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코알라 May 25. 2022

역대급 비호감 선거...
국민은 '정치적 번아웃'

갈등과 반목의 끝... 조화의 시대로 나아가자

*이 글은 '사단법인 청정' 뉴스레터 2022년 3월호 칼럼입니다(작성: 2022년 02월 14일).


역대급 비호감 선거... '정치적 번아웃'

대통령은 '국민 대통합'의 상징

갈등과 반목의 시대 끝내고,

조화롭게 어울리는 시대를 열어야


"뉴스를 틀면 항상 안 좋은 이야기만 나오니 후보가 누구든 그냥 다 싫다". 지난 수요일, 업무상 만난 20대 청년의 말이다. 대통령 선거까지 한 달 남짓 남았는데 슬슬 마음은 정했는지를 묻자 그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이처럼 답했다. 어쩌면 그의 반응은 당연할지 모르겠다.


지난해 초겨울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될 즈음부터 이번 대통령 선거에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불편한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발표하는 '호감도 조사'에서 주요 후보들은 60% 가까운 비호감도를 기록하기 일쑤였다. 이렇게까지 대통령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치솟은 이유를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후보자 개인에 대한 인기는 차치하더라도우리네 정치권이 확대·재생산 한 갈등의 소산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 모두 당내 경선 과정에서 개별 후보 지지세력 간의 충돌과 혐오가 판쳤고, 경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당장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라는 선거 불복의 움직임 또한 격렬하게 일었다. 경선이 끝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자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과거 여느 선거가 그러했듯 상대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이 아닌, '자질 검증'이라는 핑계로 그저 상대방을 악마로 만들기 위하여 흑색선전과 중상모략 공작을 펼쳤다. 빠지면 섭섭한 수십 수백 건의 고소∙고발 남발까지 더해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정책도 이념도 전망도 모두 실종되었고, 국가의 미래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깜깜이' 투표만을 앞두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일반 대중이 정치에 관심을 두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열렬한 지지를 보내주기를 바라는 자체가 비정상이 아닐까.


차기 대통령은 2년이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코로나 19 사태를 정리하고 새로운 미래상을 제시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하여 상식과 비상식이 뒤섞이고, 비일상이 일상이 되어버린 고통의 나날을 보내왔다. 전 세계적으로 혼란한 경기 속에서 누군가는 한탕 크게 벌어 '벼락부자'가 되었고 누군가는 반대로 '벼락 거지'가 되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암울한 상황에 삶을 포기하라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비과학적이고 오락가락하는 방역대책은 이미 찢어질 대로 찢어진 국민의 가슴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었다. 이런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글로벌 경제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제4차 산업혁명'이다, '2050 탈탄소'다 하며 새로운 도전과제를 끊임없이 낳고 있다.


대통령의 역할은 무엇일까? 강력한 군대를 육성하여 국가의 안보를 철통같이 지키는 것인가, 국내외 산업환경에 재빠르게 반응하여 우리나라를 글로벌 경제 선진국으로 만드는 일인가,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을 보살피고 절망에 눈물짓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인가. 모두 다 맞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통령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국민 대통합'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문재인 정부 5년을 지나오며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분열되었다. 페미니즘의 대두와 함께 촉발된 '남녀 갈등'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을 향해 추락 중이며,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정치인들은 갈등의 잔해물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조각조각 나눠 먹기에 바쁘다. '86세대 용퇴론'과 2030 세대의 약진으로 벌어진 '세대갈등'은 '개 꼰대' 부모세대와 '요즘 것' 자식 세대 간의 대화를 끊어버리는 슬픈 현실을 낳았다. 이에 더해 우리 사회의 고질병 중 하나인 '노사갈등'은 코로나19 상황에도 개의치 않는 노조의 대규모 파업과 사측의 갑질 횡포로 반복되고 있으며, 저출산 고령화와 지방 소멸, 종교 갈등, 다문화 갈등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둘러싼 분열과 반목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 8톤 트럭"처럼 폭주하고 있다.


올해 봄은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연달아 치러지는 '정치의 계절'이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목소리와 정권 재창출을 읍소하는 움직임이 강력하게 부딪히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거 국면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다. 당장의 혹독한 삶에 먹고살기도 빠듯한데, TV며 신문이며 심지어는 SNS에서까지 세력과 세력이 치고받고 서로 헐뜯기 바쁜 모습까지 챙겨 볼 여력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우리네 국민은 차라리 눈을 감아버렸다. 갈등이 치열하고 정치는 혐오스러우니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껐다. 전 국민이 '정치적 번아웃' 상태에 빠졌다 이 말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5년을 결정지을 날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에라도 선명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들고 나와 치열하게 승부를 겨루기를 바란다.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은 이제 그만 넣어두고 '민주주의의 대축제'인 대통령 선거의 본질로 돌아오라. 이대로라면 우리는 또다시 부끄러운 편 가르기의 역사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며칠 남은 선거기간만이라도 상호존중과 신사다운 경쟁으로 분열정치에 지쳐버린 국민의 마음을 치유해 주기를 바란다.  대통령 당선인이 수락연설에서 '국민 대통합'을 부르짖을 때, 그 울림이 국민의 마음에 진정으로 와닿을 수 있도록.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매거진의 이전글 吳 최초 4선 굳히기? 아니면 宋 대역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