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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Dec 20. 2023

내딛는 과정

Selp-Portrait. 2023년 12월 20일 수요일, 눈.

지난 주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파가 제법 매섭다. 내가 지금 있는 이곳, 내포는 눈도 많이 내렸다. 내포를 둘러싸고 있는 용봉산과 수암산을 비롯해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장관을 오랜만에 보고 있으니 이 또한 축복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내일부터는 더 강력한 한파가 몰려온다고 하니 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 내가 하는 대비란 그저 내 몸 하나 잘 건사하는 것뿐. 그 하나만으로도 짜증과 신경질이 나는데, 자신이 아닌 주변을 건사하기 위해 이 추위와 싸우는 분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숙연해진다. 그리고 좀 전까지 내가 쏟아냈던 한없이 가벼운 감정들이 떠올라 차마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 이 글을 쓰나 보다. 다시 정신 차리고 내 할 일을 하자고 말이다.


한파의 여파는 미미하긴 해도 분명히 내게도 미쳤다. 우선 지난 일요일, 고속버스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아 터미널에서 40분 넘게 기다렸고,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도로 집으로 돌아가 월요일에 내포로 내려왔다. 터미널을 오간 시간과 터미널에서 기다린 시간이 얼마나 아깝던지. 그리고 이번 주말에 계획했던 목포 여행도 취소했다. 올 한 해도 정리할 겸 평소 가고 싶었던 목포를 천천히 거닐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려 했는데, 이런 날씨에는 걷기 여행이 어려울 것 같아 다음을 기약하며 미리 예매했던 KTX 승차권과 호텔 방을 취소했다. 그 대가로 4만 원에 가까운 수수료를 물어야 했다. 이 비용 또한 아까워 죽겠지만 어쩔 수 없지. 대신 주말을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목포는 날이 풀리는 봄에 내려가 제대로 둘러보고 와야겠다.




어느덧 2023년도 1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구나. 이제 정말 올 한 해를 잘 보내주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쉬운 마음에 하지 못한 일, 부끄러웠던 기억, 안타까웠던 일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한 해를 잘 보내주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 같은 실패와 좌절의 과정을 다시 되풀이하거나 새로 겪었더라도 분명히 나는 올 한 해 깨달은 게 있고, 또 새롭게 배우며 나를 조금 더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2023년 12월 31일이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나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내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과정에 있을 것이다. 그러니 부족하고 아쉬운 마음에 사로잡히지 말고, 올해가 가기 전에 이런 감정들을 잘 보내주자. 그 감정들을 통해서도 배울 게 있으니 배울 건 배운 후 잘 떠나보내 주자. 그런 다음 새로운 희망으로 2024년을 맞이하면 된다. 2024년 12월 31일, 지금보다 조금 더 성장해 있을 나를 그리며 다시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자.    


물론, 오늘도 그 과정에 있으니 우선 오늘을 잘 보내고, 잘 마무리하자.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썼으니, 일단 오늘은 이미 잘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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