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승주 Feb 27. 2024

지하철 냄새

온갖 감정들이 공존하는 평범한 집단


여러가지 냄새들이 뒤섞여있는 공간

이곳에서만큼은 도덕성 따위 상실해버려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놀라울 정도로 무신경한 집단이 모여 섞여버린

역겨운 냄새가 기분 나쁘게 풍긴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이들의 표정은 싱글벙글하다.

그저 즐길 생각에 어디론가 신나게 가는 이들도 있고, 오늘은 스트레스를 덜 받기 바라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도 있다.

바로 앞에 상상도 못 할 역겨운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고, 무슨 일인지 깊은 곳으로 침잠하여 앉아있는 이들도 있다.

시간을 아껴보려 머리를 바쁘게 굴리는 이들과

이 시간만큼은 자유를 만끽하려 도파민 자극에 온 신경을 쏟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각자 다른 열차로 갈아타서 또 다른 이들과

같은 노선을 달린다.

우린 함께 하지만 이토록 다르다.

그들은 서로 마주 보고 있지만 관심 따위 주지 않는다.

나란히 있지만 인정 같은 건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침묵을 깨뜨리는 누군가의 전화기 너머

그 속에서 주고받는 그들의 대화 소리는

왠지 모르게 동질감이 느껴진다.

아, 저 사람도 나와 비슷한 사람이구나

저 사람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사람이구나

그 투박한 말투는 각박하기에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언어였다.



작가의 이전글 닿을 수 없는 진심, 위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