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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양 Sep 25. 2023

SNS를 믿으시나요?

대학교 동아리 선배 중에 입담 좋기로 유명한 선배가 있었다. 체구는 작은데 똑 부러지는 성격의 소유자로, 한 달에 한 번 있는 월간 보고회에 그 선배가 오면 모두 긴장했었다. 선배는 말발도 좋았고 예리한 구석이 있었다. 선배의 일화로 들은 것 중에 기억이 남는 것이 있다. 일명 ‘도를 아시나요?’라고 물어오는 사람에게 오히려 역으로 ‘도’를 설명하고 쩔쩔매게 만들어 상대방이 그만 보내달라고 사정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만 해도 길을 가다 보면 자주 ‘도를 아시나요?’라고 물어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무시하고 가던 길을 가는 타입이었다. 그러나 어떤 날에는 ‘도’를 믿으면, 내 인생도 좀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대학교 친구 중에는 진짜로 그 사람들을 따라가서 제사까지 지냈었다. 친구는 제사 명목으로 상당한 돈을 갈취당하고도 빠져나오지 못했고, 지인에게 울며 전화해서 도움을 요청을 하고 겨우 그곳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듣고, 나는 친구에게 그냥 박차고 나오지 그랬냐고 했다. 친구의 말이 ‘도를 믿는’ 사람을 따라 갔더니, 갑자기 엄청 무서워 보이는 다른 사람이 와서 이야기하는데 빠져 나오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한 번 이야기나 들어보자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어느새 자신이 한복까지 갈아입고 있더라고 했다.     

 

 요즘 SNS를 보면 꼭 ‘도를 믿나요?’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료한 시간을 달래느라 가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거기에 푹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정신없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보면 한 시간, 두 시간은 훌쩍 지나 있기도 했다. SNS를 하다보면 좋은 집에 살며 그림같이 꾸며놓고 사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집은 온통 화이트 톤에 운동장 같은 거실에 대형 텔레비전과 소파, 열 명은 앉아도 될 만큼 널찍한 식탁과 최신 유행하는 가전제품을 그야말로 전시해놓고 산다. 나와는 완전히 사는 세계가 다르다. 생활감이라고는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그런 집이다. 나도 한때는 SNS를 즐겨 한 적이 있었다. 함께 육아하는 엄마들 계정에 찾아가 ‘좋아요’를 눌러주고 일부러 부러움이 가득 담긴 댓글도 달아주었다. 내가 그들에게 한 만큼 그들도 내 계정에 찾아와, 아이의 일상 사진이나 문화센터 수업을 하는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주었다. 처음에는 아이 성장 기록용이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요’라든가 ‘하트’를 받는 것에 목숨 걸고 업데이트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연히 아이와의 소통이나 놀이보다는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에 치중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아이는 뒷전이 되고 사진을 예쁘게 찍어 올리려고 아이에게 자꾸 포즈를 취하라고 하거나 웃으라고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에 SNS를 그만두었다. 타인이 보여주는 삶과 내 삶을 비교하니 속상했고 괴로웠다. 남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불행한 것 같았다. 주말이면 ‘어딘가’에 가서 ‘무엇인가’를 하는 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내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돈과 시간을 낭비하며 체력을 소진하며 보여주기식의 외출을 하게 되었다. 그런 외출에서 돌아와 ‘좋아요’나 부러움의 댓글을 확인해도 좋은 것은 순간이고 결국은 허무했다. 비록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는 멋지게 표현되지 않더라도, 집에서 아이와 책을 읽는 시간이나 함께 밥을 먹는 시간 모두 그 순간순간은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 그런데 그때는 그걸 몰랐다.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에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표정을 살피고, 아이의 감정을 제대로 읽어주는 것이 더 중요한데 말이다. 아이는 커 가는데 나는 핸드폰 액정을 통해서만 아이를 보고 있었다. 순간 깨닫게 되니, 무의미한 것에 빠져들었던 나의 행동들이 후회되었다. 나는 당장 업데이트를 그만두었다.     


 SNS는 ‘도를 믿으시나요?’처럼 한번 빠져들면 속수무책으로 그 안의 삶이 진짜라고 믿게 만든다. 꾸며놓은 ‘행복해 보이는’ 순간을 그 삶의 전체라고 믿어버리게 된다. 나는 더는 SNS를 믿지 않는다. 그들이 보여주는 ‘포장된 순간’이 그 사람의 행복을 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좋은 집, 좋은 차, 명품 가방은 행복의 척도가 될 수 없다. 순간의 감정이 짜증이어도, 순간의 감정이 슬픔이어도 그런 것들은 모두 내가 느끼는 소중한 감정이며 그것 또한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삶에서 기쁨과 행복만이 소중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나는 SNS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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