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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롱님 Oct 31. 2020

8살, 코로나 입학생 #36 오늘 밤 할로윈

D+244  2020년 10월 31일



#코로나19와할로윈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할로윈데이가 피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여름 더위가 한창인데도 다이소 매장은 할로윈 소품들로 가득 찼고, 주변 테마파크들은 할로윈 데코레이션을 작년보다 더 호러블하게 업그레이드했다. 사람들의 심리 역시 코로나 19와 할로윈은 잘 어울린다고 본 듯하다. 작년에 특별한 할로윈을 보낸 아이도 올해 할로윈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에 호박 요정이었던 꽁이는 좀 더 강도가 센 말레피센트나 뱀파이어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마존에 들어가 꽁이가 입을만한 뱀파이어 드레스를 골라 주문했다. 그리고 추석 전 시골에서 한국형 펌킨패치를 했다. 작년 포틀랜드에서 찾은 비비드 오렌지 컬러의 큼직한 호박밭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빛바랜 늙은 호박 중 귀여운 모양으로 골라와 햇볕 잘 드는 베란다에 모셔놨다. 그런데 문제는 다 함께 모여 핼러윈 파티를 할 수 있을까? 작년처럼 트릭 오어 트릿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작년이 너무 즐거웠다.)


미국 잭오랜턴 줄까, 한국 잭오랜턴 줄까?


#2020할로윈준비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되었다. 학교도 주 4회 등교 수업+주 1회 온라인 수업으로 변경되었다. 개인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학교를 가서 반 친구 모두를 만났고, 학원도 평소대로 다니기 시작했다. 엄마들의 카톡방도 분주해졌다. 올해도 할로윈파티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함께할 주변 친구들을 초대했다.


작년의 트릭 오어 트릿 보물 지도를 꺼내 올해 새로운 스폿을 추가했다. 아파트 안에 숨어 있는 8곳을 찾아 똑똑! 외치면 엄빠가 준비한 트릿들을 받게 된다. 8살이라고 작년보다 더 호러블한 트릿을 준비했다. 레퍼런스를 보며 어울리는 재료를 준비하고 핸드메이드로 만들기 시작하니... 아이는 하나도 안무섭고, 오히려 너무 귀엽다며 불만이다. 동생들이 너무 무서워 울까 봐 자체심의를 했다고 하니 알겠다며 신나게 만든다. 친구들 말고 학원 선생님, 언니들에게는 어제 미리 줬는데 재밌다는 반응이 폭발했단다. 뱀파이어가 주는 트릿으로 잘 어울린다.



어제 드디어 우리 집 호박이 잭오랜턴으로 변신했다. 어떤 얼굴을 만들어줄까 그림책을 보며 고민하다 무섭되 웃긴 버전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작년에 포틀랜드와 한국에서 두 번의 잭오랜턴을 만들어 본 실력으로 호박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뚜껑 열고 안의 씨를 파내고 조각칼로 얼굴을 만든다. 밤이 되자 할로윈에 우리가 노는 동안 집을 지켜줄 잭오랜턴으로 변신했다!  It's not a pumpkin anymore. It's a jack-O-lantern!



할로윈데이 오전엔 바빴다. 매직이 역시 뱀파이어가 되고 싶어 할 것 같아 박쥐 날개와 드라큘라 이빨을 만들어 붙여줬다. 산타무도. 뱀파이어 여왕에게 어울리는 파트너가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우리집 현관문을 똑똑 두드리며 트릭오어트릿을 외칠 때 할 미션을 준비했다. 작년엔 참참참 게임을 해서 성공하면 사탕 봉지를 나눠줬는데, 올해는 좀 더 난이도를 높였다. 현관문을 열면 바로 복잡한 거미줄이 나타나게 블랙 리본을 지그재그로 붙여놨다. 거미줄을 통과해 집으로 들어오면 무시무시한(?) 손과 피가 담긴(?) 링거병을 받게 된다.



#드디어할로윈파티 

오후 3시 아파트 놀이터에 모두 모였다. 할로윈 코스튬한 어린이는 총 11명이며 각자에게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 모험 지도를 나눠줬다. 아이들이 지도를 보며 지도 속 표시된 8곳의 장소로 순서대로 찾아와 미션을 하고 사탕 봉지를 받았다. 기괴한 미션을 해내며 깔깔깔 웃고, 준비한 호박 바구니가 넘치도록 사탕 주머니를 양손에 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 뒤로 더 즐거워하는 엄마 아빠들이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마지막 미션 스폿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올해 할로윈도 즐겁게~ 코로나 바이러스 악령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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