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물 에세이 필름의 시작.
지난 2023년 5월 23일, ‘마흔둘, 영화 만들기 좋은 나이’ 세 번째 글을 끝으로 영화 연출과 장편영화 데뷔를 향한 나의 도전기를 글로 담지 않았다.
이후 10개월의 시간은 방황의 시간이었다.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는 열패감과 계속되는 실패의 연속.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이 방향이 맞는지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그 고민의 시간 중에 서울시민대학의 한 강의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경희대학교에서 들었던 동양철학 강의.
동서양 철학 공부에 한평생을 바친 노교수의 가르침은 다시 꿈을 향해 나아가도록 내게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그건 바로 ‘파도에 집착하면 바다를 볼 수 없다는 말씀.’
나는 다시 파도가 아닌 바다를 보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섰기에 나는 다시 내 도전의 과정을 기록하려 한다.
비록 보잘것없고, 서툴고, 미약할지라도 이 기록이 나중에 아주 중요한 의미가 될 것을 믿기에 다시 시작해 보려 한다.
올해 1학기 ‘장편영화제작워크숍 2’ 수업을 들으며 인물 에세이 필름 촬영 및 제작에 들어간다.
‘oneman band’ 방식으로 제작하는 러닝타임 60분짜리 다큐.
나는 어떤 인물을 탐구할 것인가? 고민 끝에 내 가족, 그중에서 둘째 형을 탐구해 보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지도교수인 박기용 교수님도 괜찮은 기획안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제대로 하면 영화제에 출품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에 용기가 생겼다.
주인공을 정한 후, 수업 시간에 발표할 기획안을 작성하고 현장 답사를 오늘 처음으로 진행했다. 무려 2시간 40분에 걸쳐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평생 처음 대장동이란 곳에 가 둘째 형을 만나고, 사진 몇 장을 찍어 왔다.
이 사진을 바탕으로 다시 기획안을 수정하고, 이번 주 발표를 통해 작업 방향을 다시 수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달 초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다.
올해는 무엇이든 정말 제대로 해볼 생각이다.
그 이유가 조금 우습긴 하지만, 대운이 들어올 때의 징조라고 하나?
올해는 유독 항상 새롭게 시작되는 오늘이 감사하다.
벅찰 정도로 감사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눈을 감기 전에도 감사하다. 이렇게 무사하게 또 하루를 살았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 그러니 매일 최선을 다해 살 수밖에.
물론, 아쉽고 채워지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채워진 98%의 가치를 폄훼할 수는 없다. 2%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채워가면 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채워질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마흔하나, 마흔둘, 마흔셋.
솔직히 말하면 열일곱 그 무렵부터 자라나기 시작한 영화의 꿈.
학기를 무리 없이 밟으며 올해와 내년을 지나면 드디어 내 생애 첫 장편영화가 눈앞에 보일 것이다.
운이 좋으면 2026년 각종 영화제에서 관객들에게 내 영화를 선보이는 날이 올 것이다.
꼭 그렇게 만들 것이다.
다시 오늘부터 시작하자.
누가 늦었다고 말하는가.
누가 감히 타인의 삶을 함부로 평가하고 규정하는가.
그것도 최선을 다해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의 삶을.
그 삶은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특히 그 삶을 통해 공동체에 이바지하려 하는 삶은 아름답다.
그러니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계속 이대로 나가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