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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May 05. 2024

새로운 자극

Self-Portrait. 2024년 5월 5일 일요일, 비. 

어린이날,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나는 지금 전주에서 이 글을 쓴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주 목요일에 개막해 어제 전주로 내려왔다. 전북대 근처의 한 모텔을 베이스캠프 삼아 다음 주 화요일 오전까지 전주에서 일정을 가질 계획이다. 

오늘은 영화 두 편을 보고, 영화의 거리 구경하고, 영화제 굿즈를 샀다. 첫 영화가 오후 1시 30분이어서 오전에는 모텔에서 탈북민인 주승현 작가가 쓴 ‘조난자들’이란 책을 읽었다. 내 대학원 졸업작품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을 탈북민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참고할 겸 탈북민 관련 책들을 최대한 많이 읽으려 한다. 오늘도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탈북민에 대해 모르는 것이 정말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탈북민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느꼈다.

책을 읽고, 간단한 스트레칭과 팔 굽혀 펴기 100회를 한 후 밖으로 나왔다. 봄비가 제법 굵게 내리고 있었다.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 가서 내일 볼 두 편의 영화표를 예매한 후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타고 영화의 거리로 이동했다. 도착해서 모자와 양말, 수첩 등 영화제 굿즈를 사고,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웹소설 스터디 합평 작품을 읽었다. 그리고 오후 1시에 CGV전주고사로 들어가 1시 30분에 하는 <키이우 파일>이란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다. 영화는 구소련 시절 일반인에게 가해졌던 KGB의 불법 사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구성에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너무 늘어진다고 할까? 지금 인물 에세이필름 과제를 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참고가 됐다.

영화를 다 보고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 가방을 놓고 4시 30분에 상영하는 영화 <블랙베리>를 보기 위해 걸어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으로 향했다. 이 영화는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에 전 세계 시장 점유율 50%대에 육박했던 블랙베리의 몰락을 다룬 극영화다. 감각적인 연출로 2시간 동안 집중하면서 재밌게 봤다. 

영화를 다 보고 숙소로 돌아가면서 근처 식당에 들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조금 쉬다가 이렇게 이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 12시까지 글을 좀 쓰다가 잘 생각이다. 회사 업무도 좀 하고.     


내일은 오전 10시 30분에 첫 영화를 본다. 영화의 거리에 있는 메가박스에서 상영하기 때문에 늦어도 9시에는 숙소를 나와서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특히 내일은 우리 대학원 행사가 있다. 세미나 비슷한 시네마토크가 오후 5시에 있고, 밤 9시에는 단국영화대학원의 밤 행사가 있다. 뭐, 술 마시며 친목을 다지는 자리다. 난 허리 디스크 수술 때문에, 술을 마시지 못하니 봐서 버스 끊기기 전에 일어설 계획이다. 화요일에도 할 일이 많으니까. 뭐 좀 더 있게 된다면 택시 타고 가야지.



영화제에 와서 가장 큰 수확은 평소에 보지 못한 영화를 보는 것도 있지만, 내겐 무뎌진 현실을 각성하게 해주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다. 사실 요즘 좀 안이하게 딴생각에 정신이 팔려 살았는데, 더군다나 디스크 수술도 받느라 최소 이주일은 병원에서 입원과 치료를 받느라 허비했다. 이렇게 4월을 조금 허탈하고 억울하게 보내면서 올해 계획했던 목표에 차질이 생겼다. 정신상태도 안이해졌고. 그런 가운데 이번 영화제 방문은 새로운 자극이 됐다.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해도 모자란 이 영화판에서 뭘 믿고 이렇게 태평스럽게 취미 활동하듯 하고 있는 것인지.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며 긍정적으로 사는 것도 물론 가치 있지만, 나는 목표가 있지 않나. 더군다나 드라마 대본과 웹소설도 쓰겠다고 설레발을 치고 있으면서 언제다 그걸 하려고.

세상엔 읽을 것도 많고, 볼 것도 많고, 갈 곳도 많은데 아, 시간은 항상 부족하고.

참, 사랑도 해야지.      


뭐, 방법이 따로 있나. 매일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사는 것밖엔.

그러니 오늘 하루 후회 없이 잘 마무리하고 내일을 희망차게 맞이하자.     


내일 또 다양한 영화를 보며 자극받을 수 있길.

그렇게 내 첫 장편영화를 향한 여정을 착실하게 밟아갈 수 있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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