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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집사 Nov 19. 2024

겨울날의 곰을 아시나요? D + 87

20241119 으스스 부스스

* 1681일째 드로잉 : 보통의 가족. 7



 -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었다. 움츠려드는 어깨, 푸석해지는 손등, 아침엔 냥이들에게 인사하다가 아랫입술이 찢어져버렸다. 정확히 굿모닝의 닝을 발음할 때 그리되었다. 핸드크림과 립밤의 계절이 욌다. 올해도 내 코는 고주망태가 되겠지… 어쩌면 산타에게 해드헌팅이 들어올지도 모르겠다.


- 빨래를 하고 난 후 세탁기를 열어보니 눈이 소복하다. 반려인의 청바지 속에 휴지뭉치가 마법을 부린 것이다. 빨래를 널 때마다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걸 본다. 냥이들이 이게 뭔 일이냐며 신이 나서 반기는 눈치이다. 그를 불러 다그칠까 생각도 했지만 비염인의 숙명을 알기에 마음이 약해져 버렸다.


- 어제는 월요일마다 있는 낙서모임에 다녀왔다. 원래 빌렸던 쪼꼬미 쏘카가 사고가 나는 바람에 코뿔소 같은 녀석을 타고 갔다. 혹여 지난번처럼 사고가 날까 노심초사 뒤뚱뒤뚱 거북이처럼 몰고 갔다. 마침 기름도 없어 주유소에 들러 보란 듯이 대각선 주차를 하고 기름을 넣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혼잣말을 얼마나 했는지... 사무실에서 아저씨가 신고할 거 같은 눈으로 쳐다보셨다.


- 발이 시려 슬리퍼를 신고 있으면 룽지가 자꾸 한 짝을 데려가 버린다. 놀아달라고 보채지 않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새 친구를 사귀는 거 같아 보고만 있지만 발이 너무 시려 인어공주처럼 나머지 한 짝에 두 발을 쑤셔 넣고 있다. 저 왕자님이 나중에 신발 주인을 찾으시려나…? 그럼 나도 신분세탁이 가능할까…? 오만가지 상상을 든다.


- 오늘의 할 일 : 히터 꺼내기. 수프 만들기. 올겨울 첫 유자차 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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