 느껴지더라.

책의 알맹이는 내 마음을 울린 감동과 머릿속 지식으로 남았으니,

책의 껍데기는 그에 맞는 처리 방식을 찾자.


일정 기간 사용한 수건은 걸레로 쓴다.

나는 일회용품을 되도록 쓰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걸레를 많이 사용한다.

한번 쓴 걸레는 em용액에 담가 두었다가 과탄산소다와 구연산을 넣어 세탁기에 삶는 코스로 돌린다.

햇빛에 바짝 말려서 차곡차곡 접어 바구니에 넣어둔다.

세수수건만큼이나 깨끗하게 관리함.



현관은 집의 첫인상이다.

당장 신는 신발 말고는 현관에 내놓지 말고 가끔은 바닥까지 싹싹 청소하자.

밖에서 들어오는 먼지가 상당한데,

이것을 닦지 않으면 모조리 집안으로 들어오겠지.

대개 현관에는 전신 거울이 있는데 거울이 뿌옇고

신발은 제멋대로 날다가 아무렇게나 낙하했으며.

이름표도 떼지 않은 택배 상자에, 빈 생수 병들이 쌓여서 바닥이 보이지 않는 풍경이 집의 첫인상이라면,

그 집에 아무리 좋은 것이 있더라도 보이지 않는다.

가끔 오는 손님이 문제가 아니라

매일 드나들면서 그 어지러운 장면을 보는 자기 자신에게 꺼림칙한 느낌으로 남을 테니,

왠지 불편한 그 마음이 의식 어디엔가 불쾌한 기분으로 차곡차곡 고이겠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로 발전한다.


환기도 중요하다.

공기의 질과 습기에 더해서 먹고, 숨 쉬고, 빨래하는 나의 모든 생활에서 나오는 냄새가 상당하다.

제때제때 환기하지 않으면 냄새가 집안을 떠다니다가

벽지에, 천정에, 옷에, 이불에, 사람에 들러붙는다.

향수를 쓰거나 인공의 향을 뿌리면 생활의 냄새와 인공적인 향이 뒤섞여서 뒤끝이 달갑지 않은 냄새가 되어버리더라.


공간이 작을수록 수납장이 필요하다.

먼저 물건이 공간에 적정해야겠지만,

우리나라처럼 비싼 집값에,

극과 극을 오가는 변화무쌍한 기후에서 살아내려면.

갖춰야 할 물건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늘 쓰는 물건, 가끔 쓰는 물건과 계절용품을 구분해서 수납상자나 옷장에 정리하자.

선반과 바구니를 적절하게 이용하면 정리도 쉽고 물건을 꺼내기도 편하다.



청소 거리가 쌓이면 엄두가 나지 않아 청결한 집을 포기하고 싶어 진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일을 키우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후딱후딱 해치우자.

인간관계도, 집안 일도, 나의 마음과 몸도.

손 쓸 수 없이 엉망이 되기 전에 미리미리 아끼고 보살피는 거다.


마음에 우울감이 커지면 집을 둘러보자.

어지럽고 더러워진 환경이 마음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힘쓰면서 청소하고 정리하고,

땀이 흐른 몸을 시원하게 샤워하고.

그래서 깨끗해진 집과 개운해진 몸은 상쾌한 기분을 주리니,

기분은 사소한 것으로 가라앉고 떠오를 수 있다.


나의 인생도, 나의 집도 저절로 굴러가지 않는다.

관심을 주고 신경을 쓰고 마음을 쏟으며 노동을 부어야 기분 좋은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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