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힐데와소피 Aug 16. 2023

CVF, V20을 아시나요

전세계적인 금융구조 개혁 없이 기후위기는 해결할 수 없다


네이버든 구글이든 V20을 검색하면 LG V20만 나온다. 2016년에 출시되 이제는 나오지도 않는 스마트폰인데, 그보다 1년 앞선 2015년에 만들어진 기후취약국 연합체인 V20은 검색어에 걸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글은 혹시라도 V20을 찾아볼 누군가에게 정보가 되지 않을까 싶어 쓰는 글이기도 하다. 


V20 은 Vulnerable Twenty의 약어로 기후취약국포럼(Climate Vulnerable Forum, 이하 CVF) 회원국의 재무장관을 주축으로 하는 연합이다. 재무장관을 비롯한 고위급 관리 단위의 정책 논의를 통해 경제 및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것을 목표로 한다. 2015년 10월 8일 페루 리마에서 세계은행(World Bank)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연차총회가 있었는데, 이때 필리핀의 재무장관인 세자르 푸리시마(H.E. Cesar V. Purisima)가 열었던 CVF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설립되었다. 그리고 CVF는 2009년 11월 몰디브에서 기후위기로 인해 국가적 위협을 받는 정부 대표자들이 모여 시작된 국제 포럼으로,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협력하고 연구하고, 함께 의제를 선정하여 활동하고 있다. 2013-2015년 사이에 진행된 CVF의 코스타리카 행동계획에서 V20 창설을 추진했고, 그 결과로 2015년 V20이 창설되었다. 즉 CVFV20의 회원국은 동일하다. 


CVF는 2009년 방글라데시, 바베이도스, 부탄, 가나, 케냐, 키리바시, 몰디브, 네팔, 르완다, 탄자니아, 베트남 11개국으로 시작해서 현재 58개의 회원국을 두고 있다. 가나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의장국을 맡고 있다. 아래 사진에서 회원국의 위치를 보면 알겠지만, 해안과 가깝거나 사막 지대에 있는 국가가 대부분이다. 실제 기후위기의 타격을 오래전부터 많이 받고 있어 자연재해가 빈번히 발생하며, 식량위기, 주거위기 등에 놓여있다. 58개 회원국의 인구는 총 15억 명이다. 이들 국가가 겪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비해, 탄소 배출 점유율은 5% 정도로 상당히 낮다.(회원국 목록)


자세한 회원국 목록은 아래 링크에서



아크라-마라케시 어젠다(Accra-Marrakech Agenda)


현재 V20은 아크라-마라케시 어젠다를 중점에 두고 있다. 현재 의장국을 맡고 있는 가나는 2023년 3월 30일에 V20 온라인 회의를 주최하였다. 여기에서는 'V20 장관급 대화 X(V20 Ministerial Dialogue X)'에서 출범할 아크라-마라케시 어젠다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결정했다. 장관급 대화는 4월 16일에 열린 '세계은행 및 국제통화기금 춘계 회의' 에서 진행되었고 이때 아크라-마라케시 어젠다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 어젠다는 10월에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리는 세계은행 및 국제통화기금 연차 총회에서 최종적으로 구체화된다.(아크라는 가나의 수도, 마라케시는 모로코의 수도다. 그래서 의제명이 아크라-마라케시인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올해 11월 말 두바이에서 열릴 COP28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는 것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아크라-마라케시 어젠다는 기후위기에 취약한 국가들을 지원하며 현재 기후위기에 알맞는 경제 구조 개혁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인 네 가지 방향은 아래와 같다. 


1. 기후위기를 해결을 지향하는 부채 관리(Make dept work for the climate) 

V20의 웹페이지에 업로드된 출간물을 보면, 재무장관급의 회의인 만큼 부채 문제에 초점을 많이 맞추고 있는 것이 보인다. 회원국은 저개발국가이거나 개발도상국인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국제기금이나 선진국에 부채를 많이 지고 있다. 부채가 많을 수록 국가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후위기를 극복하거나 국가 운영을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할 자본을 유입하는 데도 어려움에 처해 있다. V20은 이를 가장 시급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며,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금융구조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V20의 웹페이에서 각국의 부채 상황을 검토한 출간물이나 경제구조와 기후위기의 연관성을 분석한 출간물을 볼 수 있다.)


2. 국제/개발 금융 시스템 전환(Transform the international and development financial system) 

전 세계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여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방식의 금융 흐름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는 성장 일변도의 산업에서 환경적이고 회복력 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 V20은 구체적으로 기후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는 산업에 대한 자본 대비 대출 비율을 높이고 환경을 위협하는 산업에 대해서는 비율을 낮추는 방식, 긍정적인 기후 행동에 대한 IMF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 SDRs) 등의 계정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 등을 이야기한다. 


3. 탄소 금융에 관한 새로운 글로벌 협약(A new global deal on carbon financing) 

정부 간 글로벌 탄소 거래의 규모를 확대하고, 기후취약국과의 공공 협력을 통해 선진국들이 국가 배출량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 


4. 기후로 불안정해지는 세계 경제를 위한 리스크 관리 개혁(Revolutionize risk management for our climate insecure wolrd economy)

기후는 세계 경제에 불안정한 요소로 작동한다. 이에 대해 손실과 피해에 대한 선제적 금융을 마련하고 G7과 V20 간의 기후위기에 대한 글로벌 방패(Global Shield)를 포함해 IFI 금융 및 신용 평가 관행에서 모든 종류의 기후 리스크를 감시하고 모니터링해야 한다. 즉 현재의 신용 평가 제도나 증권 평가 등에 기후 리스크가 더 명확히 반영되어 기후에 부적합한 사업이나 투자에 불이익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구조 개혁을 통한 기후위기 완화와 적응


그리고 이 모든 계획은 CVF 회원국인 스리랑카가 방글라데시, 가나, 몰디브와 함께 2022년 COP27에서 발표하면서 추구하기 시작한 기후번영계획(Climate Prosperity Plan, 이하 CPP)의 방향성을 따른다. 스리랑카가 발표한 CPP는 자국 경제에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여 경제 성장과 고용을 촉진하는 동시에 기후 적응을 가속화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마이너스 배출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V20이 발표한 CPP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이들이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외치는 목소리는 결국 현재 자본주의 금융경제의 구조에 닿는다. 이들이 말하는 것이 결국 자국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적어도 V20이 추구하는 번영은 다른 국가들보다 더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극복하고 지구상에 살고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도달하는 미래다. (한국에서도 평화와 번영을 말한 시기가 있었지만 우리의 번영은 개발을 위주로 하는 성장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그런 의미에서 V20에서 말하는 번영도 어떤 의미에서 '상생'과 '평등'의 가치를 담고 있는지 조금 더 알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이런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이미 자본을 충분히 넘치게 갖고 있거나, 부채는 높지만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선진국 중심의 경제체제를 개혁해야 한다. 모두가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공평하게 기회가 돌아가고, 기후위기가 더 심각해지지 않고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도록 모든 산업의 기준이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이 여전히 에너지를 펑펑 쓰고 자신들에게만 안전한 공간을 만들며 스스로를 지키려고 하고 있을 때, CVF 회원국의 사람들은 해수면 상승과 이상기후현상으로 살아갈 터전과 목숨을 잃고 있다. 한국에서는 선진국의 노력과 중국을 기후악당으로 치부하는 뉴스만 접하지만,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5%밖에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기후위기의 결과를 몸으로 겪고 있는 기후취약국들의 오래된 노력과 고통을 알아야 한다. 이미 위험에 처해있는 많은 국가들이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제기하고 추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응답하는 국가들은 없다. 자신들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금융경제를 바꿀 필요도 없을 것이며, 이제는 이 자체가 너무 구조적으로 단단해서 자신들도 손댈 수 없는 일이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여전히 단기적으로 우리만 돈을 많이 벌고 자본을 확보하여 안전해지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이지 기후위기는 장기적이고 범세계적인 대책이 함께 필요하다. 이미 많은 노력을 들이고, 협의체를 만들고, 의견을 제시하고, 방안을 만들어내는 다른 많은 국가들이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도 불평등한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더욱 괴로운 미래를 맞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V20의 또 다른 노력들이나, 기후위기와 경제구조 개혁에 대한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면 브런치에도 다시 업데이트 해볼까 싶다. 꼭 다음이 있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무엇을 할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