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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짜장 Mar 26. 2024

내 인생 두번째 계류유산

나의 엄마, 미운 엄마, 사랑하는 나의 엄마

내 나이 올해 35살. 이제는 나이 때문에 임신고위험군에 속하는 나이에 들어섰다. 동시에 더 늦기전에 둘째를 가져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첫 임신때 8주만에 계류유산 경험이 있어 두번째 임신때는 '계획,  초기 임신기간'까지는 양가부모님께도 잘 알리지 않았다. 계류유산을 하면 우리 부부가 제일 힘들고 아프지만 부모님께서도 속상해하실 거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째 도원이(가명)때와 다르게 둘째 임신은 더 힘들거나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굳이 임신계획도 말씀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거 같았다.


 그런데 우리 엄마에겐 말씀을 드려야했다. 지금 첫째 도원이(가명) 을 봐주시기도 하고 내가 만삭이 되었을때 가장 많이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엄마이기 때문에 '임식 계획'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우리 부부 임신 계획을 들은 엄마의 반응은 꽤나 부정적이었다. 일단 내가 도원이를 임신했을때 너무 아팠기 때문인데 이제는 내가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전처럼 한달 내내 병원에 있으면 모두가 힘들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굳이 무리해서 둘째를 낳을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을 내비치셨다. (근데 진짜 오랜기간 아팠다. 2달 정도 구토증에 시달린데다가 만삭되었을때는 아이가 크고 있는데도 몸무게가 5키로가 빠졌었다)


 결혼전에도 같은 증상으로 15키로가 빠졌고 2년동안 병간호를 해주셨던 분이 엄마이기에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거 같았다. 그당시 엄마가 울면서 내 옆을 지켜주셨던게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하루는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나날이 살이 빠지는 딸을 보며 '혹시나 이러다 죽지 않을까'라는 공포심도 들었을 거 같다.


 우리 아기 도원이가 살짝만 어디에 부딛히거나 긁혀도 내 마음이 찢어지는데 우리 엄마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병명이라도 알면 좋으련만 아직까지도 내가 왜 아픈지 모르니 엄마는 둘째를 낳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해주신 거 같다.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둘째는 과감히 포기하고 도원이만 잘 키울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늘 셋째까지 낳고 싶어했기 때문에 둘째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남편과 열심히 노력(?)했고 2월 초에는 임신테스터기에 희미한 두 줄도 볼 수 있었다. 기뻤지만 최대한 담담하게 남편에게 두줄을 보여줬다.


 남편도 기뻐했지만 양가부모님께는 아기집을 보고난 후에 알려드리자고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 다음날도 그 다다음날에도 테스터기를 했는데 두줄이었지만 너무 흐렸다.빛에 비춰 여기저기 흔들어 봐야 희미하게 보이는 줄. 5주가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이렇게  흐리면 계류유산 또는 자궁외임신이라고 했다. 남편과 매일 테스터기를 보면서 '아무래도 이번에도 계류일 거같다. 기대하지 말자.우리에겐 소중한 도원이가 있다'고 서로 위안을 줬다. 나는 주말동안 꾹꾹 기다리다가 조금씩 진해지는 두 줄을 확인하고 뛸듯이 기뻤다.


 그래서 우리 부부와 함께 도원이 육아를 해주시는 엄마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려봤다. "엄마 확실치 않지만 임신일수도 있을 거 같아." 임테기에서 두 줄을 막 확인한 후라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호흡을 다듬고 약간 설렘을 담아 엄마께 말씀드린 건데 돌아오는 대답은 한숨이었다. 허허허. 예상치 못한 반응에 화가났지만 그러려니 했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싶어 "엄마 그 반응 나 두고두고 기억할 거야"

 

 엄마는 온 세상 근심을 다 담은 얼굴로 "넌 사업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직장도,다니면서 둘째 낳으면 뭘 어쩌려고 그러니? 일을 좀 줄이던가 둘째가 불쌍하잖아" 라고 하셨다. 늘 상처가 되는 말을 하는 우리 엄마.


 안타깝게도 그 일이 있은 후 2일후에 계류유산을 확정이라도 해주듯이 갈색피가 비치기 시작했다. 이미 한번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고통이 찾아올지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4주만에 유산이 되어서 그런지 이전처럼 고통스럽지 않았다. (가장 아픈 건 마음이지)

 

 무튼 엄마가 되면서 나에게 또다른 세계가 찾아왔는데 그건 바로 "아이"라는 세계였다.  주변에 슬프게 아이를 먼저 하늘나로로 보낸 지인부부를 3커플 이상 만날 수 있었는데, 내가 아기가 없었다면 '그저 슬픈 남 이야기'로만 지나갔을 이야기들을 접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엄마의 마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이제 막 돌 지난 아기를 하늘 나라에 보낸 부부, 계류유산으로 나와같이 슬퍼하는 분들, 만삭인데 뱃속 태아를 보낸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가 온다는 건 그 자체로 축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아기에겐 작은 말한마디, 손길 하나도 너무나도 소중하게 전해야하는데 엄마는 한숨으로 나의 (계류유산된)둘째를 맞이해줬다. 엄마를 많이 사랑하지만 만약 또 임신을 하게되면 말하지 않을 거 같다. 나 삐졌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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