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살의 어른되기 연습
"마감 곧 다가온다. 이거 했니?"
"네가 원고를 만들어서 그래, 그림이 지저분해 보여."
처음은 흘러들었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너는 떠들어라! 내 갈길 간다.' 라며 귀를 닫았다.
그런데 닫는다고 닫아질까?
옆에서 몇 날 며칠을 잔소리해 대면, 사람을 결국 작아지고 만다.
그렇게 작아지고 작아지더니
어떤 생각들이 나를 채워나갔다.
'나는 왜 이것밖에 버티지 못할까?'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지?'
...
이런 생각들로 차다 보니,
반대로 나에게 사라지는 건 뭘까 생각해 봤다.
믿음
'난 할 수 있을 거다.'
'난 버텨낼 수 있을 거다.'라는
그런 나에 대한 믿음이 반대로 사라져 갔다.
그런 믿음이 사라지니
뭐든 재미가 없었다.
드라마를 봐도
책을 읽어도
무언가를 사도
무기력이 나를 지배해 나갔다.
참 신기하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믿음은
간사하게도 한 낱 생각 조각들이 되어 어디에 있었는지 흔적조차 사라져 버렸다.
점점 작아지더니 소멸할 것 같았다.
더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회피하고 싶지 않았다.
부딪쳐서 깨지더라도,
한번 견뎌내고 싶었다.
이리 깨지던 저리 깨지던
아무것도 안 해보긴 싫었다.
난 소리쳤다.
"더는 저에게 그렇게 상처 주지 마세요!"
그 말을 하기 전까지는 정말 무서웠고 두려웠는데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다.
너무 후련했다.
그리고 이상하게 마음에서 작은 게 다시 살아난 것 같다.
그래 이렇게 크나보다.
참... 어른 되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