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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코알라 Jan 16. 2023

[월말정산] 말로 보는 정치 이슈
(12월)

대한민국 고질병 수술, 주치의 윤석열

[월말정산]은 매월 세간의 이목을 끈 주요 '말말말'을 모아 정치 이슈를 소개합니다


2022년 12월 01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전주 대비 1% p 오른 31%였다. 10월 넷째 주 이후 플러스 마이너스 1% p씩 등락하며 답보 상태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주저앉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거대 야당의 입법훼방을 뚫고 국정난맥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 방 안의 코끼리를 감히 더듬을 용기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패널 100명을 초청한 가운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당초 회의는 각 부처 장관들의 업무보고를 받고 윤 대통령이 보완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될 계획이었으나, 국정과제 이행에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고자 폐쇄적인 형식이 아닌 이른바 '국민과의 대화'와 같은 열린 포맷으로 변경되었다.


◎12월 15일

윤석열 "(3대 개혁) 대한민국 지속가능성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사안"

윤석열 "개혁,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해내야"


윤 대통령은 이날 점검회의에서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 3대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역설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어느샌가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던 주요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선언한 것이다.


◎5월 16일

윤석열 "지속 가능한 복지제도와 사회안전망 제공 위해 연금 개혁 필요"

윤석열 "세계적 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의 노동 개혁 필요"

윤석열 "기술 진보 수준에 맞는 교육을 공정하게 제공하기 위한 교육 개혁 피할 수 없어"

윤석열 "지금 추진하지 않으면 사회의 지속 가능성 위협받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3대 개혁의 얼개는 앞서 5월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천명한 새 정부의 핵심 과제와 일맥상통한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우리가 직면한 나라 안팎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가 미루어 놓은 개혁을 완성하지 않고서는 극복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하며 연금, 노동, 교육 3대 개혁을 위한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한 바 있다.


◎12월 15일

윤석열 "노동개혁 이루지 못하면 정치도 망치고 경제도 망한다"

윤석열 "유연성·공정성·안전·안정성... 노동법 체계와 문화가 바뀌어나가야 할 방향"


윤 대통령은 점검회의에서 '화물연대 총파업'을 언급하며 노동개혁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유연성·공정성·안전·안정성 등 4가지를 노동개혁의 방향성으로 제시했는데, 특히 현행 노동법 체계는 60~70년대 공장시대의 법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디지털혁명과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노동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3류, 4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제고에 더해 '귀족노조'에 의한 무분별한 불법파업 등에서 탈피하기 위하여 노동개혁은 피할 수 없다는 강한 인식이다.


◎12월 15일

윤석열 "핵심 중의 핵심은 결국 교육문제... 성장과 균형발전의 밑거름"

윤석열 "획일성·평등성 아닌 선택의 자유 존중... 자유와 연대의 철학"

윤석열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 출마... 지방 균형 발전에 훨씬 도움"


백년지대계라 불리는 교육분야에 대한 개혁 의지도 확고했다. 윤 대통령은 교육 기관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이야말로 성장과 지역균형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고 지적하며 "원론적으로 중등교육에 대해서 교육 수요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되었던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 폐지와 전국고교평준화 정책 등이 자유의 가치에 어긋났기 때문에 하향평준화라는 역진성을 띄게 됐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윤 대통령은 나아가 "지역에 만족할 만한 중고등학교가 많이 있으면 지방대학도 저절로 좋아진다"라며 "대구, 광주, 부산 등에 지방 명문고가 있었을 때 지역 국립대나 지방대가 상당히 좋았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역의 중등교육기관이 자율적으로 경쟁력을 키우면 이를 통해 육성한 지역의 우수 인재가 자연스럽게 지방대학과 지방기업의 활성화 그리고 지역 자체의 발전의 거름으로 역할한다는 지역 내 연쇄적 선순환 구조를 구상하고 있는 듯하다.


한편으로 윤 대통령은 현행 지방선거에서 각각 분리하여 선출하고 있는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러닝메이트'로 묶어 함께 출마하고 동시에 선출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지방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교육의 지휘자인 교육감을 운명공동체로 묶어서 바라보는 것은 결국 지역소멸위기의 원인과 해결책이 교육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시각의 반영이다.


◎12월 15일

윤석열 "이번 정부에서 연금개혁 완성판 나올 수 있도록 연구와 공론화 거칠 것"

윤석열 "연금개혁, 미래세대가 열심히 사는 의지를 잃지 않게 하는 지속가능성에 관한 문제"

윤석열 "연금 얘기 꺼내면 표가 떨어진다... 지난 정부 아예 얘기 자체 나오지 않아"


연금개혁은 노동개혁이나 교육개혁과 같이 일부 법률 혹은 시행령을 고친다고 쉽사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에 대해 "아주 시간을 두고 연구하고 또 공론화해서 한 번 결정이 되면 그대로 30년, 50년 가야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처럼 연금은 한 번 손 대면 향후 수십 년간 영향력을 미치는 과제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나아가야 한다.


윤 대통령은 정치적 잇속 계산에 몰두하느라 연금개혁의 시기를 놓쳐버린 지난 정부와 정치인의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과거에 연금 이야기만 꺼내면 표가 떨어진다거나 여야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해서 연금 얘기가 본격적으로 논의가 안 됐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 정부 내내 앞으로 2057년에는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경고등이 새빨갛게 켜져 있었음에도 누구 하나 손을 댄 적이 없다.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은 '방 안의 코끼리' 그 자체다. 나랏살림을 책임지는 대통령, 정치인, 공무원 모두가 시급하고 심각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괜히 건드렸다가는 크게 불똥이 튈 게 뻔해 애써 모른 척 딴청을 피우고 언급 자체를 꺼려왔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그깟 숫자에 불과한 지지율 따위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성격은 때로 대중의 지탄을 무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너도 나도 눈치만 살살 살피느라 피해온 '오물'을 치우도록 나설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발전을 가로막고 갈등을 낳아온 노동, 교육, 연금 3대 고질병을 고치지 않고서는 새로운 성장의 발판 마련은 요원하다. 죽어가는 환자를 앞에 두고 수술이 어렵다고, 인기가 떨어진다고 마냥 쉬쉬할 수만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치의'가 되고자 팔을 걷고 나섰으니 수술을 잘 끝내고 대한민국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명의로 기록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생각이며 소속사 및 특정 집단과 관계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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